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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관람료 방관에 피해사찰이 가해자로 둔갑

  • 교계
  • 입력 2018.11.02 16:34
  • 호수 1463
  • 댓글 4

국민청원에 불교 매도글 재등장
대통령 공약 국가지원 오리무중
등산철에 사찰·국민 갈등 재점화
조계종, 국립공원공단 만나 지적
총무원장 원행 스님 “방관 말라”

문화재관람료 문제가 또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가운데 정부가 수수방관으로 국민과 사찰 간에 갈등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정부가 일방적으로 사찰림과 사찰 소유지를 50년 동안 국립공원으로 지정하고 각종 제약을 해오면서도 정작 불교계로 향하는 국민들의 원성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천은사 소유지를 관통하고 있는 지방도로. 법보신문 자료사진.
문화재관람료 문제가 또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가운데 정부가 수수방관으로 국민과 사찰 간에 갈등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정부가 일방적으로 사찰림과 사찰 소유지를 50년 동안 국립공원으로 지정하고 각종 제약을 해오면서도 정작 불교계로 향하는 국민들의 원성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천은사 소유지를 관통하고 있는 지방도로. 법보신문 자료사진.

가을 등산객 증가로 문화재관람료 문제가 또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가운데 정부가 수수방관으로 국민과 사찰 간에 갈등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정부가 일방적으로 사찰림과 사찰 소유지를 50년 동안 국립공원으로 지정하고 각종 제약을 해오면서도 정작 불교계로 향하는 국민들의 원성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조계종은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더 이상 정부가 방관하지 말라”는 취지의 입장을 전하면서 정부의 책임 있는 결단을 촉구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불법징수’ ‘국민 주머니를 강제로 털고 있다’ 등 문화재관람료를 받는 불교계를 부도덕한 단체로 매도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이처럼 수년째 등산철마다 문화재관람료 징수문제가 불거지지만 정부는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사찰에서 관람료를 받지 않는 대신 국가나 지방자차단체가 전통문화보존을 지원하는 방안을 약속했지만 지금껏 이행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환경부는 자연공원법 전면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핵심 협의단체인 조계종과 단 한 차례 만남을 가졌을 뿐이어서 ‘조계종 패싱’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은 11월2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4층 접견실에서 권경업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의 예방을 받고 문화재관람료 문제를 직접 거론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았다. 20분간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예방에 배석한 조계종 관계자에 따르면 원행 스님은 “더 이상 정부가 문화재관람료 문제로 사찰과 국민들 사이에 갈등이 불거지지 않도록 신경써야한다”며 방관하는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했다. 이 같은 원행 스님의 발언은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과 첫 면담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교계 안팎의 주목을 끌고 있다.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난 권경업 이사장은 “환경부 산하 정책집행기관으로서 공단의 정책 언급은 적절치 못하다. 불교계 의견은 상급기관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원행 스님의 발언은 문화재관람료 논란으로 인해 피해자인 불교계가 가해자로 낙인찍혀버린 현 상황에 대한 불편한 심기로 풀이된다. 조계종과 전문가들에 따르면 논란은 1970년 국민 여가와 편익 증대를 이유로 전국 명찰이 포함된 자연환경이 수려한 지역을 정부에서 국립공원으로 일방 지정한 게 단초였다. 전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사찰 소유토지는 7.2%이며 이는 2억7960만3306㎡(약 8458만평)에 달한다. 영암 월출산, 정읍 내장산, 합천 가야산 국립공원의 경우에는 약 40%가 사찰 소유토지다. 국립공원입장료와 문화재관람료를 통합징수해 관람료를 건네주던 정부는 2007년 “국립공원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며 국립공원입장료를 폐지했다. 불교계와 협의 없이 진행된 정책으로 문화재관람료만 남게 됐고, 등산철만 되면 사찰 곳곳에서 문화재관람료 징수논란이 불거졌다. 현재 국립공원 내 사찰에서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문화재관람료를 받는 곳이 27곳이다. 도립·군립공원까지 합치면 총 64곳에 이른다.

실제 천은사(주지 종효 스님)는 10월31일 사찰 소유토지 위에 놓인 지방도 제861호선에서 징수 중인 문화재관람료에 관한 입장을 밝히며 50년 동안 일방적으로 국립공원을 지정한 뒤 손 놓고 있는 정부의 무책임을 비판했다. 천은사는 정부가 조계종과 협의 없이 국립공원을 지정하면서도 등산객 탐방로와 공원 관리 도로 설치를 하지 않고 사찰에서 오래 전부터 이용한 입구와 수행로를 그대로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천은사는 “문화재관람료로 명시됐지만 실제 천은사 일원 문화재를 포함한 지리산 국립공원의 아름다운 풍경 등 공원문화유산지구를 보호하려는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어 “천은사 내 방장선원은 통일신라시대 이래 보조국사, 나옹화상 등 고승대덕이 수행한 도량이지만 지방도 861호선의 극심한 차량 소음 등으로 폐쇄했다”며 “입장료 문제 해결과 더불어 수행도량으로서 막대한 피해를 본 천은사에 대한 손실보상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사찰 소유지를 국립공원으로 지정할 때 협의나 동의절차를 구한 적도 없으면서 자연공원법,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 개발제한구역 관리 및 지역에 관한 특별법 등 다중으로 규제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도 사찰림과 수행공간으로서 사찰 환경을 보존해온 불교계 고충에 대한 정부와 국민들의 이해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석길암 동국대 교수는 “사찰은 이 땅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물려받은 유산이라는 인식도 맞지만 1000여년 이상 이 땅의 스님과 재가불자들이 가꾸고 다듬고 지탱해온 삶의 독자적인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 집 마당과 안방을 보여주면 적어도 고마워하는 게 최소한의 예의”라며 “정부와 지자체, 국민들은 엄연히 사적인 수행과 신행의 공간을 대가 없이 양보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1463호 / 2018년 11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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