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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수행 김은하-상

기자명 법보

이유도 모를 공허함 느낄 즈음
명상 갈망하다 미타선원 인연
마음치유도 병행하는 프로그램
가족·지인에 참회하는 계기 돼

59, 대지월

그 즈음이었다. 보물섬을 재발견한 시기가. 3년 전, 무언가 공허함을 느낄 때였다. 오랜만에 친구와 용두산공원을 찾았다.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며 여기저기 시선을 뿌리고 산책했다. 비탈진 길을 내려오던 참이었다. 하염없는 눈길이 닿은 곳은 미타선원이었다. 마치 도심 속에 섬이 떠 있는 듯한 인상을 줬다. 이 도량이 내 인생의 보물섬이 됐다는 사실은 뒤늦게 알아차렸다.

사실 나는 평소 나름대로 수행과 기도를 해왔다고 자부하는 재가불자였다. 누군가에게 내세우지 않았지만 줄곧 불경도 읽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였을까. 무언가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에 시달렸다. 마음에 빈자리가 생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현 듯 ‘명상’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인터넷 검색을 하던 중 미타선원 ‘행복명상’이라는 프로그램을 알게 됐다.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몽글몽글 피어올랐지만 쉽사리 그 자리에 동참하지 못하던 차였다. 그렇게 인터넷 접속만 반복하던 중 도량이 바로 눈앞에 나타났으니, 보물섬을 찾은 것과 같은 마음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설렘이었다.

이것도 인연 아닌가. 미타선원 문을 두드렸다. ‘행복명상’ 프로그램을 문의하고자 종무소의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그 때, 처음 만난 사람이 바로 행복공감평생교육원 실무를 맡고 있는 사라수 보살이었다. 이렇게 미타선원과 하림 스님 그리고 ‘행복명상’과 첫 인연을 맺었다.

예전에 잠시 단전호흡이라는 것을 해보긴 했다. 그러나 부처님 도량에서 하는 명상은 난생 처음이었다. 설렘과 기대감을 안고 첫 수업에 참여했다. 초심자라 역시 분위기 적응이 되지 않았다. 2시간 동안 명상만 하는 줄 알았는데, 명상과 마음치유를 병행하다 보니 어색했다. 그래서 집중도 잘 되지 않았다. 끈질기게 해보는 수밖에 없었다.

한 번, 두 번 횟수가 늘어가면서 서서히 나 자신도 몰랐던 내면으로 들어가게 됐다. 어린 시절 내 모습을 만나 보니 새삼스러웠다.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가면서 지금까지 담아 두었던 소소한 것부터 나도 모르게 마음 한켠에 자리 잡고 있었던 부분까지도 알아차림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나는 성격이 급한 편이었다. 욱 하는 성격, 소위 말하는 다혈질 기질이었다. 명상 수업에 빠지지 않고 동참하면서 조금씩 달라지는 자신이 보였다. 이전에는 화가 나면 상대방 탓으로 돌리는 일이 당연했다. 안에서 뭔가 욱하고 일어나면 주변 사람 탓이라고 둘러댔다. 하지만 명상수업에 참여하면서 바깥만 바라보던 시선이 내 안으로 들어왔다. 화가 난 상태에서 제자리로 돌아오는 시간이 점점 짧아졌다. 돌이켜보면 결국 모든 원인은 나에게서 비롯됨을 알게 되었다.

특히 찰흙으로 가족 세우기(일면 가족 만들기) 프로그램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어린시절 가족을 추억하며 한 사람 한 사람 모양을 만들 때마다 부모님과 형제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가족을 향한 그리움이 커졌다. 특히 그 분들의 고단했던 삶이 마음으로 전해지면서 감정이 북받쳤다. 붉어진 눈시울, 결국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 내렸다. 에니어그램(인간의 성격 및 행동 유형을 9가지로 분류한 이론) 명상 프로그램을 통해서는 내가 몰랐던 성격과 가족 그리고 주변의 지인들을 더 많이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지난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명상을 통해 그동안 살아오면서 스스로를 포장했던 모습들이 떠올랐다. 양파 껍질 벗겨 내듯 하나하나 벗겨 내면서 매순간 감사하는 마음을 냈다.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상처 줬던 순간들을 참회했다.

무엇보다 명상수업은 다양했다. 수업 중 배운 만다라 명상을 지인들과 나눔을 통해 체험하는 과정에서 어느 한 도반은 색칠을 하면서 참회와 회한의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좋은 기회를 주어서 참 고맙다”고 하셨다. 또 명상수업으로 인해 더 큰 것을 배웠다며 기뻐하셨다.

 

[1460호 / 2018년 10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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