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상에서 화두까지 거침없이 쓴 무문관 일기
망상에서 화두까지 거침없이 쓴 무문관 일기
  • 심정섭 전문위원
  • 승인 2018.10.29 10:52
  • 호수 146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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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지금 간절한가’ / 동은 스님 지음 / 모과나무
‘그대 지금 간절한가’
‘그대 지금 간절한가’

“문 잠그겠습니다.”

철커덕!

그렇게 빗장이 채워졌다. 예불 종소리에 맞춰 향을 사르고 모든 대중이 결제 기간 중 무장무애하길 발원하며 삼배를 올렸다. 그리고 앉았다. 대분심과 대의심과 대신심으로 이 한 철 나기를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지난 2002년 강진 백련사 무문관에 든 동은 스님은 그렇게 발원하며 한 철 정진을 시작했다. 무문혜개 선사는 ‘선종 무문관’을 지으면서 그 서문에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마음을 근본으로 삼고 문 없음을 법문으로 삼는다’고 일러놓고, 서문의 말미에 이르러 ‘큰 길에 문이 없으며 천차만별한 곳에 모두 길이 존재한다’는 게송으로 ‘무문’을 거듭 되새겼다. 그래서 누군가 문을 열어 줄 때까지 밖으로 나올 수 없는 ‘문 없는 관문’에 스스로 몸을 가둔 수행자들은 생사를 걸고 용맹정진에 임한다. 그만큼 절박하고 간절하게 부처님 가르침을 체화하고자 발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토록 절박한 마음으로 들어앉은 곳에서의 하루하루는 결코 만만치 않다. 시간의 거대한 물결에 휩쓸리면서 생사를 걸고 시작한 발심은 희미해지고 불만족, 고통, 욕망, 망상 등이 순간순간 일어나 대분심·대의심·대신심을 밀어내기 일쑤다.

그래서 동은 스님이 백련사 무문관 안에서의 생활과 상념들을 고스란히 옮긴 무문관 일기 ‘그대 지금 간절한가’는 특별하다. 단순한 무문관 체험일기가 아니라, 스스로 원해서 몸을 가둔 그곳에서 불만족, 고통, 욕망, 망상 등이 어떻게 순간순간 일어나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사라져 가는지를 가감 없이 보여주는 마음 알아차림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잡다한 망상에서 화두까지 거침없이 써내려간 무문관 수행일기다.

“내가 나에게 두려운 건 답이 틀리는 게 아니라 내 안의 물음이, 삶의 화두가 사라져버리는 것이다. 물음이 없는 삶은 살아도 죽은 것. 그러나 지금 나의 물음은 처음처럼 고독하다.”
“새벽 두시. 시계가 필요 없을 정도로 이 시간이면 자동으로 일어난다. 일어나기 싫으면 늦잠을 자도 되는데, 오히려 그것이 더 큰 중압감으로 다가온다.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기 싫은 까닭이다. 이번 기회에 나란 존재의 모든 것을 차분히 점검하고 고칠 것이 있으면 애쓸 일이다.”
“오늘은 내 안의 부처가 너무 그리워 하루 종일 굶었다. 허기진 배는 화두를 꾹꾹 씹어 채웠다.”

강원도 삼척 두타산 동쪽 천은사에서 수행을 이어가고 있는 동은 스님이 잡다한 망상에서 큰 생각까지 거침없이 써내려간 무문관 수행일기를 ‘그대 지금 간절한가’로 엮었다.

무문관에서의 생활은 이처럼 철저하게 자기와의 싸움이다. 나 홀로 정진할 시간표를 만들어 스스로를 경책하며 수행해야 한다. 그렇게 좌복에 의지한 채 화두 하나에 이번 생의 모든 것을 걸고 추상같은 의지로 온 몸을 던져 고행의 시간을 채워가는 곳이 바로 ‘문 없는 문의 빗장’을 걸고 앉은 무문관에서의 일상이다.

동은 스님이 출가수행자들을 향해 던진 “그대 이 순간 이 좌복 위에서 생을 마쳐도 한 점 후회함이 없을 정도로 온몸을 던져 정진하고 있는가, 그대 지금 간절한가”란 물음은 그렇게 간절한 자기 점검의 시간을 거친 끝에 나온 것이다. 때문에 그 물음은 별 생각 없이 하루하루 살아내듯이 지나가는 일상에 젖어 있는 세간 사람들에게 이 순간이 얼마나 귀중한지를 일깨워주는 죽비소리에 다름 아니다.

그럼에도 그 이야기들은 결코 무겁지도 지루하지도 않다. 한 평 남짓 좁은 방 벽면에 웃는 부처님을 그려놓고 위안을 삼고, 잠긴 문틈에 코를 대고 비 냄새를 맡으며 즐거워하는 등 일상에서 느끼는 소확행과 스스로에 대한 연민까지 맑은 수채화처럼 담아내 읽는 이까지 미소 짓게 한다.

지난 2011년 ‘무문관 일기’로 선보였던 책을 다듬어 ‘그대 지금 간절한가’로 새롭게 펴낸 스님이 그동안 정진의 날이 무뎌졌음을 자책하고 다시금 수행자의 삶에 숫돌을 들이댈 것을 다짐하듯, 책을 읽는 이들 또한 지금 생을 마친다 해도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지, 지금 최선을 다해 자신의 시간을 살고 있는지를 돌아보며 삶을 곧추세우는 계기를 만날 수 있다. 더불어 지금 여기가 가장 중요한 자리임을 새삼 깨닫게 한다. 1만6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462호 / 2018년 10월 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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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승 2018-10-29 11:25:21
삼보에 귀의합니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