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명상심리상담연구원장 서광 스님
(사)한국명상심리상담연구원장 서광 스님
  • 채문기 상임논설위원
  • 승인 2018.10.29 15:07
  • 호수 146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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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 잔 마셔도 공양 올리듯… 지루한 일상 거룩하게 바꿔 보세요”

너무 외로운 나머지
숨 쉴 때마다 아파
호흡도 멈춰 봤다

운문사 첫 걸음에
“여길 두고
나는 왜 방황했지!”

서양 심리상담 틀에
불교 교리 농축시킨
명상프로그램 ‘탁월’

진정한 ‘불교 명상’은
깨달음 향한 상담·치유
서광 스님은 “차 한 잔 할 때라도 자신 스스로에게 공양 올린다고 여겨보라”고 권했다. 그저 생각 하나 바꾸었을 뿐이지만 무의식적인 일상의 행동에 의식적인 알아차림을 투영함으로써 습관적 패턴을 선택적 반응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서광 스님은 “차 한 잔 할 때라도 자신 스스로에게 공양 올린다고 여겨보라”고 권했다. 그저 생각 하나 바꾸었을 뿐이지만 무의식적인 일상의 행동에 의식적인 알아차림을 투영함으로써 습관적 패턴을 선택적 반응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마음은 뇌의 작용에 불과하다!”

마음 통찰이 부족했던 서양 과학자들이 동양 수행인들에게 던진 일언이다. 그러나 기능성 자기공명 영상(FMRI. Func 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이라 불리는 뇌사진 촬영 기술에 의해 그 선언은 산산조각 났다. 뇌사진을 통해 입증된 결과는 간단명료했다. 불교수행이 뇌의 전두엽 두께와 건강, 심지어 선심소(善心所)와 관련된 뇌의 영역을 활성화시켰다는 것이다. 이는 뇌세포가 형성되고 나면 바뀌지 않는다는 서양의 관념을 깨버리는 결과였고, “마음이 뇌를 바꾼다”는 가설을 사실로 입증한 혁명적 발견이었다. 그때가 대략 2004년 전후다.

그 후, 세계인의 이목은 명상(冥想)으로 급격히 쏠렸다. 우울증·중독 등의 심리치료 효과에도 탁월하다는 연구논문이 쏟아져 나오자 이에 힘입어 심리상담 시스템에 명상을 접목한 치료 프로그램들이 연이어 개발됐다. 마음챙김 인지치료(MBCT), 스트레스 감소(MBSR), 마음챙김 자기연민(MSC) 등이 대표적이다.

의구심이 인다. 불교 수행법이 적용된 저 프로그램들을 불교심리상담·치유 범주에 올곧이 포함시킬 수 있을까? 서양에서 말하는 명상치유 프로그램과 불교 관점에서 인정하는 명상치유 프로그램 사이에 간극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 의문을 풀어보려 세검정에 자리한 한국명상심리상담연구원으로 걸음했다. 그 곳에 서광 스님이 주석하고 있다.

심리학 석사까지 마친 전도유망했던 서광 스님은 1992년 운문사 명성 스님(현 운문사 회주)을 은사로 출가했다. 법납을 계산하면 26년인데 이는 승적부 상의 기록일 뿐이다. 서광 스님의 심상을 헤아려 보면 거기에 10년을 더해야 할 것이다.

대학 2학년(1882) 재학 당시 운문사(雲門寺) 일진 스님의 특강이 있었다. 호랑이가 웅크려 앉은 형상의 호거산(虎踞山) 품에 안기고도 사계절 풍경을 유유히 빚어내는 산사의 정취에 매료됐던 것일까? 아니면, 비구니 스님들만이 머문다는 공간이 이채롭게 다가왔던 것일까! 특강이 있던 그 주의 휴일 청도로 걸음했다. 태어나 줄곧 ‘하나님’만 믿어왔던 이방인은 절에 들어서자마자 자신도 모르게 한 마디를 토해냈다.

