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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정신분석으로 동화 속 감정의 진실 읽기

  • 불서
  • 입력 2018.10.22 15:08
  • 호수 1461
  • 댓글 0

‘마음에 들다’ / 김권태 지음 / 서쪽나무

‘마음에 들다’
‘마음에 들다’

신화와 동화는 인류의 보편적 발달과정과 희로애락을 담고 있다. 여기에 우리 마음을 선명하게 비춰주는 이야기거울이라는 점이 더해지면서 다양한 심리적 측면까지 내재하고 있다. ‘마음에 들다’는 이 신화와 동화를 불교와 정신분석의 세계를 넘나들며 분석함으로써, 읽는 이로 하여금 자신의 감정과 의식세계를 되짚어 보게 한다.

저자 김권태는 널리 알려진 ‘나르키소스’ ‘오이디푸스’ ‘에로스와 프시케’ 등 세 개의 신화와 ‘신데렐라’ ‘잭과 통나무’ ‘백설공주’ 등 세 개의 동화를 통해 방대한 교리체계의 불교와 체험하지 않고서는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정신분석의 핵심을 전하려 노력했다.

“동화는 영웅 신화와 마찬가지로 ‘분리→고난→귀환’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행복한 이상을 누리던 주인공에게 갑작스런 시련과 과업이 주어지고, 주인공은 그 고난을 극복함으로서 한층 성숙한 인물이 되어 일상으로 복귀한다. 이것은 ‘의존과 독립’이라는 인간의 영원한 마음주제이며, 관혼상제로 대변되는 인간의 ‘보편적 통과의례’에 관한 이야기다. 이때의 해피엔딩은 고난의 극복을 통해 행복한 결말에 이를 수 있다는 긍정적인 세계관을 갖게 하며, 뜻하지 않게 찾아오는 고통에 대해서도 이것이 성숙을 위한 과정이고 그 뒤에 더 큰 열매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갖게 한다.”

저자는 지난 2017년 ‘법보신문’에 연재했던 내용을 엮은 책에서 동화와 신화의 구조를 이렇게 분석하고, 그 안에서 일어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감정들을 설명한다. 동화와 신화의 이야기 속에 담긴 감정을 ‘분노, 기쁨, 근심, 슬픔, 공포’ 등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누고, 그 감정들의 일어나고 사라짐에 따라 행복을 느끼기도 하고 불행을 느끼기도 하는 과정을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다. 불교철학과 서양 정신분석을 통섭한 저자는 여기서 신화와 동화에 담긴 이야기 속 감정들이 인간의 내면에 잠재한 근원적 욕망과 한계, 그리고 기쁨과 슬픔에 대한 상징임을 설명한다.

또한 본문 외에 별도로 주석을 붙여 하나의 이야기를 본문과 주석으로 차원을 달리해 분석했다. 앞서 동화와 신화의 구조를 분석한 내용 중에 붙인 주석에서 “무상한 것이 괴로움이 되는 이유는 마치 모래로 밥을 지으려 하는 것처럼 모든 것이 무상한데 그것을 수용하지 못하고 무언가 영원한 것이 있다는 착각과 집착을 갖는데서 필연적으로 따르게 되는 괴로움인 것이다”라고 한 것처럼, 본문과 주석이 합해져 이야기 저변에 숨어 있던 진실과 함께 새로운 텍스트를 만들어 내는 구조를 취하게 된다. 자칫 지나치게 많아 보이는 주석으로 인해 본문을 읽는데 방해된다고 생각될 수도 있으나, 주석에 익숙해지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통해 본문을 심도 깊게 이해하게 되는 특별한 책 읽기 경험을 할 수 있다.

불교를 통해 심연을 탐색한 저자가 서양 정신분석을 더해 읽어낸 동화와 신화에서 우리 안에 숨어 있는 감정의 진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1만2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461호 / 2018년 10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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