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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율이 서야 화합·혁신 가능하다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18.10.01 10:44
  • 호수 1458
  • 댓글 0

조계종 36대 총무원장 원행 스님에게 바란다

화합과 혁신을 전면에 내세운 원행 스님이 조계종 36대 총무원장에 당선됐다. 돌이켜 보면 35대에 이은 이번 선거도 녹록지 않았다. 당초 총무원장 후보로 나섰던 스님들이 돌연 사퇴함으로써 원행 스님은 의도치 않게 단독후보로 올랐다. 당선 가능성은 매우 높았지만 우려감도 감돌았다. 조계종 종헌종법은 단독후보일 경우 선거인단으로부터 과반의 표를 얻어야 당선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동일 후보에 대한 2차 투표 규정은 아예 없다. 318명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으로부터 160표를 획득하지 못할 경우 조계종은 새로운 선거를 준비해야 했었다는 얘기다. 조계종 종무행정 수반인 총무원장의 공석이 길어질 경우 자칫 설정 스님 불신임 전후로 휘돌았던 종단 분열 현상이 다시 일 수도 있었기에 우려는 의외로 컸다. 그러나 원행 스님은 개표 결과 235표를 얻어내며 그 우려가 기우에 불과했음을 증명해 냈다. 74.6%의 득표율을 감안하면 압도적 지지라 평할 수 있겠다.

원행 스님은 중앙승가대 총동문회 회장, 교구본사주지협의회 회장, 중앙종회 의장을 역임하며 ‘행수인(行籌人)’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수(籌)’란 나무나 동물의 뼈, 금속 등으로 만든 작은 막대기로서 포살 등에서 스님들의 수를 세거나 의사를 결정하는 도구로 쓰였다. 세속의 국회와 견준다면 의사봉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행수인’이란 의장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행수인과 의장은 다르다. 다소 비약한다면 의장의 주요 역할이 다수 의견에 손을 들어주는 것에 있는 반면, 행수인은 상호 이견을 조율하며 만장일치를 이끌어가는 데 방점을 찍는다. ‘행수인 원행’이란 별칭은 조직·기관 내의 상반된 여론을 중도 관점에서 원만하게 조율했다는 평가와 다름 아닐 것이다.

사부대중은 올해 초부터 분열·갈등으로 곤욕을 치렀던 종단을 하루빨리 추슬러 화합종단으로 이끌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신임 총무원장이 향후 다져가야 할 화합의 실마리는 ‘앙굿따라 니까야’에서 찾을 수 있겠다. “비구들이여 어떤 것이 화합하는 회중인가? 물과 우유가 섞인 것 같고 애정 어린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머문다. 비구들이여, 이를 일러 화합하는 회중이라 한다.” 이 대목을 관통하는 건 이해와 배려다. 군림하는 지도자는 화합을 이끌 수 없다.

1998·1999년 종단 사태에서 보듯이 승가 화합에 큰 균열이 간 연유를 들여다보면 그 중심에 총무원장 선거가 있다.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상호 비방과 선거 이후의 ‘승자 독식’ 행태는 선거 후 더 큰 갈등을 촉발시켰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번 경쟁 선상에 올랐던 총무원장 후보스님들과 관련 문중들에게 불이익이 있어서는 안 된다. 총무원장이 교구본사주지에게 넘길 만한 권한이 있다면 최대한 이관하는 게 유용하다고 본다. 지역 사찰이 살아야 지역 포교도 꿈틀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찰의 경제규모가 다른 만큼 스님들에게 돌아가는 혜택도 하늘과 땅 차이다. 승가복지에 남다른 노력을 경주해 주길 바란다. 고무적인 건 원행 스님이 이 사안들을 고민해왔다는 점이다. 이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면 화합의 기틀은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단, 승가의 화합을 깨는 세력에 관한한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별다른 근거도 없이 승가를 비방하는 세력, 종권침탈을 목적으로 종헌종법을 부정하며 정부와 이교도의 힘까지 끌어들이는 세력에게는 그만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아수라경’은 “백천 강물들이 바다에 들어오면 하나의 바닷물이 되듯이 나의 제자들은 신분 직업 귀천에 관계없이 차별 없는 나의 제자들”이라며 일불제자로서의 중요성과 그에 따른 화합을 당부하면서도 “바닷물이 시체를 밖으로 밀어 내듯이 화합을 깨는 자는 범계자로 승가 밖으로 밀어내야 한다”고 설파하고 있다. 법과 율이 올곧게 설 때 화합·혁신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명심해 주기 바란다.

 

[1458호 / 2018년 10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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