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수행 이채윤-상
주력수행 이채윤-상
  • 법보
  • 승인 2018.10.01 14:31
  • 호수 1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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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아이 돌보며 불연 맺은 뒤
능엄신주 기도하고 삼천배 동참
능엄주 묵독하다 옥천사와 인연
108독 철야정진 하고 싶어 방문
42, 정진월

누구나 살면서 겪는 마음의 굴곡이 있을 것인데, 나 또한 나의 입장에서는 깊은 마음의 굴곡들을 겪었다. 감정의 기복이 심했는데, 우연히 광명진언 책을 구해서 읽고 책에서 본 대로 수행을 했다. 어느 날 아이가 병이 났고, 대학병원에서 차도가 없어 근거를 알 수 없는 불안감과 공포가 밀려왔을 때, 집 근처 사찰의 스님께 무조건 매달렸다.

스님께서 기도를 올려주겠다 하시고 병원을 추천해 주셔서 옮긴 뒤 아이가 나았다. 그럼에도 마음의 불안은 쉽게 가시지 않던 중, 새벽기도를 하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새벽 4시에 일어나 30분 뒤에 시작하는 예불에 참석하였다. 새로 오신 기도스님은 ‘대불정능엄신주’ 기도를 하겠다며 동참자는 외우라고 하셨다. 외운 것을 확인하신 스님은 입으로 하지 말고 생각으로 능엄주를 하라고 하셨는데, 어려운 일이었다. 요령 없이 밀어붙여 결국 상기가 되었고 머리에 열이 올라 고생을 했다. 성철 스님 문도사찰을 찾아가 스님께 성철 스님께서 예전에 상기가 된 스님께 알려주었다는 열 내리는 법을 배우고 실천하면서 조금씩 호전되어 나았다.

절을 배운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능엄신주를 외웠으니 백련암으로 가서 삼천배를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스님도 삼천배로 건강을 되찾았다고 하시며 꼭 가보라고 말씀하셨고, 이후 기도스님은 다른 사찰로 옮겨 가게 되셨다. 길치였고 절도 익숙하지 않았던 나는, 스님의 한 마디에 의지하여 그저 백련암으로 출발했다. 가는 길은 도통 알 수 없었고 많이 헤매어 힘들게 백련암에 도착했고 이내 삼천배를 시작했다. 삼천배를 하면서 내내 기차 안에서 읽은 ‘성철 스님 어록’ 중 한 구절을 떠올렸다. “절 하다 병신 된 사람 없고, 절 하다 죽은 사람 없다.”

그 한 마디를 의지처 삼아 죽겠다 싶어도,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도 그저 절을 하고 또 절을 했다. 잠깐의 쉬는 시간 동안은 온 몸에 한기가 들어 오들오들 떨면서 힘들었고, 절을 할 땐 그저 힘들었다. 다 포기하고 말자는 생각이 올라왔을 때, 집에 있는 아이를 생각했다. 집을 나오는 길에 또 열이 오르는 걸 눈으로 보고도 짐을 싸 들고 나왔던 백련암이었다. 어떻게 나왔고 얼마나 힘들게 찾아온 백련암인데, 이대로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내 인생에 다시는 백련암에 올 일도 없고 다시는 삼천배 할 일도 없는데, 오늘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는 사람 하나 없고 몸은 아프고, 몸도 마음도 힘들고 외로운 삼천배였다. 2500배 후 몸과 마음으로 누워서 끙끙거릴 때, 마지막 500배를 시작한다는 소리와 함께 “여기까지 왔는데 불명을 받아야지요”라는 소리가 들렸다. 나에게 하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조건 밀어붙인 삼천배를 회향하고, 새벽에 불명을 받았는데 ‘정진월(精進月)’이었다. 다시는 삼천배를 하지 말아야지, 다시는 백련암에 오지 말아야지 하면서 절을 한 것에 대한 훈계와 지침을 받은 기분이었다. 삼천배를 회향하고 걸어 내려오는데 쓰지 않은 근육을 쓴 것에 대한 약간의 통증만 있었을 뿐 멀쩡했다. 정말 절하다 죽지도 않고 절하다 병신이 되지도 않는구나 생각했다.

집에서 혼자 능엄주를 독송하고 묵독을 하다가, 인터넷에서 부산 옥천사의 ‘대불정능엄신주’를 우연히 들은 적이 있었다. 경기도에서 부산 옥천사를 찾아가기 위해 무작정 또 길을 나섰다. 옥천사에서는 매월 첫째 주 토요일에 능엄주 108독 철야정진을 하며, 철야정진에 앞서 백졸 스님께서 법문을 하신다. 108독 철야정진도 하고 싶고, 백졸 스님의 법문도 듣고 싶었다. 법문 후 스님께 일과를 받기 위해 독대를 했는데, 스님께서는 “내생이 있어”라고 말씀하시며 대화의 포문을 여셨다. ‘내생’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던 나는 문맥 속에서 그것이 다음 생을 뜻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순간 ‘내생은 있다는 것을’ 믿게 되었다. ‘내생’을 알기 전과 후, 믿기 전과 후의 삶은 분명 다른 것이었다.

 

[1458호 / 2018년 10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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