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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의 부작용

  • 데스크칼럼
  • 입력 2018.10.29 10:19
  • 수정 2018.10.29 10:38
  • 호수 1462
  • 댓글 1

명상열풍은 불교 위기이자 기회
부작용·상업화 면밀한 관찰 필요
일시적 평안 넘어설 대안 제시를

바야흐로 명상의 시대다. 수십 년 전까지 명상은 수행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이제 그리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없다. 스티브 잡스, 오프라 윈스키, 박찬호, 고소영, 김하온 등 유명 인사들이 명상 애호가임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미국 하버드대학과 스탠포드대학, 영국의 옥스퍼드대학, 독일의 막스플랑크연구소 등에서 명상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으며, 한해 미국에서 쏟아지는 명상 관련 논문도 1200편이 넘는다.

심리상담 및 치료가 일상화된 미국에서 불교명상을 이용하는 전문가들이 절반을 넘어섰으며, 첨단기술의 성지라는 실리콘밸리에서도 명상이 일반화됐다. 가만히 앉아 내면을 성찰하는 명상이 업무 효율을 크게 높이고 인간관계를 좋게 한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되면서 구글을 비롯한 대기업에서도 명상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렇듯 의학·뇌과학·심리학 등 현대과학의 검증을 거친 새로운 형태의 명상은 수행전통이 강한 우리나라에도 속속 역수입되고 있다. 명상 관련 서적이 이미 수천 권을 넘었고 명상 관련 단체들도 급증하는 추세다.

그러면 이 같은 명상 열풍이 한국불교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일단 불교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불교의 영역이 저절로 확대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MBSR(마음챙김에 근거한 스트레스 완화)과 같이 현대인 성향에 최적화된 명상이 각광받지만 전통적인 수행법은 어렵거나 고리타분하게 간주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종교성이 배제된 명상기법으로 인해 기존 불자들마저 개인화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국갤럽이 2015년 발간한 ‘한국인의 종교 1984~2014’는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종교보다 개인적 수련에 관심이 많다는 응답자가 불자의 33%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명상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크게 늘었지만 불자 감소라는 결과로 이어진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는 한국불교가 명상열풍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 수 있음을 의미한다.

최근 불교명상지도자들이 주목하는 것이 명상의 한계와 부작용이다. 명상이 불교수행법에 근거하고 있지만 정작 불교사상과 종교성이 과도하게 배제된 점, 경쟁사회에서 필요한 집중력과 창의력 등 실용성만 중시되고 근본적인 괴로움(성냄·분노·어리석음)의 제거에는 무관심한 점, 명상 과정 중에 나타나는 현상들에 적절히 대처 못하는 명상지도자의 미숙함, 거액이 오고가는 명상 상업화도 극복해야할 과제로 꼽히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앙승가대 대학원이 10월20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개최한 학술대회는 명상의 부작용을 본격 조명한 첫 학술대회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날 발표자들은 다양한 견해를 표명했다. “장애는 수행의 방해물인 동시에 발전의 토대가 될 수 있다. (그렇지만) 장애의 기능을 이해하지 못하는 무지와 수행자 개인의 수준을 배려하지 않는 대중적인 프로그램이 수행자를 괴롭힐 것이다.”(정준영) “불교명상은 힐링과 레저의 효과가 있다. 그러나 불교명상은 힐링과 레저를 넘어 인간의 근원적 문제에 대한 해결을 지향해야 한다.”(조기룡) “(부처님 당시)몸에 대한 탐착을 다스리는 부정관법을 수행하는 비구 60여명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그 대안으로 호흡명상이 대두했다”(인경 스님) 등 비판이 제기됐다.

이재형 국장
이재형 국장

안전이 위험요소를 알아차리는 데에서 비롯되듯 대안은 명확한 문제인식에서 출발한다. 불교교학과 수행법을 토대로 새로운 명상기법을 냉철히 분석할 수만 있다면 오히려 한국불교의 역할이 커질 수 있다. 일시적인 마음의 평화와 집중력 효과를 넘어 지혜의 계발과 대승적 회향이라는 불교가치가 구현되도록 방향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의 무게는 대단히 깊고 무겁다. 명상의 시대에 1700년 한국불교의 저력을 보여줘야 할 때다.

mitra@beopbo.com

 

[1462호 / 2018년 10월 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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