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기공 수련자의 논리
9. 기공 수련자의 논리
  • 이제열
  • 승인 2018.10.15 15:31
  • 호수 146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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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생 구하지 않는 것이 불교 해탈

선도의 최고는 죽지않는 신선
영원히 산다는 건 집착 불과
구름잡겠다며 지금도 수련중

한때 기공수련의 권위자라고 자부하는 사람과 지낸 적이 있다. 얼마나 열심히 기수련을 하는지 존경심마저 들 정도였다. 그는 불교에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 필자가 자주 부처님 말씀을 들려주려고 했는데 불교에 깊이 귀의하지는 않았다.

어느 날 필자가 그에게 “부처님이 어떤 분인 줄도 알고 불교가 어떻다는 것도 알면서 왜 불도 수행을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우리 선도(仙道:신선을 목적으로 하는 도가의 수행)는 몸과 마음을 함께 닦는 성명쌍수(性命雙修)의 가르침인데 불교는 성에 해당하는 마음만 닦으라고 하므로 그 이치가 한쪽으로 치우쳐 있어 불교에 귀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진정한 해탈은 마음만이 아니라 몸도 해탈하여 영원히 죽지 않는 불사의 경지에 있다”고 덧붙였다.

그의 선도 이론을 빌릴 것 같으면 선도의 궁극적 목표는 우주의 근원인 도와 계합하는 일이며 그 도는 결국 텅 빈 허(虛)이므로 성과 명을 지극히 닦으면 허에 들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선도에도 소위 불교처럼 삼보(三寶)라는 것이 있는데 이 삼보를 잘 기르는 일이 도에 이르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삼보란 정(精), 기(氣), 신(神)을 말하는 것으로 선도수행은 먼저 정을 연마하여 기를 완성하고, 기를 연마하여 신을 완성한 다음 신을 연마하여 허로 돌아간다고 한다. 이른바 연정화기(鍊精化氣), 연기화신(鍊氣化神), 연신환허(鍊神還虛)가 그것이다. 여기서 연정화기와 연기화신은 성명쌍수의 명에 해당하고 연신환허는 성에 해당한다. 정과 기를 수행하다보면 몸은 죽지 않는 장생불사의 몸이 되고 마음은 영원히 멸하지 않는 신이 되어 육체와 정신의 완성을 이룬다. 그리고 이렇게 완성된 정신과 육체, 즉 성과 명은 허로 돌아가 형상을 초월한 도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선도수행에 있어 기본은 단전호흡이다. 선도에서는 단전이 생명의 중심이며 근원이라고 가르친다. 선도수행의 1단계인 연정화기에 들기 위해서는 몸의 기력과 정력을 기르는 연신화기(煉身化氣) 수련을 먼저 해야 한다. 이게 바로 기공수련이다. 기공수련을 통해 몸의 힘을 쌓고 단전호흡을 지속하다보면 십이경락이 열리면서 임맥(任脈)과 독맥(督脈)이 통하게 되고 소주천(小周天)과 대주천(大周天)을 행하며 소약(소藥), 대약(大藥)을 거쳐 마침내 최고경지인 신선에 이른다는 원리가 그가 말하는 선도이론이다.

이에 대해 필자는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불교야말로 진정한 성명쌍수를 가르친다. 선도는 죽지 않고 영원히 살기 위해 수련하지만 불교는 생사가 본래 없다는 이치를 깨닫기 위해 수행한다. 불교가 마음을 중시하는 이유는 마음수행을 통해 마음은 물론 몸의 본성까지도 함께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를 이용하여 영원히 죽지 않으려는 선도수련은 몸과 마음을 ‘나’ 혹은 ‘내 것’으로 착각하기 때문에 영원히 몸과 마음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나’도 아니고 ‘내 것’도 아닌 몸과 마음을 ‘나’ ‘내 것’으로 여기는 것 자체가 이미 사견이며 우치(愚痴)로 선도의 성명쌍수는 정도가 아닌 것이다.”

몸과 마음이 마침내 나가 아닌 무아이며 실체가 없는 공이라면 죽든 살든 아무 관계가 없다. 아예 영생 따위를 구하지 않는 것이 불교의 해탈이다. 나고 죽는 몸과 마음 이대로가 실상에 있어서는 나고 죽음이 없으니 불교야말로 진정한 성명쌍수를 가르친다. 그러므로 기공이나 단전호흡 같은 수련은 몸의 기를 기르고 건강을 증진하는 차원에서는 권고할 만하지만 이를 가지고 생사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구름을 바람으로 잡아매어 고대광실을 지으려는 행위와 같다고 하였다. 그러나 그 기공 선생은 아직도 자신이 성명쌍수를 닦아 우화등선하겠다는 꿈을 꾸고 열심히 수련하고 있다.

이제열 법림선원 지도법사 yoomalee@hanmail.net

 

[1460호 / 2018년 10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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