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희생 영가여 추모공양 받고 왕생극락하소서”
“강제징용 희생 영가여 추모공양 받고 왕생극락하소서”
  • 김현태 기자
  • 승인 2018.11.05 22:00
  • 호수 146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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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종, 11월5일 천도재 봉행
日 홋카이도 삿포로시 중앙사
홍파 스님 등 한일불자 100명
살풀이·가야금 연주 영가 위로
한국인 희생자들 송환 기원도
관음종은 11월5일 삿포로시 중앙사에서 ‘일제강점기 징용 희생자 한일 양국 불교 합동 천도재’를 봉행했다.

“농사일 하다, 장에 갔다, 나무를 지다 영문도 모른 채 강제로 일본에 끌려와 모진 탄압과 고통 속에 강제로 일하다 돌아가신 영가들이여, 한국과 일본의 불자들이 올리는 추모의 공양을 받고 부처님 가르침 받들어 극락왕생하소서.”

대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 인정으로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강제징용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고 유해의 환국을 서원하는 법석이 마련됐다.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시 조동종 대본산 중앙사에 12줄 가야금의 아리랑이 연주되고 강제징용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살풀이춤이 펼쳐졌다.

관음종(총무원장 홍파 스님)은 11월5일 삿포로시 중앙사에서 ‘일제강점기 징용 희생자 한일 양국 불교 합동 천도재’를 봉행했다. 일본 조동종과 공동으로 봉행된 이 자리에는 관음종 총무원장 홍파, 포교원장 대홍, 총무부장 도각 스님을 비롯한 스님과 불자 30여명과 조동종 부종정 겸 중앙사 주지 미나미 사와, 약왕사 주지 다나까 세겐 스님 등 조동종 관계자, 박현규 주일 삿포로 총영사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관음종 총무원장 홍파, 포교원장 대홍, 총무부장 도각 스님을 비롯한 스님과 불자 30여명이 동참했다.

관음종은 지난 2015년 창종 50주년을 맞아 대외적으로 일제강점기 희생자 무연고 유골에 대한 환국사업을 펼치겠다고 선언했었다. 이후 2017·2018년 1월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 조세이탄광 추모탑에서 일제징용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위령재를 봉행했으며, 지난해 11월에는 일본불교 주요 종단인 진언종 평간사, 일련종 본문사, 정토종 광명사, 천태종 원만사, 임제종 건장사를 찾아 추모재를 봉행하고 무연고 유해의 귀국을 위한 일본불교계의 협조를 구했다. 이번 중앙사에서의 천도재 역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희생자 유해의 영구귀국을 기원하는 불사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본 행사에 앞서 관음종 추모단은 삿포로시 약왕사를 찾아 ‘홋카이도 무명 희생자 추모비’를 참배했다. 약왕사는 무연고 강제징용 희생자들의 유골을 수습해 봉안하고 추모비를 세워 매년 위령재를 봉행하고 있다. 이곳에서 수습하고 확인한 한국인 희생자 수만 816명에 이른다.

총무부장 도각 스님은 추모사를 통해 “약왕사의 협조로 816명의 명단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에 위패를 모시는 여법한 천도재를 준비할 수 있었다”며 “현재 논의수준에 머물고 있는 희생자 유해송환이 민간을 넘어 정부차원에서 진행되고 모든 분들이 돌아올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말했다.

천도재는 816명의 위패를 모신 가운데 한국식 추모의식 및 일본의 추도의식으로 진행됐다. 총무원장 홍파 스님은 추모사에서 “한일 양국의 불교도가 중앙사에 모여 위령법회를 통해 진혼공양의 바치며 희생자 유해가 조속하게 조국으로 귀환되기를 염원한다”며 “천도재 봉행에 함께해준 조동종과 중앙사, 약왕사에 깊은 감사를 드리면서 관음종은 과거의 역사를 깊이 뉘우치는 모든 일본 단체를 지지하며 일본사회에 확산시키는 일에 동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현화 안무가는 살풀이춤으로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했다.

박현규 주일 삿포로 총영사는 추모사에서 “홋카이도 지역은 1939년 이후 탄광 채굴과 공항활주로 및 댐 건설 등 대규모 토목공사 현장에 약 15만명의 한국인들을 강제노역에 동원시킨, 일본 내에서도 피해가 가장 컸던 아픈 역사를 간직한 곳”이라며 “낯선 이국땅에서 가슴 아픈 사연을 안고 돌아가신 영령들을 깊이 추모하고, 오늘 그 분들의 넋을 위로하는 행사로 고인들이 부디 영면하시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조동종 부종정 미나미 사와 스님은 이번 행사의 동참 이유를 설명하는 것으로 인사말을 대신했다. 중앙사와 약왕사가 속한 조동종은 2012년 9월 군산 동국사에 ‘일제강점기 전쟁에 앞장선 것을 사죄한다’는 내용의 참회비를 세워 일제 침략의 사죄문을 기록으로 남겼다. 당시 참회비 건립을 주도한 이들 중 한 명이 조동종 부종정 겸 중앙사 주지 미나미 사와 스님이다.

조동종 스님들의 추도의식.

스님은 “전쟁 당시 중학생이었던 저 역시 노동력을 제공해야 했고, 그곳에서 타국에서 끌려와 강제노동에 동원된 분들의 고통과 아픔을 직접 목격했다”며 “이 같은 역사는 반복돼서는 안 되며 여전히 남아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국과 일본의 불자들이 함께하기를 서원한다”고 말했다.

이날 법석에는 조현화 안무가와 아랑가야금이 참가자들의 간절함을 담은 추모공연으로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조현화 안무가는 살풀이춤으로, 초등학생과 중학생으로 구성된 아랑가야금은 아리랑 연주로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시간을 가졌다.

초등학생과 중학생으로 구성된 아랑가야금은 아리랑 연주로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아랑가야금 박세인(청주 솔밭초5) 양은 “스님께 이번 행사에 대한 설명을 듣고 화가 많이 났다. 할아버지들이 정말 힘들었을 것 같다”며 “할아버지들 흔적이라도 꼭 고향으로 돌아가 가족과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연주했다. 꼭 그렇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관음종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희생자 유해의 영구귀국을 기원하는 불사를 내년 4월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 조세이탄광 추모탑에서 계속 이어간다.

삿포로=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464호 / 2018년 11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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