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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총무원장이 풀어야할 난제들

기자명 이병두

9월28일 치러진 조계종 제36대 총무원장 선거에서 원행 스님이 당선되었다. 우선 당선을 축하드리며, 종단과 불교계가 아주 힘든 시기에 무거운 짐을 짊어진 신임 원장스님이 평소 알려진 원만한 성품 그대로 현재 종단이 안고 있는 여러 난제들을 잘 풀어나가 줄 것으로 기대한다.

원행 스님의 새 집행부는 선거 과정에서 내세웠던 종단 화합을 구현하되, 그것을 이유로 ‘종단을 무차별 비방했던 인사들의 언행’에 대해서까지 아무런 반성과 참회 절차 없이 용서해주는 등 원칙을 잃어서는 안 될 것이다. 모든 것이 종헌‧종법의 틀 안에서 이루어져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이런 기본 원칙을 꼭 지켜주기 바라며, 이제 새로 임기를 시작하는 총무원장 집행부에 몇 가지 당부를 드린다.

첫째, 추락한 조계종과 불교의 위상을 다시 일으켜 세워주기 바란다. 이것은 하루아침에 쉽게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고, 총무원장과 종단 집행부만 애쓴다고 해서 될 수 있는 일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총무원장을 비롯한 집행부의 출재가 종무원들이 ‘올바른 부처님 제자’로서 모범을 보이고, 그 흐름이 각 교구본사와 말사의 스님들과 재가 신도들에게 전해져 확산된다면 위상 회복에 그리 오랜 세월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둘째, 과도한 정부 의존을 줄여나갈 계획을 세워야 한다. 합리적인 조세 시스템과는 거리가 먼 현재의 전근대적인 분담금 체계로는 날로 증가하는 예산 수요에 맞추기 어려워서 어쩔 수 없이 정부에 기대야 하는 사정을 모르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도 현재 조계종의 정부 의존도는 너무 높다.

전통문화 보존을 위해 법적으로 보장된 예산은 당당하게 받아서 투명하게 집행하면 된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의 눈에 특혜로 비쳐지는 예산까지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는 문제가 있다. 여기에다 정치권 인사들이 건물 신축 비용 등 지역구 사찰에 반영하는 선심성 예산을 합하면 조계종 전체 예산의 정부 의존도는 더욱 높아진다. 이 시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영원히 정치권에 예속되어 국민 대중에게 외면당한 고려 말 불교의 상황이 되풀이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다.

셋째, 이웃 종교를 이해하고 그들과 평화롭게 공존하되, 그들에게 끌려다니지 않아야 한다. 그 동안 조계종이 여러 종교연합 단체에 참여하고 총무원장이 대표회장을 맡았던 적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이웃 종교에 대해서 너무 모르기 때문에 그곳에서의 평가는 그리 좋지 않다. 게다가 다른 종교계는 종교 간 대화에 참여하는 담당자가 10년 이상 그 자리를 맡아서 전문가 수준이 되고 불교 집안 사정에 대해서도 잘 아는데, 조계종은 길어야 2년, 짧으면 몇 달 만에 담당자가 바뀌니 늘 어리둥절하게 되고 이웃 종교에 끌려다니게 된다. 새 집행부에서는 이런 점을 잘 살펴서 종교 대화와 평화 모임에 적극 참여하고, 그곳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

넷째, 전 세계 종교 흐름과 다른 나라 불교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읽고 분석하여 그것을 종단 중장기 계획수립에 반영하여야 한다. 세상이 어떻게 변하는지 모른 채 ‘우물 안 개구리’ 식으로 “우리가 최고”라는 틀에 갇혀있다가는 ‘신도 수백만 명 감소’라는 충격보다 더 힘든 위기 상황이 올 수도 있음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현재의 형식화된 ‘한·일’ ‘한·중·일’의 동아시아 불교 교류의 틀을 넘어 남아시아와 미주 및 유럽 불교계와의 교류를 적극 추진하여, 세계 불교 외교에 적극 참여하고 한국 불교를 더욱 튼튼하게 만드는 에너지로 삼기 바란다.

다섯째, 신임 원장 임기 중에 2020년 국회의원 총선거와 2022년 대통령 선거 등 중요한 선거를 치르게 된다. 총무원장과 제방의 스님들은 정치인들에게 올바른 정치의 길을 알려주어 그들이 바른 정치를 할 수 있도록 인도해주는 역할을 할 뿐, 부처님 제자로서 지켜야 할 경계선을 넘어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458호 / 2018년 10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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