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경수행 이해은-상
사경수행 이해은-상
  • 법보
  • 승인 2018.10.30 09:55
  • 호수 146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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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까지 닥친 고통스런 삶
저승 다녀온 생생한 꿈꾼 뒤
2년 동안 빠짐없이 법회 동참
스스로 ‘천수경’ ‘금강경’ 사경
75, 지월

“문수보살이 부처님의 부촉을 받고 유마거사를 문병하러 비아리 내성에 가셨을 때, 유마거사께서 말씀하시기를, ‘잘 오셨습니다, 문수사리여. 오지 않고 오셨으며 보지 않고 봅니다’라고 말씀하시니, 문수보살이 답하시기를, ‘그렇습니다, 거사여. 만약 와 버렸다면 다시는 오지 못하며 가 버렸다면 다시는 가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오는 사람은 어디에서 오는 바가 없으며 가는 사람은 이를 곳이 없으며, 볼 것이 있는 사람은 다시는 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유마경’에 나오는 내용이다. 위의 구절처럼 불교 공부를 많이 했다고 한다면 아만심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불교는 배운 바 없이 배웠다고 한다. 배운 바 없는 배움을 시작하던 그 때, 불교에 본격적으로 입문하던 당시가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군대를 제대할 당시엔 그저 사람은 착하게만 살면 그것이 전부인 줄 알고 살았다. 삶은 온통 고난의 연속이자 고통이었다. 세상살이는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굉장히 어렵고 힘들었다. 오죽하면 우울증까지 왔다. 신경성 위장병까지 도져서 이만저만 고생을 해야만 했다. 그 시절엔 이런 생각마저 들었다. ‘사람이 이렇게 살다가 미치는 모양이다.’ 40년 넘게 다니던 직장에서 퇴직을 앞둔 시기였다.

2007년 12월, 너무 생생한 꿈을 꿨다. 꿈속에서 난 저승을 다녀왔다. 마음이 심란해 도무지 어떤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직장 가까운 곳에 있어서 종종 찾던 절을 참배했다. 세상에. 꿈에서 불기둥을 끌어안았던 바로 그 자리는 관세음보살님이 모셔진 곳이었다.

불교 공부를 해야 될 시기라는 절실함에 사무쳤다. 불교는 당시 나의 입장에서는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르는 상태’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었다. 그 길로 사찰 초하루 법회에 다니기 시작했다. 절에 갈 때마다 108배도 했다. 그렇게 2년 동안 24회,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초하루 법회에 동참했다.

절실함은 절로 몸과 마음을 움직이게 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천수경’과 ‘금강경’ 사경을 시작했다. 한문 사경을 몇 번 하다 보니 어느새 한문도 익숙해졌다. 2년의 예비 과정을 거쳐 본격적인 불교 공부는 우연히 듣기 시작한 라디오 방송을 통해서였다. 다니던 사찰은 대중 법회는 있었지만 불교대학은 없었기에 부처님 법을 세밀하게 알고 싶다고 생각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르나 스님의 법문은 가슴에 절절하게 사무쳤다. 법문이 끝날 때 즈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주소와 전화번호를 들고 찾아간 곳이 바로 대광명사다. 마침 2009년 겨울이었고 새해 봄학기부터 공부를 시작하면 된다고 종무소에서 친절하게 안내를 해 주셨다.

불교대학 예비 등록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주지 목종 스님을 뵈었다. 대광명사를 처음 찾아간 날 스님을 바로 뵈었으니 돌이켜 보면 ‘가피’라는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스님을 친견하며 불교 공부의 길을 확신했다. 그렇게 시작한 불교대학은 지금까지 9년째 이어지고 있다. 6개월 과정, 1년 과정을 구분하지 않고 공부를 지속했다. 이 과정에서 이름만 대면 알만한 경전과 선어록은 한 번 이상 보며 스님의 강의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 불교대학 수업은 듣는 것으로만 그치지 않았다. 수업을 받고 집으로 돌아오면 가능하면 당일, 늦어도 다음날까지는 배운 내용을 복습했다. 복습 방법이 바로 사경이었다. 처음 불교입문을 할 때 한문 사경을 한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사경은 결코 어렵거나 낯선 수행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불교대학 공부를 한 부분을 그대로 한문, 한글, 번역, 강의까지 사경 하면 그 의미가 더 깊게 와 닿았다. 그리고 인연이 닿아 누군가에게 그동안 배운 내용을 공유할 경우를 생각해 누가 보더라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데 중점을 뒀다. 덕분에 최고의 도반 아내에게 사경 노트를 보여주며 불교대학에서 배운 내용을 함께 복습할 수 있었다.

 

[1462호 / 2018년 10월 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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