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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 마하나라다카사파 자타카-상

아간티왕, 순세외도에 들은 숙명론을 삶의 지표로 삼아

보름날 밝은 밤을 즐기던 왕
무엇을 하며 지낼까 고심하다
구나카사파 만나 이야기 듣고
숙명론적 사고에 깊이 빠져들어

태국 랏차부리 불교사원의 마하나라다카사파자타카에서 아간티왕과 왕비 그리고 루자공주.
태국 랏차부리 불교사원의 마하나라다카사파자타카에서 아간티왕과 왕비 그리고 루자공주.

자타카의 547개 이야기 중 마지막 10개는 마하자타카(Mahājātaka)로 스리랑카와 동남아시아에서 중시되어 왔다.

장편으로서 많은 게송들로 장식되어 있는데 동남아시아 불교사원벽화에서 많이 나타난다. 이중에는 교리적인 내용이 많이 포함된 이야기도 있는데 부처님 당시 순세외도인 아지비카(Ājīvika)와 관련된 마하나라다카사파 자타카(Mahānāradakassapajātaka)가 있다.

부처님께서 우루벨라(Uruvelā)에서 외도인 카사파(Kassapa) 3형제의 귀의를 받고 라자가하(Rājagaha)성으로 들어가자 빔비사라(Bimbisāra)왕을 포함한 많은 마가다국의 사람들은 젊은 부처님이 지도자인지 나이 많은 우루벨라 카사파가 지도자인지를 의아해했다. 카사파가 부처님의 발아래 머리를 숙여 부처님이 자신의 스승임을 밝힘으로써 의문이 해소되었지만, 사람들은 어떻게 마가다국 최고의 수행자가 자신의 견해를 버리고 불법에 귀의하게 되었는지를 궁금해 했다. 이에 부처님께서는 과거에도 독단적인 견해를 가진 사람을 설득해서 올바른 길로 가게 한 적이 있다고 하시며 과거를 이야기하셨다.

옛날 미틸라(Mithilā) 왕국에 아간티(Aganti)라는 왕이 있었다. 미틸라는 위데하(Videha)의 가장 강력한 왕국으로 번영했고 왕은 정의롭고 올바르게 국가를 다스리고 있었다. 왕은 왕비를 사랑했고, 둘 사이에는 아름다운 공주 루자(Rujā)가 있었다. 공주는 왕가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현명하고 우아하게 성장했다. 보름달이 환하게 뜬 어느 날 왕은 총애하는 대신 위자야(Vijaya)와 수나마(Sunāma), 군대의 지휘관인 알라타(Ālāta)와 함께 있었다. 왕이 이 아름다운 밤을 어떻게 보낼까라고 묻자, 알라타는 이웃나라를 공격해서 정복하고자 했다. 그러나 수나마는 위데하의 모든 나라들이 미틸라 왕국에 복종하고 있으므로 전쟁은 필요 없다고 하면서 음악과 춤을 즐기는 것이 어떠냐고 조언했다.

위자야는 고요한 달밤에는 위대한 현인을 찾아가 가르침을 듣는 것이 최고라고 이야기했다. 왕이 현인을 찾아가자고 하자 알라타가 성문 밖에 나형외도인 구나카사파(Gunakassapa)가 있는데 함께 찾아가보자고 했다. 왕은 동의하고 부하들과 함께 구나카사파를 찾아가 정중하게 인사하고 “존자시여, 남자는 부모와 스승과 부인과 자식들을 어떻게 대해야 합니까? 사람들은 나이든 사람과 출가수행자, 브라만 사제를 어떻게 대해야 하나요? 왕으로서 백성들과 군대를 어떻게 부강하게 만들어야 합니까? 어떻게 살아야 지옥에 가지 않고 천상세계로 올라갈 수 있나요?”라고 물었다.

불행하게도 구나카사파는 순세외도인 아지비카(Ājīvika)였다. 그는 왕에게 게송으로 “숙명이 모든 것을 결정하니, 천상세계로 가는 문이란 없다. 행복도 불행도 숙명에 따라 찾아오며 끊임없는 윤회에서 우리 모두는 언젠가는 숙명에 따라 자유로워질 것이다. 따라서 미래에 어떤 일이 생길지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답했다.

이때 알라타가 자신은 과거생에 악인이었는데 지금 장군으로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했고, 걸인 비자카(Bījaka)가 자신은 과거생에 착한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걸인으로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왕은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순세외도의 숙명론을 자신의 삶에 있어 지표로 깊이 받아들이게 된다.

황순일 동국대 불교학부 교수 sihwang@dgu.edu

 

[1457호 / 2018년 9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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