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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마음이 주는 두 배의 기쁨

기자명 금해 스님

매년 백중 장학금 소외계층에 전달
올해 일일시호일과 다문화 가정에
하고자 하면 함께할 인연 생겨나
같이하면 많은 이 기쁨 줄 수 있어

우리 절은 무허가 지역에 있어서 주변에 어려운 가족들이 많습니다. 매년 백중기도 회향으로 장학금 기금을 마련해 소년 소녀 가장이나 어려운 형편의 청소년들에게 전달하는 법회를 가졌습니다. 그런데 우리 절 형편이 넉넉지 못해 지난 2년 동안 많이 축소되었습니다. 올해도 장학금 마련이 힘들어 내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그러던 중, 공익법인 일일시호일과 함께 다문화 가정에 장학금을 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다문화 가정을 만나는 것은 처음이라, 기쁜 마음에도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금액이 너무 작지 않은가, 상대가 불편하지 않을까, 통장으로 입금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마음이 복잡했지요.

마침내 주변 분들의 도움으로 여섯 가족이 인연되었고 절에서 장학금 수여식을 갖기로 했습니다. 작은 선물과 점심공양을 마련하고 기쁜 마음으로 기다렸습니다.

우리 절을 찾은 다문화 가족은 생각보다 밝고 예뻤습니다. 아버지 혼자, 또는 어머니 혼자 아이를 키우면서도 가족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멋진 분들이었답니다. 잠깐의 시간이었지만, 차담과 공양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한 청소년은 한국 절은 처음 와 봤다며, 부처님 전에 삼배 올리니 마음이 설렌다고 기뻐했습니다. 아버지는 오늘같이 좋은 날 오랜만에 아들과 같이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며 고마워했습니다.

또 어린 자녀 둘을 키우는 앳된 태국 어머니는 따뜻한 말 한마디에도 눈물을 쏟았습니다. 남편의 거짓말과 폭력으로 도망쳐서 겨우 아이들을 지켜냈지만, 몸과 마음이 온통 상처투성이라 처음 만난 이의 손길에도 쉽게 무너집니다. 보호막 없이 홀로 두 아이를 키워야 하는 타국의 삶이 요즘에는 더 두렵게 느껴지는 듯했습니다. 그럼에도 앳된 어머니는 아이들을 위해서 더 강해져야 한다며 스스로 다짐하듯 되새깁니다. 울음을 그치고 보살님들과 차 마시며 웃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비 온 뒤 청량한 가을 하늘 같았습니다.

그 사이 그녀의 어린 아들과 딸은 어린이 법회에 참석해서 즐겁게 지냈습니다. 새 친구들과 함께 놀고 선물을 받으며 소리 높여 웃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작별인사를 하며 떠날 때, 몇 번이나 다음 어린이 법회가 언제인지 물어봅니다. 꼭 다시 오겠다며 인사를 했습니다.

부처님을 향해 웃는 이들을 보며, 이 작은 행사를 한 것이 참으로 잘했다 생각합니다. 그동안 마음에 걸렸던 오랜 숙제를 해결한 듯 해 저도 행복한 날이었습니다.

힘이 부족해 혼자 할 수 없으면, 둘이 같이 하면 됩니다. 결국은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는 행사이니, 함께하는 이가 많을수록 더 많은 이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겠지요.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으면 함께 길을 가줄 귀한 인연도 곧 생길 것입니다. 저에게 공익법인 일일시호일이 와 준 것처럼요.
 

금해 스님

그러니 우리, 마음을 열어둡시다. 같은 길에서 더 많은 이들과 손을 잡고 더 많은 기쁨을 회향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금해 스님 서울 관음선원 주지 okbuddha@daum.net

 

[1459호 / 2018년 10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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