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지역단 사무국장 양영미-상
충북지역단 사무국장 양영미-상
  • 양영미
  • 승인 2018.11.06 10:17
  • 호수 146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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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없이 피투성이 된 제자의 손 씻긴 부처님을 따라

신심 돈독한 어머니의 새벽기도
‘불교=미신’ 편견에 쓴소리 하다
문고판 ‘무소유’ 읽고 무지 자각
부처님 행적 보면서 수차례 환희
53, 광명화

어머니는 그랬다.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마다 우암산에 있는 작은 절로 향하셨다. 당시 난 “불교=미신”이라는 도식화된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비교적 자유롭게 기상하던 대학시절엔 아침마다 오디오에서 나오는 부처님 말씀에 깨곤 했다. 참다못해 가끔 어머니에게 쓴소리도 했다.

“엄마, 돌에다 손이 발이 되도록 빌면 뭐가 이뤄지긴 하는거야? 그렇게 기도한다고 소원이 이뤄져? 제발 저 이상한 소리가 내 귀에 들리지 않게 좀 해줘.”

그럴 때마다 어머니는 아무 말도 없으셨다. 돌이켜보면 그 때 어머니 마음에 상처를 준 업장으로 간혹 불미스러운 일이 닥치는 것 같다. 이게 다 인과다.

언제부터였을까. 부처님 말씀이 듣기 좋아졌다. 부드러운 음악소리에 구구절절 좋은 말씀이 귀에 들어왔다. 스님의 염불소리에 감탄하기도 했다. 그런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였고, 어느덧 결혼을 했고, 아이들은 유치원에 다녔다. 그리고 불교에 대한 편견이 깨졌다.

남편이 사업을 시작하면서 살림을 정리해 시댁에 들어간 얼마 후, 화마가 닥쳤다. 새까만 집에 있으려니 공포가 엄습했다. 아이들을 들쳐 업고 무작정 버스를 타고 돌아다녔다. 작은 헌책방이 눈에 들어왔다.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 살 수 있는 책은 500원짜리 문고판 뿐이었다. ‘무소유’ 그 때 내 눈에 들어온 책 제목이었다. 빈털터리인 내 형편을 말해주는 것 같았고, 기꺼이 500원을 지불했다. ‘무소유’는 화재로 인한 물질적 정신적 공허감을 극복하게 했고, 불교에 대한 선입견이 완전히 부서진 이유가 됐다.

용화사 근처로 이사를 오면서 아이들 유치원을 선택해야 했다. 어머니 말을 듣고 용화사 유치원을 택했다. 아이들과 용화사 도량, 유치원 놀이터에서 한껏 뛰놀기도 했다.

눈을 돌려보니 사시예불을 보는 법당이 있었다. 들어가 기도하는 보살들을 흘낏흘낏 보면서 예불을 드리게 됐다. 첫날, “정구업진언 수리수리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코미디 프로그램에서나 듣던 익숙한 주문에 웃음을 참을 수 없어 법당 밖에서 한참 웃고 난 후 정색하고 다시 예불을 봤다.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무지했던 일인가. 사시예불에 매일 동참하면서 새벽기도도 시작했다.

늦잠꾸러기인 내게 기적 같은 일이 생겼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예불에 동참했던 것이다. 한 달 동안 비몽사몽에, 새벽기도 중 잠든 적도 있었다. 분심이 일어나 ‘기도하다 죽겠다’고 작정했고, 새벽 3시30분 도량석 소리를 들으며 일어나는 환희심으로 기도를 이어갔다. 날이 갈수록 몸과 마음이 가벼워졌다. 스님들은 “그렇게 100일 기도하면 몸이 변하고 1년을 하면 심상이 변하고 1000일을 하면 골상이 변한다”며 신심을 더욱 내라고 격려했다.

초발심으로 두려움 없이 정진했던 힘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것 같다. 그리고 부처님을 알아가면서 만난 수많은 인연들 덕분이다. 특히 내 스승 부처님 존재가 주는 환희심 때문이다. 수행정진으로 눈이 먼 제자의 옷을 말없이 꿰매주신 부처님, 피투성이 반죽음이 되어 기원정사로 돌아온 제자의 손을 잡고 씻겨주신 부처님…. 마치 내 옆에서 살아계신 부처님을 뵙는 듯 부처님의 행적에서 감동이 물밀 듯 다가왔다. 쏟아지는 눈물을 훔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어느 경전 구절보다 더 환희로웠다. 수백마디 말보다 한 번의 행동. 부처님이 제자들에게 보이신 그 행적을 읽으며 내가 당사자인 듯 부처님에게 벅찬 고마움을 느꼈다. 불심은 그렇게 깊어지고 있었다. 불심이 무르익어서였을까. 아니면 더 정진하라는 경책이었을까. 특별한 계기도 없이 포교사라는 시절인연이 불쑥 다가왔다.

ohgaan@hanmail.net

 

[1463호 / 2018년 11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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