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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설법 실체가 그대로 우리 눈앞에 펼쳐졌다”

기자명 법보
  • 기고
  • 입력 2018.11.01 10:22
  • 수정 2018.11.05 13:48
  • 호수 1463
  • 댓글 13

효탄 스님의 ‘삼척 안정사 땅설법’ 참관기

땅설법보존위원회(회장 다여 스님)과 한국민속학회(회장 홍윤식) 주관으로 10월27일 삼척 안정사에서는 ‘영산화엄성주대재 및 땅설법’ 시연회가 열렸다. 조계종 전 문화부장이자 현 조계종 성보무형문화재위원인 효탄 스님이 참관기를 보내왔다. 편집자

10월27일 삼척 안정사서 시연
다여 스님 5종전법패 전수받아
‘화엄경’ 쉽게 풀어 설하는 법문
학계 본격적인 연구 뒤따라야

그랬다. 10월26일 저녁 늦게 어둑어둑해져가는 시간에 강원도 삼척 안정사(安政寺)에 도착한 우리 일행은 깜짝 놀랐다. 주지 다여(茶如) 스님에 의해 마당 전면에 종이 장엄으로 모셔진 삼신괘불과, 요즘 흔하디흔한 수입과일 등이 아닌 각종 토산야채와 견과류로 올려진 설단(設壇)은 근래 보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괘불은 ‘영산화엄성주대재(靈山華嚴聖主大齋)-땅설법’을 모시기 위한 것으로써 부처님께서 정각을 이루신 뒤 7처9회 ‘화엄경’을 설하신 교리를 바탕으로 53선지식의 위목(位木)들이 모셔져 있었다. 그리고 마당에는 53불 공양탑(供養塔)이 중앙에 휘장을 금방이라도 뚫고 갈 기세로 매우 높게 설치되어 있었다. 양쪽에는 경전에서만 언급된 만다라, 만수사꽃, 그리고 금강화가 설치되어 있고 방 한 칸을 채우고도 남을 두 마리의 가루빙가가 도량을 날고 있었다. 그리고 7처9회 공양탑과 부처님께서 설하신 삼법인, 사성제, 팔정도 등(燈)이 높게 걸려있었다.

그런가 하면 104위 화엄신중 가운데 67번째 보부법계주변함용옥택신(普覆法界周邊含容玉宅神)인 화엄성중 성주신은 수파련(水波蓮)과 목단, 작약으로 장엄하고 역시 가을에 수확되는 토종 야채들과 과일로 공양을 올리었다. 그 위에는 황색 일산(日傘)을 세웠는데 포교공덕으로 만복증장, 부귀영화, 수명장수 등을 쓰고 있다. 성주신은 신도들 가정을 옹호하는 역할을 담당하시는 신이다. 안정사에서는 윤년이 드는 다음해 10월에 날을 받아 성주신을 사찰로 모셔 신도님들의 가정을 옹호하심을 감사드리고 부처님의 법문을 듣게 하고 그 공덕을 신도들에게 회향하는 불교의례를 행하는 것이다.

‘영산화엄성주대재, 땅설법시연회’는 안정사 행사의 공식 명칭이다. 그 가운데 많은 학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모인 것은 역시 ‘땅설법’이었다. 한국불교민속학회에서 그동안 구전으로만 전해오고 실체가 알려지지 않은 땅설법의 전승을 찾아내고 그 시연회를 연 것이다.

땅설법은 장소를 가리지 않으나 통상적으로 영산재 등의 경우 신중권공을 마친 뒤 부처님께서 천상의 화엄성중에게 ‘화엄경’을 설하심에 대하여, 스님이 일반 대중을 위하여 알기 쉽게 한글로 풀어서 설하는 법문이다. 그래서 재의 끝머리에 법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고대시가, 향가, 고려가요, 시조, 팔도 민요, 판소리, 창가 등에까지 범위를 넓힌다. 이번 시연회에서 성주대재 설행 가운데 부처님 앞에서는 작법무를 추었고, 땅설법에서는 만석중 그림자놀이가 시연되었으며, 신도들과 하나가 되어 가락에 맞춰 7처9회 공양탑을 돌기도 하였다, 법주인 다여 스님이 신중애기 일대기 법문을 가락에 얹어 신도들과 하나가 되어 야단법석(野壇法席)을 펼쳐진 장면은 감동적이었다. 땅설법의 실체가 그대로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그동안 말로만 전해오던 땅설법이 아직 우리나라에 전승되어 오고 있었다는 것은 실로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맥이 끊긴 줄 알았던 땅설법을 이어온 것은 다여 스님이다. 스님은 1980년대 안정사에 주석했던 무명(無明) 스님으로부터 땅설법을 펼 수 있는 5종전법패를 전수받았다.

이 법회의 성격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고 있을까? 물론 성주기도 자체가 석문의범(釋門儀範)에는 누락되어 있고, 민속에서 성주풀이 등을 행하여 오기 때문에 민속인가 하는 갸우뚱한 면이 없지 않았다. 이번 ‘화엄성주대재-땅설법’은 성주신이 멀리 부처님으로부터 전법을 받아 우리나라 성주화엄신중이 된 내력과, 그 성주신을 신앙한 신중애기 수행의 일대기를 우리 가락에 얹어 일반 대중이 불법에 다가갈 수 있게 하고 있다. 중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그들의 고통을 어루만지며 해탈 정진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적극 다가간 방편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시연회를 두고 학자들은 판소리의 원류로 ‘땅설법’을 지목하고 있으며 만석중놀이 원형에 관심을 보였다. 또한 화엄성주대재에서 시연된 화엄밀교적(華嚴密敎的) 성격과 설단된 괘불, 지화, 공양물 등등은 그동안 단절된 듯이 보인 것들과의 연계를 살피는데 큰 시사점을 준다. 그렇다면 땅설법이 사라질 위기에 있었던 원인은 어디에 있었을까? 땅설법이 설행되고 있는 영동지역에 대한 조명 등등, 이번 땅설법 시연회를 통해서 여러 가지 드러난 의문점들을 규명하기 위해서 좀 더 많은 노력이 경주되기를 기대해 본다.

효탄 스님(전 조계종 문화부장, 현 조계종 성보무형문화재위원)

[1463호 / 2018년 11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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