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2. 관음보살 사진 파는 유명 선사

기자명 이제열

깨쳤다는 선사가 관음보살 사진 팔다니

조사 반열 올랐다며 존경받아
그런 분이 어찌 보살사진 팔까
불법에 대한 관점부터 바로잡길

지난주에 훌륭하다는 어떤 선사에 대해 비판했다. ‘마음’에 대한 잘못된 견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그 선사의 그릇된 불교관은 비단 ‘마음’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영가 법문이 끝난 후 그 선사가 보인 모습은 내게 또 다른 실망을 안겨주었다.

그 선사는 마치 자신이 사후세계를 모두 관찰하고 죽은 영혼들을 좋은 세상에 보낼 수 있는 능력자처럼 말하더니 이번에는 법상 서랍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들었다. 법당을 가득 메운 대중들은 존경해 마지않는 선사의 행동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모든 시선이 그분에게 쏠렸다. 그러자 선사는 말 하였다.

“여러분 이 산승의 손에든 물건이 무엇이냐 하면 관세음보살의 사진입니다. 그런데 이 사진은 그냥 그림으로 그린 관세음보살 사진이 아닙니다. 관세음보살의 실제모습을 찍은 사진입니다. 대만의 공군이 전투기를 타고 가다가 허공에서 용을 타고 날아가시는 관세음보살을 발견하고 이를 급히 찍었다고 합니다. 참으로 신비한 일입니다. 그러니 여러분은 이 사진을 한 장씩 품에 넣고 다니십시오. 무당들이 주는 부적이나 잡승들이 그린 달마상 같은 거 넣고 다녀야 소용없습니다. 이 사진을 지니고 다니면 관세음 묘지력으로 삼재팔난이 소멸되고 소원을 성취합니다. 관세음 보살님의 32응신 도리가 바로 이 사진 한 장 가운데에 있으니 의심치 말고 여러분만이 아니라 친척이나 이웃들에게도 보시하여 무량한 복을 쌓으시기 바랍니다.”

그러면서 그 선사는 법상 아래에 앉아 있던 소임자 스님에게 그 사진을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라고 지시했다. 내 기억에 사진 값으로 한 장에 오백 원씩을 받았다. 너도 나도 앞을 다투어 사진을 샀고 사진은 금방 동이나 더 사가려는 불자들로 시끌벅적했다.

중생의 상을 깨뜨려야 할 선사가 중생의 상을 더욱 부추기다니 도저히 선사라고 인정할 수 없었다. 이는 중생을 제도하는 선방편도 아니고 불법을 포교하는 것도 아니다. 선을 내세워 영가니 가피니 하는 등의 기복을 조장하는 행위야말로 양고기를 걸어 놓고 개고기 파는 푸줏간의 주인과 다를 바 없다. 그 선사가 불법의 도리를 제대로 깨쳤는지 못 깨쳤는지는 알 수 없으나 불자들은 그 선사를 깨친 분으로 알고 있다.

조사의 반열에 오를 만큼 큰 깨달음을 이루었다고 추앙한다. 그러나 그분은 최소한 마음에 관한 문제뿐만이 아니라 ‘보살관’에 대해서도 그릇된 판단을 하고 있다. 관세음보살이 마치 신이나 혼령들처럼 허공을 날아다니면서 중생들에게 복을 주고 우환을 없애주는 것으로 착각한다. 참된 관세음보살은 실제로 용을 타고 다니거나 구름을 타고 다니지 않으며 흰옷을 걸치거나 약병을 들고 다니지 않는다. 관세음보살은 중생이 바라밀을 닦아 깨달음을 얻었을 때 마음에서 나타나는 크나큰 사랑이며 자비이지 형상을 지니고 눈앞에 나타나는 존재가 아니다.

법당 불화 속의 관세음보살처럼 실제로 관세음보살이 그렇게 생겼다고 믿는다면 미진 겁을 기도해도 진짜 관세음은 만나지 못한다. 선사가 만약 사람들이 말 하듯이 정말로 깨달은 분이라면 관세음보살을 바로 보았을 것이다. 깨닫는 순간에 일체불과 일체보살 그리고 일체의 조사들의 본래 모습을 한꺼번에 다 보고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선사는 절대로 사람들에게 저런 식의 사진을 나누어 줄 수 없다. 참된 관세음을 본 사람이 어찌 사진에 찍힌 모습을 관세음이라 하겠는가?

대만의 비행 조종사가 용을 탄 관세음보살을 찍었다는 말도 도저히 믿기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혹 만에 하나 그렇다손 치더라도 선사는 이런 현상을 인정하거나 쫓지 말아야 한다. 이런 기이한 현상과 불법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지금부터라도 선사는 화두니 인가니 확철대오니 하고 수좌들을 가르칠 것이 아니라 자신의 불법에 대한 관점부터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이제열 법림선원 지도법사 yoomalee@hanmail.net

 

[1463호 / 2018년 11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