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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 신미대사에게 남긴 비밀 이야기는?

  • 불서
  • 입력 2018.10.01 13:16
  • 호수 1458
  • 댓글 0

‘시도요체의 비밀’ / 오규원 지음 / 명에디터

‘세종대왕이 남긴 중요한 말씀’
뜻하는 ‘시도요체’ 만든 인물을
신미대사로 설정해 역할 추적

소설에 허구의 책을 등장시켜
현대·일제강점기·세종시대를
넘나들며 한글창제 역사 조명

‘시도요체의 비밀’

“신미대사같이 유명한 고승이 후세에 남긴 법어나 시·글 한편 없이 너무나 적막한 생애를 걸어갔다. 학덕이 높고 국어학사상 특기할 인물이었지만 사회의 냉랭함에서 쓸쓸히 입적한 가여운 인재다.”

지금은 고인이 된 이숭녕 전 서울대 명예교수가 그 삶을 이토록 애석하게 여겼던 신미대사는 세종과 문종이 진행한 불사를 도운 것은 물론, 세조가 간경도감을 설치하고 불전을 번역·간행했을 때 이를 주관했던 인물이다. 특히 ‘석보상절’ 편집을 이끌고, 방대한 양의 ‘원각경’을 비롯해 ‘선종영가집’ ‘수심결’ 등 고승법어를 훈민정음으로 직접 번역하기도 했다. 그래서 “신미대사가 없었다면 오늘날 전하는 상당수 한글문헌은 없었을 것”이라는 평가가 따르기도 한다.

신미대사에 대한 평가는 그가 한글 창제에도 깊게 관여하고 역할 또한 컸을 것이라는 주장으로 이어졌다. 이 주장은 세종대왕과의 관계에서 비롯됐다. 세종은 임종 몇 달 전 신미대사를 침실로 불러 신하로서가 아닌 윗사람의 예로 대했으며, 당시 신미대사가 머물던 속리산 복천암 불사를 지원했다. 또한 ‘선교도총섭 밀전정법 비지상운 우국이세 원융무애 혜각존자’라는 긴 법호를 짓기도 했다. 여기서 큰 공헌이나 덕이 있는 스님에게 내리는 존자라는 칭호를 사용하고, 나라를 위하고 백성을 이롭게 했다는 의미의 우국이세가 포함된 것을 신미대사에게 한글 창제의 공이 있기 때문일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뿐만 아니다. 영산 김씨 족보에 ‘수성(신미대사)은 세종 때 집현전 학사로 활동했으며 세종의 총애를 받았다’는 기록과 신미대사의 친동생이자 독실한 불자였던 김수온이 한글창제 이전에 이미 중앙에 진출한 상태였다는 점도 신미대사가 한글 창제에 크게 기여했을 것이라는 설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신미대사가 한글 창제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소설이 출간됐다.
신미대사가 한글 창제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소설이 출간됐다.

이에 따라 “방대한 양의 불경이 한글 창제가 얼마 안 되는 기간에 한문본이 편찬되고 번역까지 됐다. 이는 한글 반포 이전부터 불경에 정통하고 있었으며, 또 새로 창제된 훈민정음의 운용법과 표기법에 통달하고 있던 인사들이 있어서 이 사업을 추진했다는 증거다(강신항 성균관대 명예교수)” “훈민정음 창제 과정에는 불교의 신성 숫자가 곳곳에 숨겨져 있다. 이로 미루어 볼 때 훈민정음 창제 당사자들은 새로운 문자의 작업을 통해 궁극적으로 불교를 보급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이 사업을 진행했다(고 김광해 전 서울대 교수)” 등 학자들의 주장이 이어졌다. 또한 문화재 기록가인 박해진씨는 신미 스님의 발자취를 추적한 끝에 ‘혜각존자 신미 평전, 훈민정음의 길’을 펴냈고, 소설가 정찬주는 세종대왕과 신미대사의 한글 창제 비밀이야기를 다룬 장편소설 ‘천강에 비친 달’을 엮기도 했다.

이처럼 신미대사가 훈민정음 창제에 깊게 관여해 큰 역할을 했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소설가 오규원이 신미대사가 세종대왕의 비밀 계시를 받아 한글 창제에 기여한 과정을 다룬 장편소설 ‘시도요체의 비밀’을 펴냈다. ‘시도’는 대왕의 이름자인 이도(李祹)의 도(祹)자를 시(示)와 도(匋)로 파자한 것이고, ‘요체’는 중요한 말씀이란 뜻이다. 따라서 ‘시도요체’는 ‘세종대왕이 남긴 중요한 말씀’을 뜻하는 것으로, 작가는 여기서 신미대사가 ‘시도요체’라는 책자를 만든 것으로 설정하고, 허구의 스토리를 통해 대사가 훈민정음 창제에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 그리고 훈민정음이 현시대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그려내고 있다.

작가 역시 세종대왕이 신미대사를 위해 만든 긴 시호를 첫 번째 근거로 제시하고, 간경도감 제조 벼슬을 두 번째 근거로 내세운다. 1부 현재 시대, 2부 일제 강점기, 3부 세종 시대로 구성된 책은 신미대사가 훈민정음을 만드는 과정에서 대왕과 나눈 대화를 일기 형식으로 기록하고 책자 표지에 ‘시도요체’라 제목을 붙였는데,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책의 가치를 알아보고 밀반출했다가 우여곡절 끝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그 비밀이 세상에 밝혀진다는 내용을 줄거리로 하고 있다. 작가의 노력 덕분에 다시 한 번 한글 창제 과정에서 역할이 지대했던 신미대사의 활약상을 살펴볼 수 있다. 1만5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458호 / 2018년 10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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