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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보각행 장영자 사건, 불교계를 강타하다

기자명 이병두

대시주자 포장해 대규모 사기행각 벌이다

대형불사 거액 시주하는 등 선심
서옹 스님에게 접근해 법명 받아
주로 불자기업인 대상 어음 사기

1982년 5월4일 어음사기죄로 구속될 당시 장영자씨 모습.
1982년 5월4일 어음사기죄로 구속될 당시 장영자씨 모습.

이 사진은 장영자(이하에서는 장씨)가 남편 이철희와 함께 1982년 5월4일 구속되던 장면이다. 그가 구속되면서 시작된 이른바 ‘이철희·장영자 어음사기 사건’이 온 나라를 뒤흔들었다.

일반시민들과 언론에서 ‘역사 이래 최대 금융사기 사건’이라고 한 이 사건으로 공영토건 등 중견기업들이 도산하기 시작하고 해태제과 등 여러 기업이 피해를 입었다. 또 이들 기업의 주거래 은행이었던 조흥은행과 상업은행 행장이 구속되는 등 금융권이 요동쳤고, 주식시장이 교란되고 대량 실직사태가 발생하면서 서민들의 생활은 더욱 힘들어졌다. 막강한 권력을 자랑하던 전두환 정권마저 휘청거렸다.

장씨와 인연을 맺었던 스님들과 불교계 인사들의 이름이 연일 언론에 오르내렸고, 시민들은 불교계가 마치 ‘사기 집단의 배후’인 것처럼 여겼다. 사기 사건의 전후 관계가 밝혀지고 난 뒤에 그와 얽혔던 일들을 복기(復碁)해 보고서 “아, 장영자가 그래서 내게 접근했구나”하고 뒤늦게 후회한 이들도 많았을 것이다.

장씨는 1978년에 문화재급으로 평가되는 ‘금동 용두관음보살상’을 서울의 어느 절에 기증했다가, 3년 뒤에는 평창동에 있는 자신의 사찰 ‘각진선원’에 모신다며 회수해가기도 했다. 뿐이 아니라 당시 조성비용이 2억원에 이르는 불상을 일본 오사까 한국 절에 보내주는가 하면, 전남 장성호수에서 열린 수륙대재를 후원‧주도하는 등 ‘불교계 대시주자’의 모습을 과시하고 있었다.

장씨는 조계종 종정을 지낸 서옹 스님에게 접근해 보각행(普覺行)이라는 법명을 받고, 스님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불자 기업가들에게 접근해 어음사기 행각을 펼치기 시작했다. 이 사건의 발단이 된 공영토건 변모 사장의 경우에도, 그가 불교신자인 것을 알아내고 접촉해온 장씨를 전혀 의심하지 못했던 것이다. 사건이 다 밝혀진 뒤 피해 기업주들이 대부분 불교인이었던 것으로 드러난 뒤에야, 여러 사찰의 대형불사에 거액을 시주하는 등 그가 베푼 “선심은 계획적이었던 것 같다”고 하였지만 뒤늦은 후회였다.

하긴 장씨 사기사건이 온 세상에 드러난 뒤에도 일부 스님과 신도들은 그가 ‘시주를 크게 해온 불자’라는 이유만으로 그의 사기행각을 믿지 않으려 하였고, 조계사 마당에서 ‘보각행 장영자의 석방을 청원한다’는 서명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이것이 당시 한국불교의 슬픈 현실이었다. 장씨의 개인 사찰 각진선원은 세월이 흐른 뒤 조계종이 경매에서 낙찰받아 ‘혜광사(慧光寺)’로 이름을 바꾸고 동국대 재학생 비구니 수행원(기숙사)으로 활용하여 오늘에까지 이르고 있으니, 그와 불교계의 인연은 이렇게도 남아 있다.

3년 뒤면 장씨가 온 나라를 혼란에 빠뜨리고 불교계를 흔든지 40년이 된다. “혹 장씨와 같은 인물이 또 나타난다면 스님과 불자들이 다시는 속지 않을까?”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463호 / 2018년 11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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