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선원장스님의 탄식
어느 선원장스님의 탄식
  • 이재형 국장
  • 승인 2018.10.22 10:25
  • 호수 1461
  • 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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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선 일변도 수행 풍토 폐단 커
건강 악화에다 매너리즘도 우려
공부하고 안목 나누는 문화 절실

며칠 전 참선하는 스님과 우연히 점심을 먹을 기회가 있었다. 선원장을 맡고 있는 스님은 의외로 현행 간화선 수행 풍토에 비판적이었다. 오늘날 한국 선원에서 스님들이 정진하는 방식은 어느 때부터인가 선의 본류에서 너무나도 동떨어졌다고 탄식했다.

스님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줄곧 앉아있는 좌선 일변도의 수행 방식에 대해 지적했다. 선의 황금시대라는 당송시대 활동했던 수많은 선사들의 어록이 남아있지만 어느 곳에도 좌선을 강조하는 구절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했다. 우리나라 선불교에 지대한 영향을 줬던 임제 선사의 상당법어 마지막 구절인 ‘구립진중(久立珍重)’의 의미를 상기시켰다. 방장스님(주지스님)의 법어를 듣는 동안 ‘줄곧 서 있었으니 이제 편히 쉬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선수행의 요체가 결코 좌선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자 당송시대 선종사원 연구서를 펴낸 분도 스님의 말에 적극 동의했다. 그에 따르면 청규의 효시가 된 백장회해 스님의 ‘백장청규’에도 좌선 시간은 개인의 역량과 자율에 맡겼다. 좌선 위주의 수행법이 정착된 것은 선이 전성기를 지난 남송시대였다. 이전까지는 모든 일을 전폐하고 오로지 좌선만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 아침저녁으로 방장스님의 법문을 듣고, 방장스님으로부터 개별 지도를 받는 독참도 있었다. 게다가 각각 맡은 소임이 있고 자급자족을 위한 울력까지 해야 했기에 좌선 시간은 4~5시간을 넘지 않았을 것으로 보았다.

선원장스님은 옛 조사들께서 고목처럼 종일 앉아 있다고 해서 부처가 되는 것이 아니라고 했음에도 지금 한국 선원에서 하루 8시간 좌선은 기본이고 10시간, 14시간, 심지어 18시간까지 앉아있는 일도 있다고 했다. 오래 앉아 있어야 수행을 열심히 한다고 인정받고, 그것을 권장하는 것이 현재 한국의 선원 분위기라는 것이다.

스님은 이어 좌선 일변도의 수행문화가 가져오는 폐단에 대해 언급했다. 오래 앉다 보면 무릎과 허리에 심한 무리가 와서 고통받거나, 활동부족으로 장기가 상하기도 하고, 상기병과 두통으로 고생하는 스님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무엇보다 앉는 일에 점점 익숙해지면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고 수행의 진척이 더뎌 자칫 직업수좌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는 학생이 선생님의 지도나 변변한 책도 없이 홀로 몇 년간 자율학습을 한다고 해서 실력이 월등히 향상되기 어려운 것과 비슷하다고 했다.

스님이 당송시대 선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산중에서 길을 잃었다면 그곳에서 계속 헤맬 게 아니라 왔던 길을 되돌아 원점으로 가야하듯 한국불교는 이제 수많은 선지식들이 배출될 수 있었던 옛 선원총림의 오도시스템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스님은 지금 선원에 당송시대처럼 공부에 꼭 필요한 법문과 납자들을 지도할 수 있는 명안종사가 드묾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결제 중에 대중들이 함께 선어록을 읽고, 서로 공부한 바를 공유하고 나누는 안목교환의 문화가 절실하다고 보았다. 최선이 아니라면 차선이라도 택해야 하듯 유능한 스승이 없다면 서로가 서로에게 선지식이 돼줄 수 있는 수행문화 정착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그럴 때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바른길을 일러줄 수 있는 선지식들이 나오고 한국불교도 대중의 신뢰와 존경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형 국장

스님의 절박한 고민과 사유에서 나온 방안이 화석처럼 굳어진 오늘날 수행문화에서 얼마나 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게 할런지는 알 수 없다. 오히려 어른스님이나 도반들로부터 기존의 수행풍토를 어지럽힌다느니, 차라리 산문을 떠나라는 얘기나 듣지 않을까 걱정된다. 옛사람들은 수행이란 익은 것은 설게 하고 선 것은 익게 하는 일이라고 했다. 익숙함이 편안함을 줄 수는 있겠지만 고인물이 그렇듯 썩기도 쉽다. 스님의 원력이 한국 선불교의 새로운 물줄기가 되어 도도히 흐르기를 발원한다.

mitra@beopbo.com

 

[1461호 / 2018년 10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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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분아 2018-11-05 08:20:26
기와를 간다고 거울이 되겠습니까. 좌선해서 한소식 한다면 우리 불교계에 수많은 깨친 이가 나왔겠지요. 그런데 현실은 어떻습니까. 좌선이 능사가 될 수 없습니다.

민세 2018-11-04 23:48:21
원각경-에 이르길 “모든 한량없는 지혜는 다 선정에 의해서 나온다.” 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선정이 우선적으로 시급하다고 했습니다.

좌선을 주로 하는 이유는 동적인 행선보다 마음을 우선 가라앉히는데 더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행선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행선으론 한계가 있습니다.

오랜시간 참구하고 다시 정에서 나와 십이연기를 조사하는 것 역시 좌선으로 장시간 할 수 있지 움직이면서 하기에는 쉽게 깨집니다. 화두 참구 또한 옛 선사들은 대부분 좌선을 통해 궁극의 자리까지 이르렀습니다. 어떤 행위에서 갑자기 나온 오도기연 역시 오랜 좌선으로 말미암은 것입니다.

혹자는 동적인 행을 하면서 화두참구가 더 잘되는 사람도 드물게 있습니다. 그런 행자는 자신의 기질에 맞게 계발시켜나가면 됩니다.
.

운산무소 2018-11-03 14:11:53
모두가 수학박사라도 다 암산왕은 아니네!

현양매구 2018-10-29 16:04:35
어느선원장인데요?
말이 신빙성있으려면 드러내야하고 그가 그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점검해야한다.
기자님! 당신이 아무리 들여다 보아도 모를것은 모릅니다.

결초 2018-10-29 15:58:35
그런 수행조차 안하면서 권력과 돈과 여자를 탐하는 스님들을 탓하라.
앉아서 부지런히 수행하는게 죄이면 결제중 음주가무는 무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