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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가 개신교를 닮아선 안 되는 것

지난 8월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 등 11명이 발의한 사회복지사업법 일부 개정안이 단 한 번의 논의도 없이 두 달 만에 철회됐다. 김 의원 등이 발의한 개정안은 사회복지시설 운영자가 종사자 및 거주자, 이용자에게 종교행위를 강제해서는 안 되며, 이를 위반할 경우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종교 법인이 설치·운영하는 사회복지시설에서 종사자와 이용자에 대해 헌금 및 종교행사 참여를 강요하고 이를 거부하면 정직, 해고, 사직 등을 권고하는 일이 발생함에 따라 사회복지사와 이용자의 종교 자유를 보장하겠다는 취지였다.

이 같은 사실이 전해지자 개신교계가 거세게 반발했다. 교회와 목사, 개신교인들의 항의전화가 빗발쳤고, 국회 앞에서는 법안 개정을 반대하는 1인 시위가 열렸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이 같은 내용의 청원이 수백 건 올라왔다. 보수 개신교계를 대변해온 한국교회언론회는 “개신교 신앙을 갖지 않은 종사자가 이런 곳에서 근무하는 것이 부합하지 않다면 자신의 종교와 맞는 시설을 찾아가면 된다”고 비상식적인 주장을 늘어놓기도 했다. 그러나 빗발치는 항의에 결국 김 의원 등이 무릎을 꿇고 만 것이다.

종교 법인이 운영하는 사회복지시설 내 종교강요 행위는 지금도 공공연하게 발생하고 있다. 2017년 국가인권위에서 실시한 ‘중증·정신장애인 시설생활인에 대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특정종교를 강요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이 18.2%, 종교행사에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응답한 사람이 24.7%에 이른다. 올 8월에도 시설 장애인들의 수당 중 일부를 빼내 헌금으로 2년간 1800만원을 거둔 화천군 복지시설 한 곳이 적발되기도 했다.

철회된 개정안은 종교 법인이 운영하는 시설에서의 자유로운 종교활동을 금지하는 게 아니라 종교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핵심이었다. 이미 우리사회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신앙을 이유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개정안이 발의된 것은 그만큼 종교 법인이 운영하는 사회복지시설에서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가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개신교계의 광범위한 일탈 행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불교계도 자유롭지는 않다. 실제 서울의 한 불교계 복지법인이 최근 산하 시설 직원들에 종교행사 참석을 강요했다는 이유로 관계당국의 조사를 받았다. 3000배를 해야 승진할 수 있는 불교 재단이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김현태 기자

종교 법인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종교차별금지’와 ‘종교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에 우선할 수는 없다. 더욱이 법과 법률에 의해 설립되고 국가의 지원과 관리감독을 받는 사회복지시설은 더더욱 그러하다. 종교계도 평등한 사회의 구성원일 뿐이다. 예외 없이 지켜야 하는 규칙을 준수하고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때 사회의 리더로 구성원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다. 이 일이 우리 내부의 잘못된 관행을 살펴 바로잡는 계기는 되길 바라는 이유다.

meopit@beopbo.com

 

[1461호 / 2018년 10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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