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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5정심관의 의미

다섯 가지 번뇌 극복 위한 사념처의 보조적 수행법

초기경전에선 연원만 확인
아비달마 때 확실히 정립
보조적 수행법 경향 강해
사념처와 칠각지로 이어져

5정심관(五停心觀)이란 5가지 번뇌의 장애, 즉 탐욕․성냄․어리석음․아만․산란 등을 다스리기 위한 수행법으로 4념처 수행의 준비단계로 설명된다. 즉 5정심관 중 ①부정관(不淨觀)은 탐욕이 강한 사람에게 적합하고 ②자비관(慈悲觀)은 분노가 많은 사람 ③인연관(因緣觀)은 어리석은 사람 ④계분별관(界分別觀)은 아만이 강한 사람 ⑤수식관(數息觀)은 산란심이 강한 사람에게 적합한 5가지 수행법을 말한다. 이를 5도문(五度門), 5종심관(五種心觀)으로도 부른다.

하지만 초기경전에서는 5정심관이라는 용어 자체는 보이지 않는다. 다만 초기경전에서는 4념처 수행과 관련하여 부정관과 수식관이 예비단계로 설해지거나, 경전의 곳곳에서 5정심관과 관련된 수행법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설명되고 있다. 예컨대 ‘중아함경’에서는 5정심관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4가지 항목이 소개되고 있다. 즉 “부정(不淨)을 닦아서 욕망을 끊고, 자(慈)를 닦아서 분노를 끊으며, 출입식(出入息)을 닦아서 산란한 마음을 끊고, 무상상(無常想)을 닦아서 아만을 끊는다”고 한다.

이런 점에서 아비달마불교 이후에 전개되는 5정심관은 초기경전에서 그 연원이나 수행적인 기반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른바 5정심관은 설일체유부의 수행체계에서는 ①부정관 ②자비관 ③연기관 ④계차별관 ⑤수식관 등으로 설명된다. 이 5정심관은 인도 유식학 논서인 ‘성문지’에서도 그대로 계승되고 있는데, 좌선삼매경(坐禪三昧經)이나 5문선경요용법(五門禪經要用法) 등의 선경(禪經)류의 문헌에서는 계차별관이나 계분별관 대신에 염불관이 쓰이기도 한다. 한편 중국불교에서는 5정심관이 정영사(淨影寺) 혜원(慧遠, 523~592)의 ‘대승의장(大乘義章)’을 비롯한 천태 지의(智顗, 538~597)의 ‘마하지관’ 등에서 다양하게 소개되고 있다.

요컨대 우선 ①부정관(不淨觀)은 시체가 부패해가는 과정을 여실하게 관찰하거나 자신의 몸 안에 있는 똥․오줌․가래 등의 부정한 실상을 관찰하여 자신의 몸에 대한 애착이나 감각적 욕망 등을 끊는 수행법을 말한다. 이는 4념처 중 신념처와 매우 긴밀한 관계를 가진다. ②자비관(慈悲觀)은 분노의 성향이 강한 사람이 악의를 제어하기 위한 수행법을 말한다. 이때 자(慈, mettā)는 자애의 마음으로 즐거움을 함께 하는 것이고, 비(悲, karuṇā)는 연민의 마음으로 슬픔을 함께 하는 것을 말한다. 초기불교에서 자비관은 모든 존재들이 괴로움을 벗어나 행복한 삶을 얻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자애를 닦는 수행을 말한다. ③인연관(因緣觀)은 어리석음의 성향이 있는 사람이 어리석음을 없애기 위해 닦는 수행법이다. 초기경전에서는 어리석음을 끊어 버리기 위해서는 지혜를 닦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중아함경’에서 ‘연기를 보는 자는 법(法)을 보고, 법을 보는 자는 연기를 본다’고 설명하듯이, 연기의 이치를 통찰하는 것이 바로 지혜의 계발과 직결되는 것이다. ④계분별관(界分別觀)은 계차별관(界差別觀)이라고도 하며, 아만의 성향이 있는 사람이 육체나 육체와 마음을 구성하는 요소를 4계 또는 6계 등으로 분석해서 관찰하는 수행법을 말한다. 이를 통해 수행자는 육체와 마음을 ‘나’라 생각하거나 뛰어나다고 집착하는 아만을 극복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⑤수식관(數息觀)은 산란심의 성향이 강한 사람이 행하는 수행법으로 4념처 수행의 근간이 되기도 하며, 자신의 호흡 즉 들숨과 날숨에 주의를 집중하여 숫자를 세거나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알아차리는 수행법이다. 이를 통해 수행자는 산란한 마음을 안정시키고, 종국에는 수식관이 4념처나 7각지와 긴밀한 관계를 통해 지혜계발과 해탈로 인도하는 초석이 된다. 결국 5정심관은 초기경전에서 용어상으로는 명확히 확인되지 않지만, 보조적인 수행법이나 4념처나 7각지 등과 관련해서는 수행적인 기반으로 이해된다.


김재권 동국대 연구교수 marineco43@hanmail.net

 

[1461호 / 2018년 10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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