“여길 두고 왜 방황했지!”

서광 스님의 저서 ‘현대심리학으로 풀어본 유식 30송’(불광출판부) 서문에 유년의 기억을 떠올린 대목이 있다.

‘나는 한때 너무나 외로운 나머지 숨 쉬는 순간순간마다 통증을 느꼈었다. 그래서 자주 호흡을 멈추고 죽은 듯이 가만히 있곤 했다. 어느 날인가 가슴 한가운데를 타고 흐르는 외로움을 따라 내 마음도 함께 따라 흐르던 순간, 부처님을 만났었다.’

동생보다 2년 뒤 대학에 들어간 것도 자신을 짓눌러 온 고통의 근원을 찾느라 보낸 방랑 때문이었을 터다. 사회학과에 입학하고도 2학년 때 심리학과로 전환한 것 또한 “이생에서 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결단에 따른 것이었을 터다. 산문을 처음 열었던 그 날 명성 스님을 친견했다.

서광 스님은 ‘참나 만나기’, ‘인간 마인드 회복’, ‘마음챙김-자기연민’ 프로그램 등을 통해 명상·심리치료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출가는 미뤄두었다. 이제 막 시작한 심리학의 끝을 보고 싶어서였다. 당초 생각보다 그 끝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석사학위(이화여대)를 받고도 서양 심리학만으로는 자신의 문제를 풀어낼 수 없다는 한계를 절감했다. 1992년 운문사 산문을 다시 열고는 청정법계로 유유히 들어섰다.

묘한 건, 불교에 심취할수록 그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심리학의 또 다른 이면이 보인다는 사실이었다. 미국으로 건너가 공부를 이어갔다.

심리학도로서 출가 전 확인한 지점은 종점이 아니라 반환점이었던 셈이다. 다른 점은 출가 후에는 종교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심리학에 좀 더 매진했다는 것이다. 보스턴대학(Boston University)에서 종교심리학 석사학위(2002)를 받았고, 소피아대학(Sofia University)에서 심리학 박사9학위(자아초월 심리학 전공. 2008)를 취득했다.

서광 스님은 자신의 연구원을 토대로 다양한 명상삼당·치유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인간 마인드 회복(RHM. Recovering Human Mind)과 마음챙김-자기연민(MSC. Mindful Self-Compassi on)이 대표적이다. 특히 선의 원리를 심리치료에 응용해 개발한 ‘참나 만나기’는 서광 스님의 경험과 원력이 고스란히 농축된 프로그램이다.

동·서양에서 말하는 심리명상과 명상의 차이점을 여쭈어 보았다.

“서양의 정신치료와 동양의 불교 수행이 만나, 동서양의 치료를 통합한 ‘명상심리상담·치유’를 탄생시킨 겁니다. 심리상담·치유 관점에서는 엄청난 발전이라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간과할 수 없는 건 서양의 심리상담·치유는 대부분 인간의 병리적 현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상처받고 왜곡된 심리 때문에 생긴 고통을 덜어냄으로써 정상적인 일상으로의 복귀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서양의 명상 프로그램을 불교심리상담·치유에 가까운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전적으로 동의하기에는 무리가 따릅니다. 불교는 인간의 생로병사에서 비롯되는 존재론적이고 보편적인 고통의 문제를 수행을 통해 해결하려는 데 방점을 찍고 있기 때문입니다. 명상 프로그램이라 해도 그 여정 끝에는 불교의 궁극적 목표인 깨달음이 성성하게 빛나고 있어야 진정한 불교심리상담·치유라고 볼 수 있습니다.”

크리스토퍼 거머와 크리스틴 네프가 공동으로 개발한 MSC는 ‘자기연민’이 핵심이어서 명상 프로그램 중에서도 대승불교 정신에 가장 근접한 것으로 정평 나 있다. 자신을 사랑(자비)함으로써 생성되는 연민심을 타자와의 관계에서도 증대시켜, 상대도 사랑(자비)으로 대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리이타(自利利他)와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는 MSC를 한국에 소개한 장본인이 서광 스님이다. 이 정도면 불교심리상담·치유 프로그램이라 인정할 수 있지 않을까?

