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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을 하는 진짜 이유

기자명 도연 스님

명상 통해 나 자신 본질 느껴
'나는 누구인가' 대한 답 돼
나를 더욱 나답게 하는 순간

봉은사에서 명상 프로그램을 시작하고 반년 정도 지났습니다. 일주일에 두 번 마음챙김 명상을 지도하고 있는데요. 제가 가르치는 입장이지만 동시에 배운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배우기 위해 오신 분들에게 무언가 전해주어야 하기 때문에 공부도 하게 되고 평소에 수련을 할 때에도 일어나는 현상들을 더 자세히 구체적으로 보게 됩니다. 교육 자료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죠.

주로 학업에 치중하고 있기 때문에 명상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지도하는 과정이 다소 부담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학교에서 하는 공부와 현장에서 하는 명상에는 엄연히 격차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론 중심의 학문과 실천 중심의 수행 사이의 거리감이 있어요. 전혀 다른 두 세상에서 사는 기분이랄까요? 이런 낯선 분위기와 환경이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편안해지고 이젠 둘 다 없어서는 안 될 삶의 중요한 영역이 됐습니다.

긴장감을 내려놓고 집중해보니 몸과 호흡의 미세한 감각들이 느껴졌습니다. 평소에 늘 쓰는 것들이었지만 제대로 알고 쓰는 게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마음의 세계도 어렴풋하게 느껴지는 것 같았고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편안함이었습니다. 근심 걱정과 불안으로 가득 찼던 가슴의 답답함과 막막함이 스르르 녹아내렸고 지금 이 순간 살아있음에 감사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 느꼈을 때의 그 환희와 감동을 떠올리면 그 당시로 돌아간 것 같고 왜 명상을 해야 하는지 바로 알게 됩니다.

그뿐 아니라, 명상에 명상을 더하며 정진했을 때 느꼈던 깊은 삼매의 상태가 쉽게 잊히지 않습니다. 절정 체험 또는 신비 체험이라고 할 수도 있겠는데요. 그보다는 나 자신의 본질을 느꼈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아요. 깊은 명상 상태에서 느껴지는 내 실존적 체험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실질적인 답이 되어줍니다. 그 상태가 깨달음인지 잠깐 왔다간 법향(法香)의 자취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를 더 나답게 하는 중요한 순간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지금의 나는 어떤가?’를 생각해 보면 명상을 처음 만났을 때 느낀 그 초심(初心)과 깊은 명상 상태에서 느꼈던 그 신심(信心) 또는 신비(神秘)의 중간 어디쯤인 것 같습니다. 최초와 최고의 감동과 전율을 느끼면서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절차탁마(切磋琢磨, 옥돌을 다듬는 것처럼 학문과 덕행을 갈고 닦는다)를 해야겠다는 마음 말이죠.

많은 걸 알아야 누군가를 가르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무엇 하나를 알고 배웠을 때의 감동과 감사가 절절하면 되는 것이죠. 그 절절함이 저절로 흘러 누군가에게 전해지는 이치라고 생각합니다. 나에게 좋았고 필요했고 도움이 되었던 그것이 남들에게도 전해졌으면 하는 그 마음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많이 배웠고 적게 배웠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나에게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인지’가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도연 스님
봉은사 대학생 지도법사

이제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옵니다. 명상프로그램을 처음 시작한 봄에는 밖이 환하고 따뜻했는데, 이젠 금방 어두워지고 공기가 쌀쌀해졌어요. 수행하기 더 없이 좋은 계절입니다. 춥고 어두울수록 자신의 내면에 주의를 기울이고 내면의 본래면목을 발견할 수 있는 우리 모두가 되면 좋겠습니다.

seokha36@gmail.com

 

[1462호 / 2018년 10월 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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