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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이시다시 ④

기자명 김규보

“행의 과보는 정확하게 따라온다”

전생에서 방탕한 금속 세공인
남편 있어도 유혹하고 겁탈해
지옥서 시달리다 동물로 환생

“선한 행위든 악한 행위든 과보가 따릅니다. 세 번의 결혼 생활이 고통스럽게 마무리된 것은 모두 제 과보 때문이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일곱 번째 전의 생애부터 시작됩니다.”

일곱 번째 전의 생애에서 이시다시는 도시에서 유일한 금속 세공 장인이었다. 남다른 손재주로 빼어난 솜씨를 인정받은 데다가 지역에선 그만한 기술을 지닌 이가 없어 일거리는 늘 넘쳐났다. 웬만한 거부 못지않은 부를 쌓은 이시다시는 그것을 쾌락을 즐기는 데 쏟아부었다. 화려하게 치장하고 밤마다 거리로 나가 질펀하게 먹고 마셨으며 돈을 주고 여성과 어울렸다. 심지어 남편이 있어도 마음에 든다면 유혹하여 불륜을 저질렀는데, 거절하면 끝내 겁탈하고 마는 짐승만도 못한 짓을 일상처럼 저질렀다. 이로 인해 숱한 가정이 파멸을 맞이했지만 이시다시는 어떠한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고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몸과 마음을 함부로 굴린 과보는 빈틈없이 엄격했다. 원인 모를 중병에 걸려 요절한 이시다시는 지옥에 떨어진 뒤 헤아리기 힘든 고통을 받았다. 바늘 크기의 날카로운 칼들이 바람에 실려 날아와 몸을 갈기갈기 찢는 것이었다. 살점이 뜯겨 나가 뼈와 내장이 드러난 비참한 몰골로 칼바람을 피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도망쳐 보았지만 허사였다. 이시다시가 어디에 있든 칼바람은 정확히 그의 육신을 겨누고 달려들었다. 찰나의 순간조차 쉬지 않고 쏟아지는 칼에 살점이 모두 사라져 버리면 잠시 바람이 멈추었고, 육신은 순식간에 복원되었다. 그러면 다시 칼바람이 불어와 이시다시를 산산조각 내었다. 그때 이시다시는, 전생에서 저질렀던 행동의 과보가 현재의 고통과 동일한 무게라는 사실을 비로소 깨달았다.

업이 어느 정도 소진되자 지옥에서 벗어나 원숭이의 몸을 빌어 태어나게 되었지만 고통은 멈추지 않았다. 수컷으로 태어난지 불과 7일도 되지 않아 대장 원숭이에게 성기를 뜯겨 평생동안 욕망을 해소하지 못하는 불구의 신세로 보내야 했다. 다음 생에선 산양이었는데 이번에도 태어나자마자 양치기에게 거세당했으며, 짐을 얹고 험준한 산을 오르내리는 고된 노동에 시달리다가 병에 걸려 버려진 뒤 벌레들이 오장육부를 천천히 파먹는 괴로움 속에 숨을 거두었다. 다음은 수소였는데 또한 송아지일 때 거세당해 하루의 휴식도 없이 쟁기와 달구지를 끌다가 눈이 보이지 않는 병에 걸려 버림받은뒤 들판을 배회하다 생을 마감했다.

이후 남성과 여성의 성기 모두를 가진 사람으로 태어나 일생을 자기 연민과 혐오를 반복하는 고통 속을 헤맸고, 또 다음 생에선 빚더미에 시달리는 부모의 밑에서 태어나 돈에 팔려 부유한 상인의 첩으로 들어갔지만 다른 첩에게 밀려 쫓겨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리고 마지막이 바로 이시다시의 삶이었다. 세 명의 남편 모두에게 이유도 없이 미움을 받아 쫓겨나다시피 집을 나가야 했던 것은 아주 먼 옛날, 금속 세공 장인이었던 시절 그가 저질렀던 과보였다. 길고 긴 세월을 건너와 지금에 이르기까지 사라지지 않고 이시다시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선한 행위든 악한 행위든 과보는 정확하게 따라옵니다. 첫 번째 생에서 저질렀던 악업이 그토록 깊고 넓고 무거웠던 것이죠. 이 진리를 알지 못했던 저는 세 명의 남편을 탓하거나 부모님을 탓하거나 세상을 탓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행동은 어리석었던 저를 더욱 어리석게 만들기만 했으니 그 또한 지옥을 헤매는 것과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제 저는 제가 받은 고통이 악업에서 비롯되었음을 알고 있습니다. 전생을 헤아렸으며 과보를 보았고 번뇌를 끊었습니다. 모든 것이 끝났습니다. 고통은 없습니다.”

이시다시가 미소를 머금은 채 눈을 감고 선정에 들었다. 계를 지키며 치열하게 정진하고 어떠한 악업도 행하지 않은 이시다시는 긴 시간 동안 행복을 누리다 평화롭게 숨을 거두었다. 이시다시의 마지막 생이었다. <끝>

김규보 법보신문 전문위원 dawn-to-dust@hanmail.net

 

[1459호 / 2018년 10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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