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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브리닷타 자타카 ①

뱀의 위상 인간과 연결해 불교의 가르침 설명

깨달음 얻은 부처님 보호한
뱀의 왕 무차린다 사례처럼
뱀은 경전과 사찰설화에서
불교 수호하는 역할로 등장

태국 랏차부리 불교사원의 브리닷타 자타카(Bhūridattajātaka).
태국 랏차부리 불교사원의 브리닷타 자타카(Bhūridattajātaka).

브리닷타 자타카는 부처님께서 과거에 뱀의 왕자로 태어났을 때 일어난 일들을 주제로 한 흥미로운 이야기이다.

불교가 시작된 인도 북동부와 남방불교가 번영하고 있는 동남아시아는 거대한 하천을 끼고 있는 농경 및 상업지역이다. 이 지역의 땅속에는 큰 뱀들이 살고 있었으며 주로 야간에 활동하기 때문에 낮에는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다. 하지만 밤이 되면 뱀들이 활동했고 간혹 사람들까지도 피해를 보는 일이 생기면서 뱀은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물론 뱀이 마을에서 사라져 준다면 좋겠지만, 뱀이 사라진 마을에는 홍수와 같은 재앙이 닥치게 된다. 즉, 홍수가 일어나기 전에 땅 속의 물이 차올라 뱀이 땅속에 머무르기 힘들어 졌을 때 땅위로 올라오게 되고 좀 더 높은 곳을 향해 이동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뱀은 사람들과 불가근불가원의 존재로서 받아들여졌고 일종의 공생관계에 있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몇몇 동남아시아의 건국신화는 뱀을 조절할 수 있는 사람이 왕권을 가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불교는 농경사회에서 뱀이 가지고 있는 이러한 위상을 적절하게 받아들였다. 뱀을 죽여 없애서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뱀을 불교의 가르침으로 교화하여 뱀을 불교의 보호자로 만드는 것이다. 동남아시아 매콩강 주변의 수많은 불교사원들은 수많은 조각을 통해 뱀의 보호를 받으며 우뚝 서있고, 동아시아 불교사원의 대웅전에서도 뱀의 중국화 된 모습이라 할 수 있는 용이 건물의 보호자로 나타나고 있다. 뱀의 이러한 위상은 불교설화 전통에서도 나타나며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직후 비바람에서 보호해준 뱀의 왕 무차린다 이야기와 우루웰라 깟사빠의 화당을 지키는 뱀 이야기 등으로 대표된다고 할 수 있다.

인도에서 나가(naga)로 불린 뱀들은 땅속의 지하에 나가의 세계를 건설하여 살고 있으며 인간들의 세계를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존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한 뱀들은 오래전부터 불교화 되었던 것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즉 부처님께서 수자따의 공양으로 받은 황금 그릇을 네란자라 강에 던지셨을 때 뱀의 왕이 이를 받아서 나가의 세계에 불탑을 건설했다는 이야기와 라마가마 불탑의 부처님 진신사리를 지키는 뱀의 왕 이야기는 유명하다. 브리닷타 자타카는 이러한 뱀의 위상을 인간세계와 결합하여 불교란 어떤 것인가를 아름답게 설명하고 있다.

한때 부처님께서 사위성에 머무르실 때 포살(uposatha)의 중요성에 대해서 말씀하셨다. 보름날이 되자 많은 재가자들이 제따와나 사원으로 와서 부처님의 말씀을 듣기 위해 기다렸다. 부처님께서는 과거에 뱀의 왕자로 태어나 포살을 해서 공덕을 쌓았던 이야기가 법문으로 적당하다고 생각하시며 재가자들에게 물었다. “재가 신도들이여, 당신들은 포살을 열심히 행하고 있습니까?” 모두가 열심히 행하고 있다고 답하자 부처님께서 계속해서 말씀하셨다. “잘 하고 있습니다. 저와 같은 스승아래에서 여러분들이 열심히 포살을 행하고 있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과거에 스승이 없이도 현인들은 흔들림 없이 포살을 행하고 부와 영예를 버리고 출가하여 수행자가 되기도 했습니다.” 재가자들이 과거의 현인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궁금해 하자 부처님께서는 과거에 대해 말씀하셨다.

황순일 동국대 불교학부 교수 sihwang@dgu.edu

 

[1463호 / 2018년 11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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