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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당 의자 전성시대, 연구·고민 병행돼야

“자리가 여법(如法)하지 못한 관계로 서서 삼배를 올리겠습니다.”

대중법회에서 흔히 듣게 되는 사회자의 설명이다. 법사 스님이 법좌에 오른 뒤 스님을 향해 대중이 청법을 할 때, 법당 규모에 비해 참석자가 많을 경우 이마가 땅에 닿는 오체투지 대신 서서 허리를 숙이는 반 배로 세 번 절을 하는 상황에 대해 양해를 구하는 표현이다. 이 말에서 짐작할 수 있는 사실이 있다. 불가에서는 좌복이 놓인 법당에서 이마가 땅에 닿는 절을 하는 것이 ‘여법함’이라는 점이다.

요즘 이 같은 여법함을 사찰에서 먼저 과감히 탈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바로 법당에 의자를 배치하는 경우다. 전통사찰에서는 드물긴 하나 도심포교당에서 법당 뒤편에 의자가 나란히 놓인 모습은 이제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풍경이다. 그런데 사찰마다 의자 모양과 색상이 다양하다. 보통 좌복은 회색 또는 갈색이며 규격도 비교적 정형화되어 있다. 이에 비해 의자는 검은색 접이식 사무용 의자부터 무늬가 수 놓인 예식용 의자 또는 스툴이라고 불리는 등받이가 없는 나무 의자 등 형형색색이다. 부산 홍법사는 책을 받치는 부분과 앉는 부분이 일체형으로 연결된 긴 의자를 배치하기도 했다.

최근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법당 의자들은 실제 각 사찰에서 인기가 상당하고 한다. 불과 얼만 전까지만 해도 불단 바로 앞자리가 상석이었다면 요즘은 의자가 명당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법당 의자가 톡톡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것이 사찰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실제 법회 취재를 할 때도 불자들이 서로 의자 앞에서 먼저 앉으라며 양보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한다.

법당 의자는 과거 장애인이나 일부 고령층 등 소수를 위한 배려였다. 이것마저 없는 사찰이 대부분이었으며 있더라도 가장자리에 눈에 띄지 않도록 배치하는 것이 통례였다. 하지만 최근 급격히 증가한 법당 의자의 등장은 신도 계층의 변화가 그 이유로 손꼽힌다. 고령화 신도가 늘어났으며 사실상 좌식이 불가능한 복장을 갖춘 내빈이나 참관인들도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포교 계층의 변화에 사찰이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의자 자체가 전통 불교 의식이나 법당 구조와 맞지 않는 측면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비단 의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의자도 법당 내부 장엄의 한 부분이라고 본다면, 의자뿐만 아니라 천장의 등부터 바닥재까지 사찰마다 내부 장엄의 형태가 천태만상이다. 어떤 부분은 실용성을 도입하는 데 비해 또 어떤 부분은 전통을 고집하다 보니 내부 장엄이 조화롭지 못한 경우도 있다.
 

주영미 기자

법당 의자 하나만 보더라도 전통과 변화를 함께 연구하는 것은 급변하는 현대인들의 전법과 포교를 위해 필연적이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 공의를 모아 포교 환경에 대한 이해와 진단이 절실한 이유다. 몇몇 사찰의 발 빠른 변화를 그대로 따르는 것도, 전통을 거스르는 일이라며 비판만 하는 것도 능사는 아니다. 변화의 흐름을 공론화하고 변화된 환경에 적용하는 논의를 거쳐 '여법함'을 재정립하는 과정이 하루빨리 진행되길 기대한다.

ez001@beopbo.com

 

[1463호 / 2018년 11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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