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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김동억의 ‘와불’

기자명 신현득

부처님 열반상 본 동심의 세계 표현

누워있던 할아버지 기억하며
법당안 와불이 꾸짖는다 생각
잘못한 일 하나씩 떠올리면서
뉘우쳤으니 일어나시라 기도

부처님은 열반하시면서 교법과 계율로써 스승을 삼고 수행하라고 하셨다. 그러나 불제자들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부처님 상을 조성하여 법당에 모시고 부처님 은혜에 보답하기도 하고, 복덕을 기원하기도 했다.

불상 중에는 앉아있는 좌상이 많다. 서 있는 입상이 있고, 드물게 누운 모습이 있는데 이것이 와상이다. 와상으로 조성된 불상을 와불이라 부르기도 한다. 와불은 부처님이 열반하시는 모습을 조각한 것이다.

부처님 열반 모습, 열반상(涅槃像)은 무엇인가? 부처님은 세상살이를 여덟 가지 모습으로 보여주셨다. 첫 번째는 도솔천에서 사바세계로 내려오심이요, 두 번째는 룸비니에서 태어나심이요, 세 번째는 네 곳의 성문 밖을 나가서 세상 일을 살피심이요, 네 번째는 성을 넘어 출가하심이었다. 다섯 번째는 히말라야에서 수도하심이요, 여섯 번째는 보리수 아래서 마왕의 항복을 받아내심이요, 일곱 번째는 사슴동산을 시작으로 온 사바세계에 가르침을 펴심이요, 여덟 번째는 사라나무 두 그루 사이에서 열반을 보여주심이었다. 부처님이 보여주신 바른 인생의 여덟 모습이요, 팔상(八相)이다.

2월15일이었던 이 날, 부처님은 쿠시나가라 두 그루 사라나무 사이에 자리를 잡고 하루 낮 하룻밤 동안 마지막 법문인 ‘열반경’을 설하셨다. 80억 백 천 중생이 부처님의 마지막 법문을 들었다고 경전에 전한다. 기는 벌레, 나는 새, 뛰는 짐승까지 부처님 음성에 귀를 기울였던 것이다.

그 요지는 “몸은 사라지지만 법신으로 시방세계에 영원히 상주한다(佛身常住)” 하는 말씀이셨다. 그리고 부처님은 머리를 북으로 얼굴을 서쪽으로 향하시고 오른쪽 옆구리를 땅에 대고 누우셔서 열반하셨다.

부처님의 이 모습을 새긴 것이 열반상이다. 이처럼 심오한 가르침이 있는 부처님 열반상에 대하여 어린 동심은 어떻게 생각을 할까?

와 불 / 김 동 억

부처님
이제 그만 일어나셔요.
제가 잘못했습니다.
뉘우치고 있어요.
뒷산 둥지에서

새알 몇 개 훔쳐온 일
방아깨비 잡고 놀다
다리를 부러뜨린 일.
어머니 몰래

오락실 다녀온 일
친구와 놀다
학원 빼먹은 일

모두모두 잘못했네요.
그만 일어나셔요.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으셨나요.
부처님 말씀 잘 들을게요.

김동억 동시집 ‘무릎의자’(2017)에서

동심이 법당에서 부처님 열반상을 참배하였다. 부처님은 누워서 절을 받으신다. 동심은 생각한다. ‘부처님이 누워 계시네. 왜 일어나 앉아서 절을 받지 않으시고, 누워 계실까?’ 동심은 생각한다. ‘부처님이 나를 꾸짖고 계시나 봐. 우리 할아버지도 내가 꾸중 들을 일이 있을 때, 입을 다물고 누워 계셨거든….’

생각해보니 잘못한 일 몇 가지가 있었다. 뒷산 새둥지에서 새알 몇 개를 훔쳐온 일이다. 방아깨비를 잡고 놀다가 다리를 부러뜨린 일이다. 어머니 몰래 오락실에 다녀온 일과, 친구와 놀다가 학원을 빼먹은 일이다.

“이것 모두 잘못했다고 뉘우치고 있어요. 부처님, 제발 일어나 주세요.” 꼬마의 기도다. 독자는 시 속에서 놀라운 법문을 읽을 수 있다. 그것은 심오한 ‘열반경’의 진리와 꼬마의 생각이 부처님께 귀의하고 생활하는 데에는 둘이 아니라는 것.

김동억 시인은 경북 봉화 출신(1946)이며, 법명이 상락(常樂)이다. 1985년 등단, 동시집으로 ‘해마다 이맘때면’(1988), ‘무릎의자’(2017) 등이 있다. 대한아동문학상(2009), 한국동시문학상(2017) 등을 수상했다.

신현득 아동문학가·시인 shinhd7028@hanmail.net

 

[1461호 / 2018년 10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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