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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 수행 하지연-하

기자명 법보

할 수 있는 정도 수행은 활력
세향공덕회서 10만배 참회기도
1000일 동안 매일 108배 발원
외국서도 도반 정 느끼며 정진

39, 자향화

적어도 내게 기도는 결코 힘든 고행이 아니었다. 스스로 알아서 할 수 있는 만큼의 수행은 삶의 활력이 되는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이름도 없이 시작된 자모회 기도반에 홍법사 주지 심산 스님이 ‘세향공덕회’라는 이름을 주셨다. 어느덧 나의 기도도 1200여일을 이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세향공덕회에서 만들어진 또 하나의 수행반, ‘세향 10만배 참회정진’. 100일씩 여러 수행법을 두루 거치면서 절수행의 장점과 효과는 익히 경험했기에 10만배 참회정진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반가웠다. 절수행의 장점은 누가 뭐래도 운동이 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고민이라든지 해결되지 않아 애가 타는 일도 절을 하고 있으면 신기하게도 머릿속에서 ‘이렇게 해야겠구나’라고 정리가 되곤 했다.

10만배 참회정진은 매일매일 108배를 1000일 동안 이어가는 기도이다. 100일씩 입재와 회향을 반복할 때는 큰 부담이 없었지만 매일 매일 수행을 해야하다보니 하지 못할 이유가 머릿속을 스쳤다. 또 오늘 정도는 하지 않아도 될 이유들도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오려고 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해야 할 이유는 좀처럼 자리를 내어주지 않았다. 오늘도 이렇게 기도할 수 있는 시간에 감사하며, 하루의 일과는 항상 절수행으로 열고 있다.

처음에는 억지놀음으로 시작하게 되었던 기도…. 그 수행을 통해서 나는 ‘기도’라는 의미를 새로이 알게 되었다. 기도란 누군가에게 나의 소원을 비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다.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이해하게 되면서 주변을 이해하게 되고, 억울한 일을 당해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거니’ 하는 포용력도 생기고, 남을 부러워하지도 않게 되고, 그러다보니 점점 나에게는 매일매일 감사할 일, 좋은 일만 생기게 되었고 참된 행복감을 느끼면서 살게 되었다.

기도의 나날을 이어가던 중, 나는 아이들의 공부를 위해서 필리핀의 세부라는 곳에 와서 살게 되었다. 비록 한국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만 이곳에서도 불교를 가까이하며 수행을 지속하고 싶어 한인들을 위한 도량을 찾아보았다. 사찰은 없었지만 한 불교공부 모임을 만나게 되었다. 2주에 한번 불자들이 모여서 법문 공부도 하고, 마음 나누기도 하고…. 외로운 외국 땅에서 만난 도반들은 아빠 없이 아이들과 사는 기러기 엄마가 이 낯선 땅에 정착할 수 있도록, 마음 붙일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그 인연으로 세부에서 한국 아줌마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구하기 힘들다는 직장도 얻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이 수행의 인연이 만들어낸 감사한 인과다.

물론 세부에서도 계속 절을 하고 있다. 되도록이면 하루 일과의 시작을 절수행으로 하려고 한다. 절이라는 것이 미루면 참 하기 싫은데다 시간과 공간이 필요한 수행이기 때문에 나중에 하려고 미뤘다가 일과 중 다른 스케줄과 일정이 겹치면 그 날은 하기 힘든 상황에 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상 집을 나서기 전 절을 한다.

누군가는 매일 수행하는 발원을 묻곤 한다. 사실 내게 거창한 발원은 없다. 그저 수행을 쭉 하면서 ‘이 정도면 행복하지’라는 생각을 참 많이 하게 된다. 남을 부러워하는 마음보다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업장소멸하는 공덕을 많이 지으며 살아가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내가 선업을 짓고 살면 그에 따른 결과가 오리라는 인과법을 받아들이게 된다. 때론 주변 사람들 중 아픈 분이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그분의 건강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는다.

비록 지금은 한국을 떠나서 살게 되었지만 매일 수행의 일과를 세향기도반 밴드에서 공유하고 있다. 덕분에 떠나 있지만 늘 같이 있는 것 같고, 1년에 한두 번 아주 오랜만에 한국에 가더라도 매주 만났던 것처럼 반겨주는 도반들이 있고, 친정집 가는 것처럼 들릴 수 있는 홍법사가 있는 것에 감사하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도반들이 무척 그리워진다. 이 그리움을 안고 한 배 한 배 정성껏 감사의 절을 올리며 하루를 시작하고 싶다.

 

[1457호 / 2018년 9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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