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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바지라 하넬로르 울프-하

팔리어 경전 영어·독일어로 번역하며 여성불자 지도

팔리어 배워가며 경전 공부
스리랑카 여성 불자와 함께
명상·배움 멈추지 않고 정진

바지라는 법을 완벽 이해했다고 인정받았다.
바지라는 법을 완벽 이해했다고 인정받았다.

스리랑카에서 바지라가 먼저 향한 곳은 캔디였다. 불자들로부터 큰 존경을 받던 니야나티로카 스님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스님은 독일 출신으로 유럽 전역에 불교 전파를 이끈 선구자였다.

그는 스리랑카 불자들의 수행처로 유명했던 폴가스두와 섬에서 잠시 머물며 수행을 쌓고 다시 길을 떠나 비야가마 마을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비구니로 살아가는 스리랑카 여인들을 만났다. 그들과 함께 생활하고 공부하고 명상하며 불교를 배웠다. 1955년 7월 보름달이 환한 날 밤 그는 마침내 나라다 스님으로부터 비구니계를 받았다. 그는 자신의 인생을 이렇게 말했다.

“내 인생은 마치 한 편의 동화와도 같지요. 많은 역경 끝에 행복이 찾아오는 그런 동화 말이에요. 요즘 명상을 마치고 산 너머로 해가 지는 모습을 바라볼 때 내 마음속에 찾아오는 평온함은 세상의 어떤 언어로도 묘사할 수 없어요. 거칠고 원망만 가득했던 내 마음에 부처님을 맞이하고 찾아온 평화는 세상 어떤 기쁨과도 견줄 수 없지요. 이제 저는 온화한 평정을 찾게 됐어요.”

스리랑카의 몇몇 부유한 불자들이 그와 비구니들이 편하게 거주할 수 있도록 야자수 숲속에 방갈로를 지어줬다. 본격적으로 팔리어를 배워가며 불교 경전을 집중적으로 공부했고 팔리어 경전을 독일어와 영어로 번역하기 시작했다. 평온했던 그의 인생은 갑자기 몸이 아프기 시작하며 다시 급류를 탔다. 그의 주치의 아난다 니마라술야는 본인이 소유한 갈(Galle) 지역 땅 일부를 제공해 그가 수행을 조용히 해나갈 수 있도록 도왔다. 1959년 갈이라는 낯선 곳으로 거처를 옮기면서 건강은 날이 갈수록 호전되었고 어느 날인가부터 함께 경전을 공부하고 명상을 하기 위해 스리랑카 여성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여성들은 넓은 불교 지식과 깊은 불심을 지닌 바지라를 진심으로 존경했고 곧 그를 스승으로 대하기 시작했다. 바지라는 이곳에서 팔리어 경전을 영어로 번역하는 일을 완성하게 된다. 배움을 멈추지 않고 나나비라 스님과 끊임없이 연락하며 그의 가르침을 받아가던 바지라는 ‘달마’ 즉 ‘법’을 완벽히 이해했다고 인정받게 된다. 이 이해의 단계는 ‘수타파티’라고 불린다. 나나비라 스님은 이렇게 말했다.

“바지라는 놀라울 정도로 열정적이고 의지력이 강한 사람입니다. 그는 분명히 미래에 무언가 큰일을 해낼 인물임이 분명합니다.”

그는 갈 지역에서 여성 불자들이 가장 존경하는 불교 지도자가 되었고 여성 불자들을 큰 통솔력으로 이끌며 그 지역의 불교를 더욱더 활성화시켰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바지라는 어느 순간부터 마치 정신병에 걸린 것처럼 괴상한 행동을 했다. 그를 걱정하던 동료 스님들과 그를 따르던 불자들은 치료를 위해 1962년 그를 독일로 보냈다. 의사는 영적인 집중력을 위해 너무 많은 정신적인 에너지를 소비했고 이로 인해 정신 균형이 깨진 것 같다는 진단을 내렸다. 그는 더 발전적인 미래를 위해 잠시 불교 수련을 멈추고 안정을 찾으려고 애썼다. 그는 벼랑에 떨어져 가던 중 나뭇가지를 붙잡고 있는 사람처럼 부처님을 의지하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1986년 그는 ‘바지라의 편지(The letters of Sister Vajira)’라는 책 한 권을 출간한다. 이 책은 인생에서 바른길을 선택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마주치게 되는 모든 방해와 역경들, 그리고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분노를 겪는 여성 불자의 삶과 불교 수행 과정을 잘 묘사하고 있다. 바지라는 독일 마스첸시 한 아파트에서 1991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

알랭 베르디에 저널리스트 yayavara@yahoo.com

 

[1463호 / 2018년 11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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