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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과 아난다의 차이점

기자명 이병두

권력의 뒤에는 측근의 전횡과 비리가 있어서 문제를 일으키고 정권을 위기로 몰아넣는다. 이승만 정권부터 박근혜 정권에 이르기까지 측근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은 정권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특히 ‘김기춘-우병우-안종범’ 등 청와대 비서진들이 저지른 권력 남용과 비리로 얼룩졌던 지난 정권의 실패는 좋은 역사의 거울이 될 것이다. 그런데 출범 제2년차를 마무리하고 있는 문재인 정권에서는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을까.

물론 측근의 문제는 대통령만 아니라 부처님을 모셨던 시자들 중에서도 못된 이들이 여럿 있었다고 하니, 이것은 권력의 속성일 지도 모른다.

기원정사에 머물던 장로 80명이 어느 날 부처님께서 머무시는 향실로 모이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어떤 비구는 나를 버려두고 가고, 어떤 비구는 발우와 가사를 땅바닥에 내려놓기도 한 일이 있소. 내 나이도 이제 적지 않으니, 항상 나를 따르며 시중을 들어줄 사람을 선출하는 것이 어떠하겠소?”

장로 사리뿟따가 자리에서 일어나 합장하였다. “세존이시여, 제가 시중을 들겠습니다.” “사리뿟따, 그만 멈추시오. 그대 또한 누군가의 보살핌이 필요한 나이가 아닌가요? 그대가 머무는 곳에선 법문하는 소리가 끊어지지 않는데, 그런 그대에게 이 일은 적당치 않소.”

장로들이 차례차례 시자가 되길 청했지만 부처님께서 모두 거절하셨다. 마지막으로 아난다 차례였다. “그대는 왜 시자가 되길 청하지 않나요?” 부처님께서 물으셨지만 아난다는 침묵하다가, 세 차례나 물은 뒤에야 일어나 합장하고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보시 받은 옷을 제게 주지 않으신다면, 부처님 발우에 공양 받은 음식을 제게 주지 않으신다면, 부처님께서 거처하는 방에서 함께 지내자고 하지 않으신다면, 부처님께서 초대받은 자리에 저를 데려가지 않으신다면, 제가 초대받은 자리에 부처님께서 동행해주신다면, 먼 곳에서 사람이 찾아왔을 때 언제든 데려오도록 허락하신다면, 제게 의심나는 것이 있을 때 언제든 질문하도록 허락하신다면, 제가 없는 자리에서 하신 법문을 제가 돌아왔을 때 다시 설해주신다면, 그러면 부처님을 기쁜 마음으로 모시고 시중들겠습니다.”
“아난다, 훌륭하구려. 그대의 뜻대로 하시오.”

이후 시자(비서)가 된 아난다 존자는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실 때까지 25년 동안 그림자처럼 시봉을 하면서도 ‘측근의 전횡‧비리’라는 비판을 듣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아난다에게도 부처님 열반 직후에 대중들이 몇 가지를 거론하며 질타했으니, 이것은 ‘시자가 겪어야 할 운명’일지도 모른다.

최근 대통령 비서실장 임종석이 국방부‧통일부 장관과 국가정보원장을 대동하고 DMZ 안의 지뢰 제거 현장을 순시하는 사진이 언론에 등장하면서 곳곳에서 비판이 나왔다. 조선왕조시대에 오늘날의 대통령 비서실장에 해당하는 도승지가 병조판서 등을 거느리고 군부대 순찰을 나간 적이 있었을까. 이승만 정권 이래로 비서실장이 장관들 거느리고 전방 군부대나 민정 시찰을 나간 적이 있었던가. 심지어 최악의 비서실장이라고 하던 박근혜 시절의 김기춘도 청와대로 장관들을 불러서 큰소리를 친 적은 있어도 국정원장과 장관들을 거느리고 일선 부대를 시찰하는 일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 임종석 실장이 실장 자리를 제안 받았을 때나 그 이후 아난다 존자와 같은 마음가짐을 가졌다면 이런 일이 생길 리 없다.

부처님 열반 이후 대중들이 다섯 가지 사례를 들어 잘못을 인정하라고 하였을 때, 아난다 존자가 이렇게 대답한다. “예, 그렇게 한 적이 있습니다만 그것이 잘못된 행동이라고는 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자님들에 대한 신뢰가 있기 때문에 ‘그것이 잘못된 행동’이라고 인정하겠습니다.”

잘못이 아닌데도 대중 화합을 위해 잘못이라고 한 것이다. 주어진 권한을 넘어 월권행위를 한 임종석 실장이 과연 “잘못했습니다”라고 할지 궁금하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463호 / 2018년 11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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