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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쿠스마 데벤드라-상

남방불교 스리랑카에 정통 비구니 제도 도입 앞장

과학 교수 재직 중 불교 만나
철학적 갈증 해소 위해 명상
한국불교 접한 후 깊은 인상
스리랑카에 비구니 도입 힘써

스리랑카 비구니제도 도입에 앞장선 쿠스마 데벤드라.
스리랑카 비구니제도 도입에 앞장선 쿠스마 데벤드라.

쿠스마 데벤드라(Kusma Devendra)는 스리랑카 출신으로 불자들에게 큰 존경을 받고 있던 안다웨라 데바시리 스님에게서 인도 북부 바라나시 근처 사르낫에서 2년간 집중적인 지도와 가르침을 받아 비구니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1996년 인도에서 열린 수계식에서 부처님과 함께하며 불자들을 앞장서 도울 것을 다짐했다. 수계식이 열리기 3개월 전 한국 강화도에 있는 보문사를 찾았던 그는 보문사 주지스님 지도로 삶의 행동 규범을 다루고 있는 비나야 피타카 즉, 율장을 공부했었다. 보문사에서 한국 불교를 접한 쿠스마는 한국 불교 절차들이 인도에서 시작된 팔리의 절차들과 같이 전해져 내려오며 이를 잘 실행하고 있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 모습에서 잊힌 불교 전통이 있다면 다시 도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며 자신이 이런 일에 앞장서서 스리랑카 불교계에 도움이 돼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그는 젊은 시절 미국에서 분자 생물학을 공부했고 과학분야 교수가 됐다. 하지만 아무리 연구에 몰두해도 그가 궁금해하는 많은 질문에 답변을 얻을 수 없다는 사실에 좌절한 쿠스마는 불교로 관심을 돌리기 시작한다. 그는 과학이 물질적 본질에만 답변을 제시할 뿐, 정신적이고 내면세계에 대한 본질에는 접근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그리고 불교 철학으로 인간 내면의 본질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는 불교를 통해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었던 철학적 문제들을 풀어나가겠다고 결심했다. ‘우리는 이 세상에 왜 태어났을까?’ ‘왜 우리는 늙어가며 죽음을 맞이하는 걸까?’ ‘왜 우리는 인생을 살며 고통을 겪는 걸까?’ 등 수많은 철학적 질문들에 과학이 답을 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불교 서적을 읽고 명상을 배우며 불교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다.

그의 불타는 학구열은 불교 공부에서도 두드러졌다. 그는 2개의 논문을 쓰며 불교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하나는 스리랑카 비구니의 기원과 역사에 관한 연구였고 다른 하나는 비나야 즉, 율에 관한 것이었다. 비구니들에 관한 논문을 준비하며 연구를 거듭하던 그는 스리랑카에서 시들해진 비구니 제도에 큰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비구니 제도가 불교 정통의 전통에서 시작된 제도라 믿고 이 제도를 다시 스리랑카에 도입하기 위해 애쓰기 시작했다. 비구니 제도를 다시 불교계에 도입하면 여성 불교인들의 종교 활동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고 믿었다. 한국 보문사를 방문했을 때 정통을 지키며 불교를 이어가는 것이 사회 내에서 불교를 더욱더 강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목격했던 그는 비구니라는 오랜 불교 전통이 스리랑카 불교계에 새로운 힘을 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남방불교계는 이러한 그의 불교계 활동을 탐탁지 않게 여겼고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러한 분쟁 속에서 마침내 스리랑카 대통령은 남방불교계에서 높은 지위의 스님들을 각 나라로부터 초대해서 비구니 제도 도입이라는 문제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태국불교 역사상 가장 덕망 높은 스님으로 존경받던 다마난다 스님은 토론 중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오늘날 불교계에 비구니는 불교라는 탁자를 지탱해줄 다리 중 하나임이 분명합니다. 즉 네 개의 다리는 스님, 비구니, 여성 불자, 남성 불자이며 이 네 개의 다리가 똑같은 힘으로 이 세상에서 불교라는 탁자를 지탱해야 합니다.”

이 말을 들은 스님들은 모두 반대 목소리를 멈췄고 대통령은 스리랑카에 다시 비구니 제도를 도입할 것에 동의했다.

알랭 베르디에 저널리스트 yayavara@yahoo.com

 

[1457호 / 2018년 9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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