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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학·인재불사 일로매진한 인환 스님 원적

  • 부고
  • 입력 2018.10.26 18:04
  • 수정 2018.11.02 16:38
  • 호수 1462
  • 댓글 4

10월26일 세수 88세·법랍 67년…부산 내원정사서 원로회의장

도쿄대학에서 박사학위 취득
통합대장경 아카이브 구축해
‘자랑스런 한국인’에도 선정

이 세상이 그대로 정토요, 내세에는 법계를 누비겠다던 조계종 원로의원 인환(印幻) 스님이 10월26일 원적에 들었다
이 세상이 그대로 정토요, 내세에는 법계를 누비겠다던 조계종 원로의원 인환(印幻) 스님이 10월26일 원적에 들었다

이 세상이 그대로 정토요, 내세에는 법계를 누비겠다던 조계종 원로의원 인환(印幻) 스님이 10월26일 원적에 들었다. 세수 88세, 법랍 67년. 영결다비식은 10월30일 오전 10시 부산 내원정사에서 원로회의장으로 엄수된다.

인환 스님은 출가 인연부터 드라마틱했다. 1·4 후퇴에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일이 계기였다. 한국전쟁 당시 1950년 12월, 중공군 인해전술에 밀려 후퇴를 하는 상황에서 형과 함께 피난길에 올랐던 17세 아이는 절체절명의 순간과 마주했다. 형의 손을 놓쳤고, 마지막 배에 오르지 못할 상황이었다. ‘죽는다’는 생각에 찬 겨울바다로 뛰어들어 배를 향해 헤엄쳐 가까스로 배에 올라 목숨을 구했다.

피난처였던 부산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굶주림 해결이 급선무였던 아이는 어느 할머니에게 불도수행을 권유 받고, 며칠 뒤 부산 선암사로 향했다. 향곡 스님과 수좌스님들의 법거량을 본 17세 아이는 신선한 충격에 빠졌다. 총칼의 대립과 진리의 대립을 한 번에 목격했고, 곧바로 원허 스님을 은사로 삭발염의했다. 1952년 일이다.

이후 한국불교 대표적 율사 자운 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한 인환 스님의 60여년 출가수행자 생활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스님은 한 평생을 불교학 연찬과 후학 양성에 한 평생을 일로매진해왔다.

선방서 5년을 정진한 스님은 운허 스님 회상 아래 7년 동안 수학했다. 통도사에서는 3년을 보내며 ‘화엄경’ 80권을 세밀하게 살폈다. 이후 만행길에 오른 스님은 밤이 내려앉기 전 절에 도착해 마당부터 쓸었고, 날이 밝기 전 해우소를 청소하고 길을 나섰다. 오대산 적멸보궁에 이르러 용맹정진한 스님은 형언할 수 없는 환희심을 느끼고 더욱 향학열을 불태웠다.

동국대 불교대학에 진학, 1966년까지 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치고 일본 고마자와대학과 도쿄대학서 박사과정을 밟았다. 6년 동안 자료실과 열람실에 좌복 펼치고 좌선하듯 공부한 끝에 1975년 도쿄대학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일본 유학을 마친 뒤 곧바로 미국과 캐나다로 향했다. 공부의 외연을 넓히려면 영어는 물론 산스크리트어 등 언어가 뒷받침 돼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지난해 인환 스님은 “보행이 불편하고 눈도 어두워 잔글씨를 보기 힘들다. 귀가 멀어 작은 소리를 듣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고 했다. 하지만 다행이었다. 제자 최동순 동국대 불교학술원 연구원의 제안으로 생애사를 구술해 회고록 ‘나의 발심수행장’ 2권을 남겼다.
지난해 인환 스님은 “보행이 불편하고 눈도 어두워 잔글씨를 보기 힘들다. 귀가 멀어 작은 소리를 듣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고 했다. 하지만 다행이었다. 제자 최동순 동국대 불교학술원 연구원의 제안으로 생애사를 구술해 회고록 ‘나의 발심수행장’ 2권을 남겼다.

“한국불교 은혜를 갚을 때가 됐다.” 인환 스님은 1982년 동국대로 돌아와 1996년 정년퇴임 때까지 후학양성에 매진했다. 그러면서도 불교대학장, 불교문화연구원장, 정각원장, 불교학술원장, 동국역경원장 등 불교학 연찬에 소홀하지 않았다. 특히 불교학술원장을 맡아 21세기 통합대장경 아카이브 구축 및 한국불교기록 유산 집대성 사업을 진두지휘 했다.

불교학 연찬과 후학양성을 향한 인환 스님의 애정은 남달랐다. 2013년 수중에 있던 1억원 전액을 한국불교학 진흥기금으로 동국대에 보시했다. 여든 넘은 노스님의 한국불교를 향한 또 다른 회향이었다. 당시 한국일보는 ‘2013년 대한민국 자랑스런 한국인 그랑프리’ 포교부문 수상자로 인환 스님을 선정했다. “성찰과 참 수행자의 모습으로 국민의 존경과 감동을 이끌어냈으며 진정한 불교의 등불을 밝히고 민족의 스승으로 역사에 길이 새길 업적을 남겼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인환 스님은 “보행이 불편하고 눈도 어두워 잔글씨를 보기 힘들다. 귀가 멀어 작은 소리를 듣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고 했다. 하지만 다행이었다. 제자 최동순 동국대 불교학술원 연구원의 제안으로 생애사를 구술해 회고록 ‘나의 발심수행장’ 2권을 남겼다. 인환 스님은 ‘나의 발심수행장’과 임종게에서 생을 이렇게 정리했다.

“이생에 끝 무렵의 회향에 조용히 참선 삼매 들고나면서 상락아정을 수용하며 적적요연한 경지의 청정본연으로 돌아가겠다. 매일매일이 좋은 날이요, 해마다 해마다 상서로우니 이 세상이 그대로 정토요, 내세에는 법계를 누비리라.”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1462호 / 2018년 10월 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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