“MSC는 프로그램 기법에 있어서 부처님의 명상법을 근간으로 현대에 맞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불교를 표방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지도자가 의도하지 않는 한 불교의 핵심교리는 전해지기 어렵습니다.”

MSC 역시 ‘상처받고 왜곡된 심리 때문에 생긴 고통을 덜어내는 데’에 포커스를 맞춘 서양식 명상 프로그램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서광 스님이 MSC를 직접 운용하고 있는 건, MSC에 결핍된 부분, 즉 불교 핵심교리와 깨달음에 이를 수 있는 과정을 넣어 실행하면 ‘불교심리상담·치유’ 프로그램으로 완성할 수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일 터다. 실제로 서광 스님의 MSC 프로그램의 80%는 불교의 핵심교리(철학)다. 크리스토퍼 거머의 MSC와는 사실상 결이 다른 프로그램인 것이다.

서광 스님이 창안한 인간 마인드 회복(RHM. Recovering Human Mind) 프로그램도 독특하다.

서광 스님이 진행하는 명상 프로그램에는 불교의 핵심교리(철학)가 완벽하게 녹아 있다. 한국명상심리상담연구원 제공

육도윤회와 알아차림, 그리고 화두는 RHM의 세 기둥이다. 여기서는 육도윤회(六道輪廻)를 심리적 고통과 치유적 관점에서 이해한다. 구법의지를 세우는 인간 마인드(인간계)를 중심에 놓는다. 공격성, 분노, 불안에 매여 있으면 지옥에 빠진 것이다. 끝없는 욕망은 아귀, 본능적이고 충동적인 욕구는 축생, 질투·편집증은 아수라에 떨어진 것이다. 희열, 환희, 심미적 쾌락의 감정 또한 천국에 머문 것이어서 인간 마인드로 돌아와야 한다고 본다.

친구가 나에게 욕을 하며 비하를 했다고 생각한 순간 분노를 일으킨다. 그 때, 자신이 화를 냈다는 사실을 인지(지옥계에 떨어졌다)하고 그 화를 거둬(인간계) 들이는 게 핵심이다.

“분노를 일으켜놓고도 분노한 줄을 모르면 자신(자아)은 그 분노와 하나가 되어 더 큰 분노를 일으키고 맙니다. 끝내 친구에게 폭행을 가해 죽음에 이르게도 합니다. 분노한 사실을 알아차리고 거둬들이려는 찰나의 마음만 내어도 자신(자아)은 그 분노와 떨어질 수 있습니다. 탈동일시라고도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탈동일시 하느냐가 관건이다. 서광 스님은 화두를 들었다. ‘이 뭣고’ 화두를 현대적 의미로 수정해 ‘나는 누구인가?’로 바꿔도 좋다고 한다. 일례로 화를 낸 순간, ‘(화를 내는)나는 누구인가?’라고 스스로에게 묻는 것이다. 고통스러운 심리상태에 머물고 있는 순간에 화두 기능을 작동시킴으로써 더 이상의 반응행동이 작용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것이다. 하루 종일 화두를 드는 게 아니라 감정(번뇌)이 일어날 때 이를 알아차리고 드는 것이다. 한국 선원에서 전하는 화두 드는 법과는 다르지만 번뇌소멸·집중·평정심을 추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통적인 선(화두) 수행 궤도에서 크게 벗어난 건 아니다.

서광 스님의 저서 중 ‘현대심리학으로 풀어본 유식 30송’. ‘치유하는 유식읽기’, ‘나를 치유하는 마음여행’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유식 30송이다. 서광 스님의 ‘참나 만나기’ 프로그램도 유식 30송을 근간으로 짜여 있다.

