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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행 스님 당선까지, 총무원장선거 어떻게 이뤄졌나

기자명 권오영
  • 교계
  • 입력 2018.09.28 16:12
  • 수정 2018.09.28 16:38
  • 호수 1458
  • 댓글 0

첫 후보간 종책토론회 개최…금품‧비방 등 구태 개선

전임 원장 중도사퇴로 열려
혼란우려 속 공명선거 강조
혜총‧정우‧일면스님 사퇴에도
선거인단 다수 원행스님 지지
선거문화 개선에 일조 평가
비구니선거인단 확대는 과제

원행 스님의 당선으로 막을 내린 제36대 총무원장 선거는 조계종 선거사의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현행 총무원장 선거제도가 도입된 이후 처음으로 중앙선관위가 주최하는 후보자간 종책토론회가 개최됐고, 선거과정에서 불거지던 후보자간 상호비방이나 흑색선전, 금품살포 등이 이번 선거에는 드러나지 않았다.

조계종 제36대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고 교계 안팎에서는 우려의 시각이 많았다. 전임 총무원장의 중도 사퇴로 갑작스럽게 열리는 선거라는 점에서 준비기간이 짧고, 제17대 중앙종회의원 선거와 맞물려 진행된다는 점에서 여러 변수도 많았다. 더구나 범계의혹으로 전임 총무원장이 물러난 상황에서 새로운 총무원장을 선출하는 선거마저 혼탁해진다면 조계종의 대사회적 신뢰는 급격히 추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때문에 이번 선거를 어떻게 치르냐는 종단적 화두가 됐고, 어느 때보다 공명선거가 강조됐다.

이런 가운데 제36대 총무원장 선거는 9월3~5일 후보등록으로 시작됐다. 후보등록 마감 결과 전 대각회이사장 혜총, 중앙종회의장 원행, 전 총무부장 정우, 원로의원 일면 스님이 출사표를 던졌다. 각각의 후보들은 풍부한 종단소임 경험을 바탕으로 실추된 종단 위상을 바로 세우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네 후보 모두 기존과 같은 방식으로 선거운동을 진행할 수 없었다. 역대 총무원장 선거는 중앙종회 각 종책모임이 중심이 돼 자체적으로 후보를 선택하고, 후보등록과 선거운동을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따라서 후보의 조직력에 따라 당락이 좌우되는 분위기였다. 특히 중앙종회 최대 계파로 꼽히는 불교광장에서 추천되는 후보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각 교구별 선거를 통해 선출된 중앙종회의원은 교구 내에서 영향력이 크고, 이런 중앙종회의원이 다수 포함된 불교광장에서 특정후보를 추천하는 것은 전체 선거인단의 다수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구조였다.

그러나 이에 대해 종단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면서 불교광장 등 종책모임들은 이번 선거에서 특정후보를 내세우거나 선거운동에 직접 뛰어들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오로지 후보가 제시한 종책을 통해 총무원장으로서 가장 적합한 후보를 선택하겠다는 방침이었다. 때문에 네 후보 모두 특정 종책모임에 기대기보다는 자신들의 역량으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었다. 각 후보들의 선거대책본부가 과거와 달리 소규모로 꾸려질 수밖에 없었던 것도 이런 이유였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1994년 현행 총무원장 선거제도가 도입된 이후 처음으로 후보자 종책토론회가 열렸다는 점이다. 선거법에는 중앙선관위가 주최하는 후보자 초청토론회를 개최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역대 선거에서는 후보측간의 의견차이로 번번이 무산됐다. 이는 역대 선거에서 중앙종회의원 등 유권자 상당수가 이미 각 후보진영의 선대본부에 참여하고 있는 상태여서 종책토론회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아도 되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중앙종회의원들 상당수가 후보선대본부에 참여하지 않은데다 교구본사주지스님들도 철저한 검증을 통해 후보자를 선택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상태였다. 때문에 각 후보 진영은 유권자 그룹인 중앙종회와 교구본사주지협의회가 주관하는 종책토론회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9월19일, 20일 양일에 걸쳐 진행된 종책토론회에서 각 후보들은 자신들이 내세운 종책을 설명하는 데 집중했다. 특히 각 후보들은 △교구분권화 △수행종풍 진작 △승려노후복지 △비구니 위상 강화 등 종단이 시급히 풀어야 할 현안에 대해 자신들만의 대안을 제시했다. 혜총 스님은 “선거제도 개선”을, 원행 스님은 “모든 스님에게 복지혜택 제공”을, 정우 스님과 일면 스님은 “교구중심제”를 우선 추진할 종책과제로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다만 후보간 차별성이 부족하고, 종책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이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왔지만, 후보들이 유권자 그룹을 상대로 종단운영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이를 점검받는 시간을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선거문화를 조성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순조롭게 진행되던 제36대 총무원장 선거는 추석연휴를 거치며 이상기류가 형성됐다. 혜총․정우․일면 스님은 9월26일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돌연 후보사퇴를 선언했다. 이들은 “미래불교의 희망을 열기 위한 원력으로 이번 선거에 참여했지만 선거운동과정에서 종단 기득권세력들의 불합리한 상황을 목도하면서 참담한 마음으로 후보를 사퇴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종단 제도권에서 주요 소임을 맡아왔던 세 후보들이 돌연 ‘기득권 세력’ ‘불합리한 선거제도’ 운운하며 후보사퇴를 선언한 것은 모순이라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선거를 이틀 앞두고 진행된 세 후보의 갑작스런 사퇴는 적지 않은 파장을 예고했다. 때를 같이해 일부 재가단체들은 선거무효 등을 주장하며 선거인단에 ‘선거불참 혹은 반대투표’를 종용하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해 논란이 이어졌다.

그러나 9월28일 예정대로 진행된 제36대 총무원장 선거결과 전체 318명의 선거인단 가운데 315명 참석, 235명이 단독후보 원행 스님을 지지했다. 사실상 당락이 결정된 상황에서도 유권자의 99%가 선거에 참여해 그 가운데 74.6%가 지지의사를 드러낸 것은 종단의 안정을 기대하는 유권자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원행 스님 선거대책본부 대변인 일감 스님은 “조계종이 더 이상의 갈등과 대립에서 벗어나 종단안정과 화합을 염원하는 종도들의 뜻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며 “이제는 원행 총무원장 스님을 중심으로 결집해 대사회적으로 신뢰받는 종단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원행 스님이 절대적 지지로 총무원장에 당선되면서 제36대 총무원장 선거는 막을 내렸다. 비록 선거 막판 세 후보가 사퇴했지만 고질적인 금품살포와 후보간 비방이 사라지고 처음으로 종책토론회 등을 개최한 것은 조계종의 선거문화를 대폭 개선한 것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다만 318명의 선거인단 가운데 비구니스님들은 32명(10%)에 불과해 비구니스님들의 참종권을 높일 수 있는 근본적인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458호 / 2018년 10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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