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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法)의 바다, 마음의 바다

기자명 금해 스님

바다 같은 깊은 삼매 속 빠지면
세상 번잡함 속 새로운 힘 얻어
선정 통해 진리의 벗 만나게 돼

수행자의 삶이라 항상 평온하면 좋겠지만, ‘주지’라는 소임이 있어 하루하루가 매우 분주합니다. 몹시 지칠 때도 있는데, 그때마다 찾아가는 멋진 벗이 있습니다. 그는 언제 어느 때나 저를 최우선으로 맞아주며, 가장 편안하게 마음 쉬도록 해 줍니다.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나의 삶에서 나의 이야기를 가장 많이 알고 있는 벗입니다. 그는 바로 ‘바다’입니다.

바다를 바라보면, 어머니 품 안에 안긴 것처럼 안락합니다. 햇빛을 받으며 반짝이는 각양각색의 깊고 얕은 푸른색은 경이롭습니다. 파도는 아득한 수평선에서 쉼 없이 다가오며 바위를 감싸 안고 거품으로 뿌려집니다. 하얀 모래를 쓰다듬으며 다시 멀어지는 바닷소리는 세상의 분주함을 지워버립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물거품과 같다는 무상(無常)의 법문을 들려줍니다.

수많은 물길이 바다로 모여들지만, 바다는 본연의 색깔이나 성질, 성품을 잃어버리지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실체가 없어서 바닷속의 수많은 생명은 그를 인식하지 못합니다. 마치 우리가 공기 속에 존재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는 이렇게 제게 무아(無我)와 공(空)의 진리를 보여줍니다.

바다의 법문을 듣는 동안 어느 듯 나 자신을 보게 됩니다. 바다가 주는 깊은 삼매에 들면, 마음속의 잡다한 것들이 사라지고 쉬어지며, 깊고 깊은 고요한 나를 만납니다.

세상에 있으나 세상에 물들지 않기를 바라며, 생로병사(生老病死) 속에 있으나 벗어나기를 발원하며, 중생의 삶에서 붓다의 마음을 놓지 않기를 재발심합니다. 바다를 통해 저는 다시 세상의 번잡함으로 돌아올 새로운 힘을 얻습니다.

이 법문을 들려주고 싶어서 명상여행 회원들과 감포 바닷가에 있는 세계명상센터로 1박 2일 ‘명상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한 거사님이 바닷소리 명상 후, 마음이 씻어지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평생 숱한 바다를 보고 다녀왔는데, 지금에야 이렇게 좋은 소리를 들었다면서 즐거워했습니다. 다른 분들도 모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약사경(藥師經)’에는 법해뇌음여래(法海雷音如來)의 불국토를 묘사하는 “나뭇가지에 걸린 보배방울이 미풍에 흔들리면 미묘한 소리가 나는데, 저절로 덧없고(無常) 괴롭고(苦) 허무하고(空) 나라는 것이 없다(無我)라는 법문을 한다”는 구절이 나옵니다. 이러한 보배방울 소리를 듣는 중생들은 욕계의 속박과 습기가 제거되어 선정에 들게 되는 것이지요.

인터넷 등 수많은 매체 속에 살아가는 우리는 좋은 소리든 나쁜 소리든, 매일 숱한 소리를 만나고 각자의 업으로 듣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이 우리를 병들게 하고, 또 다른 고통의 업을 발현하게 합니다.

이제부터 선정을 통해, 모든 소리를 보배방울이 울리는 것처럼 “모든 것은 무상(無常)이요, 고(苦)요, 무아(無我)요, 공(空)이다”라는 다르마의 소리, 법의 소리로 들으시길 바랍니다.
 

금해 스님

그러면 세상의 모든 소리가 바다처럼 진리의 벗이 될 겁니다. 세상 모든 말에서 자유롭고, 모든 절망에서 벗어나 매일 매일이 진리의 기쁨으로 빛날 것입니다.

 

금해 스님 서울 관음선원 주지 okbuddha@daum.net

 

[1463호 / 2018년 11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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