“고통이 오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생로병사로 인한 고통이고, 두 번째는 자기중심적인 태도(집착)에 의한 고통이며, 세 번째는 모든 것이 변화하는데서 오는 고통 즉 무상(無常)에서 오는 고통입니다. 유식은 두 번째와 세 번째에 의한 고통을 치유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유식 30송은 서광 스님의 명상 프로그램을 관통하는 핵심 철학이다. 유식 관련 서적만도 3권을 선보였다.

힐링의 근본 체계와 기법을 다루고 있는 유식 30송은 심리치료서로서 최고라고 단언한다.

“유식(唯識)을 직역하면 ‘오직 알 뿐’입니다. 대상을 보고 일으킨 이미지, 영상, 관념, 신념, 판단, 이해가 사실은 지극히 주관적인 이해고 앎이라는 겁니다. 쉽게 말해 내가 그렇게 알고, 네가 그렇게 알고 각각 다르게 안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유식이 주는 메시지는 서로 다르게 이해하고 경험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서 수용하라는 것입니다. 다르다는 이유로 다투거나 갈등하지 말라는 겁니다.”

한 생각이 스쳐갔다. 유식이 주는 지혜를 간직한 채 RHM을 수련해 감정에 꺼둘리지 않고, MSC를 관통해 연민심을 체득하면 궁극에는 ‘참나’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RHM과 MSC도 서광 스님이 세워 놓은 ‘참 나’와 마주하러 가는 여정 중에 만나는 관문일 터다. 서광 스님은 수개월 전부터 오온(五蘊)과 공(空)의 화두를 들고 고군분투 중이라고 했다.

“‘오온이 공한 줄 알면 모든 고통에서 벗어난다’고 했습니다. 확실하게 알아야 합니다.”

‘반야심경’의 일구를 몰라서 알겠다는 게 아니다. 좀 더 깊게 통찰 하고자 함이다. 그래야 명료하게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부탁드리자 부처님께서 가사를 수하시고 탁발하는 2500여년 전의 현장을 상상해 보라고 권한다.

“부처님 친견하기를 학수고대한 사람들이 엄청났을 터인데 친히 대중 곁으로 내려오시니 얼마나 감사한 일입니까. 걸식이라는 평범한 일상의 모습조차도 우리의 마음을 고요하게 합니다. 우리 자신도 지루하게 여긴 일상을 거룩하게 바꿀 수 있습니다. 차 한잔할 때 자신 스스로에 공양 올린다고 여겨보세요! 무의식적으로 하는 일상의 행동에 의도적이고 의식적인 알아차림을 투영함으로써 습관적 패턴을 선택적 반응으로 전환하는 겁니다. 일상 속에서 지혜와 자비를 훈련하는 마음챙김입니다.”

불현듯, 남은 여정 동안 어떤 모습으로 살아 가려는지가 궁금했다. 유식 30송과 심리학을 관철한 주인공 아닌가!

“좀 더 친절한 사람, 조금 더 따듯한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서광 스님의 미소가 만면에 퍼져간다. 너무 외롭고 고통스러워 참았던 그 숨은 ‘참 나’를 마주하기 위한 찰나의 멈춤이었음이다. 서광 스님의 명상 프로그램에 대한 신뢰가 한층 더 쌓인다.

채문기 상임논설위원 penshoot@beopbo.com

 

 

서광 스님은

· 1988년 이화여대 대학원 심리학 석사학위 취득.
· 1992년 청도 운문사 회주 명성 스님을 은사로 출가.
· 2002년 미국 보스톤대학 종교심리학 석사학위 취득.
· 2008년 미국 소피아대학 심리학박사학위 취득.
· 2011년 사단법인 한국명상심리상담 연구원 설립.

현재 동국대 불교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 ‘참나 만나기’ ‘인간 마인드 회복’ ‘마음챙김-자기연민’ 프로그램 등을 통해 명상·심리치료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저서로는 ‘돌이키는 힘’ ‘치유하는 유식읽기’ ‘현대 심리학으로 풀어 본 유식30송’ 등이 있다

 

[1462호 / 2018년 10월 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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