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영 박사의 ‘한국불교 해외전법의 역사와 미래’
서재영 박사의 ‘한국불교 해외전법의 역사와 미래’
  • 서재영
  • 승인 2018.10.23 13:30
  • 호수 146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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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전법은 문명의 위기에 해답 제시할 수 있을 때 성공 가능

초기엔 수행 중심으로 전법
현재는 경제적 원조가 중심

마음의 평화와 새 비전 위해
서구는 불교 가르침에 주목

개인의 기복적 신앙서 탈피
공동선 기여해야 해외전법

해외로 나가는 전법 외에도
오게 하는 것 또한 해외전법
지난해 1월15일 LA 관음사에서 열린 미국중서부해외특별교구추진위원회 및 LA조계종연합회 출범식.
지난해 1월15일 LA 관음사에서 열린 미국중서부해외특별교구추진위원회 및 LA조계종연합회 출범식.

서재영 불광연구원 책임연구원의 이 논문은 고암문도회와 불교평론이 고암상언(1899~1988) 스님의 열반 30주년을 추모해 10월12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한국불교의 역사적 전통과 미래’를 주제로 개최한 학술세미나에서 발표한 논문이다. 편집자

해외전법은 대한민국 국경 밖의 영토에 불법을 전하는 일이다. 지역적으로 보면 첫째 북미와 유럽 등 서구 선진국을 대상으로 하는 전법을 들 수 있다. 한국의 해외전법 제1기는 1970년대부터 미국과 캐나다 등 주로 북미를 중심으로 펼쳐졌다. 둘째는 아시아와 남미, 아프리카 등 경제적으로 여건이 어려운 지역에 불법을 전하는 것으로 전개되었다. 한국불교 해외전법 제2기는 1990년대부터 시작된 흐름으로 주로 저개발국을 대상으로 한 개발 NGO 활동으로 진행되었다.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한 지역은 신 중심의 종교문화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탈종교화의 성향이 뚜렷하다. 따라서 이들 지역에서는 자연히 좌선과 같은 명상이 힘을 발휘했다. 반면 제2기에 해당하는 동남아와 아프리카 등지는 복지와 교육 등 물질적 나눔을 필요로 하는 지역이다. 따라서 1기와 2기의 접근방향은 근본적으로 차원을 달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제1기가 숭산 스님과 삼우 스님을 중심으로 수행문화를 주로 전하는 것이었다면 제2기는 법륜 스님과 월주 스님으로 대변되는 경제적 원조에 초점이 맞춰지는 차별성을 띤다.

한국불교는 50여년에 이르는 해외전법의 역사를 가지고 있고, 나름대로 성과도 이룩했다. 현재 조계종에 등록된 해외사찰은 27개국에 걸쳐 138개 사찰이 분포해 있다. 문제는 이들 사찰이 세계 곳곳에 골고루 분포되지 못하고 미국에만 절반에 해당하는 71개 사찰이 편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다음으로 중국에 10개, 캐나다에 9개의 사찰이 분포해 있다. 뉴질랜드와 호주에 각 4개가 분포해 있고, 단 하나의 사찰만 있는 국가도 13개국이나 된다. 대륙별로 보면 북미가 80개로 압도적이고, 아시아가 32개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유럽과 남미에는 각각 9개의 사찰이 분포되어 있다.

하지만 2009년 조계종에서 발간한 ‘해외사찰 편람’에 등재된 해외사찰은 이보다 많은 145개에 달한다. 이는 2011년 제정된 해외특별교구법에 따라 사찰등록요건이 복잡해지면서 미처 등록하지 못한 사찰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 사찰 중에는 조계종 사찰이 직접 건립하거나 자매결연을 통해 교류하는 경우도 있다. 수덕사는 헝가리에 원광사를 건립했고, 통도사와 송광사 등 교구본사 8개 사찰이 대만, 미국, 프랑스, 몽골 등에 사찰을 건립하거나 교류하고 있다. 조계종에 등록하지 않거나 파악되지 않은 사찰 수까지 포함하면 대략 160∼17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불교가 세계불교에서 위상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한국불교만의 특징을 확보하는 특수성과 세계종교로서 인류에 기여하는 보편성을 동시에 확립해야 한다. 한국불교만의 특수성을 확립하지 못하면 한국불교의 세계화는 추상적인 개념이 되며, 인류보편의 이익에 기여하는 보편성이 없다면 세계시민들로부터 선택받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한국불교만의 특수성과 인류 보편의 보편성을 확립하는 것은 한국불교의 세계화, 해외전법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해외전법은 불자의 중요한 사명이지만 세계로 눈만 돌린다고 해서 될 문제는 아니다. 세계의 종교지형에서 한국불교가 통하려면 한국불교 자체가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 실제로 해외에서 활동하는 분들은 “한국불교의 특성과 우수성이 무엇인지를 돌아보는 것이 전제”되어야 하며 “자화자찬식 혹은 자기도취적 아집으로 미화된 한국불교로는 외국인들에게 다가설 수 없다”고 진단한다.

