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수행 이채윤-하
주력수행 이채윤-하
  • 법보
  • 승인 2018.10.08 17:23
  • 호수 1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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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전철 등 언제 어디든 능엄주
편견 없이 나와 세상 관찰 노력
아이를 향한 지나친 사랑도 자각
초발심 새기며 세상과 상담할 것
42, 정진월

“마음대지가 텅 비면 구름장이 열리고, 해가 나오듯 지혜의 햇살이 일체 공덕이 저절로 나타난다.”

백졸 스님께서 능엄주 주력수행자들과 함께 낭독하길 좋아하시는 구절이다. 마음대지가 텅 빈다는 것은 마음에 편견, 착각, 유무, 선악 등이 없어진다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우리가 능엄주와 같이 긴 주를 외우는 어려운 기도를 하는 것은 이러한 집착, 편견 등을 없애기 위해서라고 하셨다. 어떠한 편견이나 착각이 없다는 것은 있는 그대로 보는 정신능력을 갖게 되는 것인데, 그것은 마치 인공위성에서 360도로 지구를 보는 차원이라고 말씀하셨다.

능엄주 정진을 하면서 우리가 무엇 때문에 이 어려운 공부를 하는지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한다고 스님께서는 늘 강조하고 계신다.

“마음에 착각이 없는 자리에는 아무리 퍼주어도 닳지 않는 능력이 있는데, 남에게 주는 게 우리의 능력”이라는 말씀, “재산이 없어도 베풀 수 있는 보시가 있는데, 부드럽고 온화한 얼굴과 훈훈한 마음으로, 예의 바르고 친절하고 편안한 눈빛으로 사람을 대하는 것이 보시”라는 가르침, “일과를 열심히 하는 것과 조금만 도와주면 살 수 있는데 모르는 척 하지 않고 도와주는 것이 공양”이라는 가르침, “현생에서 내가 인격자가 되어 내가 나타남으로 인해서 모두가 편안해 지는 것도 공양”이라는 가르침….

내가 세상을 살아가며 겪는 갖가지 일들 속에서 마음의 중심을 잃고 헤맬 때, 언제나 나의 의지처이고 세상을 항해하는 나의 나침반이며, 나의 반성문이다. ‘돈황본 육조단경’의 ‘21.수행’은 옥천사 지정곡이다. 스님께서는 우리들에게 늘 마음에 담아두라고 당부하고 계신다. “남의 잘못은 나의 죄과요, 나의 잘못은 스스로 죄 있음이니, 오직 스스로 잘못된 생각을 버리고 번뇌를 쳐부수어 버리는 도다.” 이것을 떠올리면 간혹 일상에서 생각 없이 올라오는 원망과 미움을 의연하게 마주할 수 있게 된다. 또 아는 것을 실천하지 못하고 세상과 맞서고자 할 때, 혹은 이미 저질렀을 때 스스로를 꾸짖고 한없이 부끄럽게 만들기도 한다.

능엄주는 언제 어디서나 나와 함께 한다. 지하철이나 차를 탈 때, 걸어 다닐 때, 여유가 있을 때 나의 마음은 능엄주로 돌아가고, 집중하기 위해 노력한다. 집중하는 그 자리에서 편견이 사라지고 사념이 정리되는 것이라고 배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행에는 기복이 있고 집중하기는 언제나 어렵다. 집중해야지 하고 수행을 하면 어느 순간 마음은 다른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이러한 부끄러운 수행 속에서도 나는 현재진행형으로 변해가는 중이고, 사람들에게 차분하다는 말을 곧잘 듣곤 한다. 어떠한 사건 속에서 그 속에 함몰되지 않고, 사건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되면 상대의 입장이 저절로 보일 때도 있고, 복잡한 관계들 속에서 미워할 것도 원망할 것도 없음을 알게 될 때가 있다. 그리고 나는 지나친 사랑에 대한 경계를 능엄주 속에서 배웠다. 수행의 인연을 잡게 해 준 아이에 대한 나의 사랑 또한 집착이며, 이는 또 다른 번뇌의 씨앗이라는 것을 능엄주 수행을 통해 어렵게 배웠다.

이 글을 쓰며 한없이 부끄럽고 숨고 싶다.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고 실천하지 못하며 언행이 일치하지 못한다. 정해진 일과를 핑계 없이 묵묵히 해내고, 차분히 앉아 고요 속에 능엄주와 함께 하는 것이 여전히 쉽지 않다. 그럼에도 이러한 인연과 수행의 흐름 속에서 동국대 명상심리상담 석사 전공을 시작해 공부를 더욱 깊이 있게 할 수 있게 되었다.

정말 부끄럽고 깊이 감사하다. 글로써 나를 돌아보고 그간의 배움을 정리하고 부끄러워 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은 초심과 열정을 어느 순간 잊었기 때문이라고 짐작한다. 부끄럽다.

지금까지 배워온 것을 소중히 마음에 간직하고 다시 초심을 가지고 일과 수행을 하며 순간순간을 열심히 살겠다는 결심을 한다. 또한 “세상을 상담해.” 이 말씀을 마음에 담아 열심히 공부할 것이다.

 

[1459호 / 2018년 10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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