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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바지라 하넬로르 울프-상

독일서 접한 불교에 감동, 진정한 삶 찾아 스리랑카 이주

정신병 어머니와 유년시절 보내
독일 가정 입양…평온한 삶 살다
불교세미나 참석하며 불심 쌓아

불교를 만나면서 진정한 삶을 찾은 하넬로르 울프.

1928년 10월14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하넬로르 울프라는 이름의 한 여자 아이가 태어났다. 어린 시절 그의 인생은 마치 한편의 드라마 같이 우여곡절로 가득했다.

어머니는 가정을 버리고 기독교 이단종파 출신의 목사를 만나 하넬로르 울프를 낳았다. 이단 종교의 우두머리였던 그의 친부는 신자들에게 하넬로프는 신의 직속 후손이라고 선언했다. 신자들은 그를 신의 딸로 섬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몇 년 후 그의 아버지는 그녀와 어머니를 버리고 종적을 감춰버렸다.

순식간에 거주지와 생계를 잃은 하넬로르와 어머니는 함부르크에서 홍등가로 악명 높은 지역의 습기로 가득 찬 자그마한 창고에 거처를 마련했다. 어느 날, 정부 복지 기관 직원이 우연히 모녀를 목격하고 이 처참한 환경에 놀랐다. 그들이 살고 있던 곳은 도저히 사람이 살아갈만한 장소가 아니었고 아이의 어머니는 남편이 사라진 충격에 정신이 나간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직원은 하넬로르가 다른 가정에 입양돼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 얼마 후 그는 평범한 독일 가정에 입양됐다. 그의 양아버지는 함부르크 정부 재정 부서에 근무하는 직원이었다. 하넬로르는 그 가정에 입양된 두 명의 다른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기 시작했고 학교를 다니며 마침내 평온한 삶을 살아가기 시작했다. 기본적인 학업을 마치고 디자인과 직물 전문인이 되는 직업 훈련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그의 친아버지와 친어머니 모두 정신병원에서 정신병으로 고통 받다가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자신의 지난 삶을 다시 되돌아보고 마음을 추스려서 삶의 방향을 바꾸겠다고 결심한다. 1949년 여름, 그는 길을 지나가다가 우연히 불교 세미나 포스터를 보게 된다. 세미나를 이끄는 강연자는 파울 데브스라는 사람이었는데 그는 당시 독일에서 가장 명망 높은 불교 교육자였다. 1949년 6월23일 함부르크대학의 가장 큰 강연장에서 열린 이 불교세미나에 호기심 반 관심 반의 마음으로 참석한 그는 불교 철학이 매우 어렵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도 다시 파울 데브스가 개최하는 불교세미나에 참석했다. 두 번째 세미나에서 처음 강연보다 많은 것을 이해하게 됐고 큰 감명을 얻었다. 3일 동안 계속됐던 세미나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며 불교에 대한 관심을 쌓았다. 3일 간 그의 집중력과 열정을 눈여겨본 파울 데브스는 그에게 스리랑카로 가서 비구니로서의 삶을 사는 것을 제안하며 격려했다.

당시 함부르크에서는 불교 붐이 일기 시작해 도시 내 이곳 저곳에서 크고 작은 불자들의 모임을 자주 볼 수 있었다. 하넬로르는 바쁜 직장 생활 속에서도 파울 데브스가 주최하는 정기 불자 수련회를 거르지 않고 참석했다. 1954년 6월, 스리랑카 출신 나라다 스님이 독일을 방문했고 이를 계기로 함부르크에 제대로 된 불자 모임을 만들자는 움직임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파울 데브스가 이끄는 수련회에서 가장 총명하며 큰 열정을 가지고 불심을 쌓아가고 있던 하넬로르를 만난 나라다 스님은 그에게 ‘바지라’라는 불명을 내렸다.

1955년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 근교에 비하라 말레 데비 헤리티지라는 불교 수련원이 건축된다. 스리랑카 여성 불자 모임의 재정적 도움과 나라다 스님의 지도 아래 만들어진 수련원은 바지라가 새로운 꿈을 펼쳐나가는 시작점이 된다. 스리랑카로 향하기 위해 바지라는 배를 타고 고향 함부르크를 떠났다. 멀어지는 독일 땅을 보며 그는 후회 없이 그저 ‘이제야 나는 진정한 삶을 찾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하는 구나’라고 생각했다.

알랭 베르디에 저널리스트 yayavara@yahoo.com

 

[1462호 / 2018년 10월 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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