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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에서 평화를, 한라에서 번영을!

평양 정상회담이 풍성한 열매를 맺고 마무리되었다. 파격과 감격으로 정리할 수 있는 평양 정상회담은 한반도가 전쟁과 갈등을 끝내고, 평화를 주춧돌로 번영의 새 시대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간 갈등과 적대의 온상이었던 육·해·공의 모든 공간에서 적대 행위의 종식은 물론이고, 서로를 향한 적대적인 군사훈련에도 마침표를 찍게 되었다. 앞으로 이행이 얼마나 잘 이루어질지가 남아있지만, 합의의 실천이 이루어진다면 한반도의 평화는 되돌릴 수 없는 길을 가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공고한 평화에 기반을 두고 남북의 번영을 위한 담대한 여정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까지 현 정부가 출범한 이래, 전쟁의 위기였던 한반도를 ‘전쟁없는 한반도’로 만들기 위한 노력에 더해 민간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시간이 되었다. 올해 판문점 회담에서부터 평양 정상회담까지 숨 가쁘게 달려오면서 만들어 놓은 평화의 여정이 올바로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남북 정부 간 합의와 이행만으로는 부족하다. 위에서의 평화가 진정한 평화가 되기 위해서는 아래에서 든든하게 밑받침되어야 한다. 그래서 민간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더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비록 대북제재로 인해 민간교류가 재개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자면 민간의 남북교류와 협력 역시 평화의 새로운 남북관계를 제대로 준비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과거의 단절되었던 교류와 협력을 재개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며, 이보다 한 발 더 나아가 평화의 시대에 맞는 교류와 협력을 고민하고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평양 정상회담은 평화와 함께 앞으로의 경제협력을 비롯하여 민간의 교류와 협력을 위한 준비의 성격을 갖는다고 보아야 한다.

경제계를 비롯하여 민간단체, 종교계, 그리고 문화 예술계까지 망라하여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이 특별수행원으로 평양을 다녀왔다. 이중에는 불교계를 대표하여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장인 원택 스님도 참여하였다. 특히 불교계는 삼국시대 이래 한반도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가치관과 역사를 같이했던 오랜 민족적 종교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불교계가 남북의 화해와 협력에 누구보다 발 벗고 나서야 할 막중한 책임도 크다 할 것이다.

이번 평양에서 남북의 두 정상은 정치적으로 매우 의미있는 공동선언을 만들어냈을 뿐 아니라, 한반도의 모든 사람들이 희망하고 꿈꿔왔던 백두산을 직접 두 손을 꼭 잡고 다녀왔다. 지난 판문점 도보다리의 감동보다 더한 감동을 안겨주었다. 백두산은 우리 민족에게 그저 가장 높은 산으로서의 상징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백두산은 한라산과 더불어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공간이자 동시에 남북의 염원을 간직한 모두가 밟아보고 싶어하는 정신적 고향과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바로 그곳에서 남북의 두 정상이 전쟁 없는 평화의 한반도를 약속하였다. 이제 한라산이 번영으로 화답해야 할 차례이다. 올해 안에 서울을 방문하게 된 북의 최고지도자가 한라산을 같이 등반하여 백두에서 만들어진 평화를 번영으로 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민간이 짊어져야 할 과제가 그 어느 역사적 시기보다 크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정부가 어렵사리 만들어놓은 길을 밟고 밟아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 큰 신작로를 만들어야 할 과제가 민간의 두 어깨에 놓여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길에서 불교계는 더 큰 책임감과 역사적 소명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대북제재로 인해 단기간에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길이 많지는 않지만, 지금부터 깊이있는 고민을 통해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백두에서의 평화가 한라에서 번영으로 이어지기 위해 불교계가 내딛게 될 발걸음에 희망과 기대를 걸어본다.

정영철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 chungyc69@sogang.ac.kr

 

[1458호 / 2018년 10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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