밖으로 눈을 돌리기 전에 먼저 내부적인 자기성찰과 자기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불교자체가 경쟁력이 없고, 시대적 상황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해외로 나간다고해서 경쟁력이 생길 수는 없다. 현재 한국불교는 승가의 도덕성 실추, 탈종교화에 따른 불자와 출가자 감소와 같은 시련을 겪고 있다. 한국불교가 세계불교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한국에서부터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며, 한국불교만의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

한국불교의 경쟁력 확보와 정체성 확립이 특수성의 문제라면 인류보편의 이익과 행복에 기여하는 것은 보편성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불교가 해외로 나가서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행복에 기여할 수 없다면 굳이 가야할 이유가 없다. 교단의 유지와 발전을 위해서가 아니라 중생의 이익과 행복을 위해서 해외전법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영국의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Arnold J. Toynbee)는 “불교와 서양의 만남은 20세기의 가장 의미심장한 사건”이라고 했다. 북미지역에서 활동했던 삼우 스님 역시 “아시아가 서양에 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선물은 불교”라는 미국 철학자의 말을 인용하며 “서양 사람들은 마음의 평화와 인생의 새로운 비전을 위해 불교를 원하고 있다”고 했다.

21세기 들어 유럽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이런 현상은 자기수행 전통에 기초한 동양종교에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일예로 개리슨 재단은 경영난에 봉착해 방치된 가톨릭수도원을 사들여 수행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명상센터로 탈바꿈시켰다. 여기서 가까운 젠마운틴센터 역시 가톨릭수도원을 일본의 조동종 계열의 단체가 인수해 수행센터로 활용하고 있다. 원불교의 필라델피아 교당 역시 교회를 인수해 개조한 건물이다. 해외로 진출한 한국불교 역시 교회를 인수해 선 센터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세인트루이스의 베트남 사찰, 태국 사찰, 대만 불광사 등도 교회를 사찰로 변경한 경우들이다. 이런 사례들은 비록 소수지만 서양의 종교전통을 불교가 대체하는 한 단면인 것만은 분명하다.

나아가 불교가 세계화 되고, 해외전법이 성공적이기 위해서는 생태, 생명, 평화, 공동체, 빈부격차, 인종갈등 등 현대문명이 직면해 있는 사회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할 수 있는 사상과 문화가 필요하다. 숭산 스님이나 삼우 스님 등이 영어를 잘 해서 북미 전법에 성공한 것은 아니다. 언어능력도 중요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을 불교적 가치관, 미래 사회에 대한 비전, 문명사적 전환에 대한 대안적 철학과 가치관이 필요하다.

불교는 문명사적 전환에 대한 응답으로 접근해야 하고, 2000년을 지탱해 왔던 종교문화를 대체하는 역할을 해야 하고, 새로운 종교적 영감을 불어넣을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한국에서 하던 것과 같이 개인적 기복성에 초점을 둔 의례 중심적 신앙전통에서 탈피해 인류의 공동선에 기여하는 대안종교로서의 사상과 콘텐츠를 확립해야 한다. 진월 스님도 “한국불교가 불교인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세계평화와 환경운동 등 공동선을 위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세계인들에게 심어주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따라서 해외 전법이 성공하려면 시대를 선도하는 안목과 문화에 대한 콘텐츠를 확보해야 한다.

그동안 해외전법은 원력을 가진 몇몇 선구자들에 의해 개별적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해외전법이 체계적이고 힘 있게 추진되려면 종단적 차원에서 종합적인 계획을 세우고 접근해야 한다. 다양한 분야가 있을 수 있지만 사람, 제도, 콘텐츠, 문화전통이라는 네 가지 측면만을 살펴본다면 첫째 해외전법이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되기 위해서는 전문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둘째는 해외전법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구상하고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구축해야 한다. 셋째 해외전법을 위한 콘텐츠의 개발과 문화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넷째 전통문화를 기반으로 찾아오는 전법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사람만 있고 제도와 노하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무수한 시행착오에 봉착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원력을 가진 사람이 해외전법을 효율적으로 펼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체계도 갖추어야 한다. 1세대들은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하며 길을 개척했다. 그런 방식으로 하려면 개인의 역량이 탁월해야 하고, 강인함이 필요하다. 따라서 모든 사람에게 그런 능력을 발휘해 주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개인의 역량과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은 해외특별교구 운영의 내실화, 글로벌 전법 네트워크의 구축 등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다.

원력을 가진 사람과 제도가 마련됐다면 다음은 사람과 제도를 채울 소프트웨어 즉, 콘텐츠와 문화프로그램의 개발이 필요하다. 해외전법은 기본적으로 법(法)을 전하는 것이고, 그 법을 전파할 수 있는 콘텐츠와 문화프로그램을 확보하는 것은 전법에서 핵심적 사항이다. 전법을 위한 콘텐츠 개발,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는 허브 구축, 문화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서 재 영불광연구원 책임연구원
서 재 영
불광연구원 책임연구원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가라는 속담이 있듯이 해외전법을 위해서는 해외로 가야 한다. 하지만 지역적으로 해외에 나가는 것만이 해외전법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법의 핵심은 영토가 아니라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므로 해외전법의 핵심도 지역이 아니라 사람이다. 해외전법의 대상을 사람으로 한다면 굳이 해외로 나가지 않아도 가능하다. 한국불교의 문화적 전통을 바탕으로 찾아오게 하는 전법도 좋은 대안일 될 수 있다. 템플스테이를 통한 전법, 수행과 문화프로그램을 통한 전법,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전법 프로그램의 개발 등이 그것이다.

 

[1461호 / 2018년 10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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