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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노여심의 ‘그래서 좋은 내 친구야’

기자명 신현득

참을 줄 알아야 참다운 벗을 사귀니
내 마음을 벗에게 맞추란 교훈 제시

숙제 하는데 놀자 하는 친구
수업 시간에 장난을 건 친구
정말 밉다면서도 어울리며
함께 노는 ‘좋은 친구’ 다룬 시

우리의 옛날에는 친구를 벗이라 했다. ‘벗끼리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朋友有信)’는 말은 일찍이 맹자가 오륜의 덕목으로 내놓아 세상 모두가 지키게 했다. 신라 화랑의 세속 5계는 원광 스님이 정해서 귀산, 추항 두 화랑에게 주어 모든 화랑이 생명처럼 지켰던 화랑의 계명이었다. 이 세속 5계에는 ‘믿음으로 벗을 사귀어라(交友以信)’라는 계행을 충성과 효도 다음의 셋째 항목에 두어, ‘전쟁에서 물러서지 말라(臨戰無退)’는 계행에 앞세웠다. 같은 낭도인 벗끼리 마음을 모으는 것이 전쟁에서 지녀야 하는 용기보다 앞서는 것이라고 가르쳤던 것이다.
동무 사귀기는 오늘에 와서도 생활교육에서 크게 다루고 있는 교육과정의 일부이다. 벗 중에서도 같은 반 동무는 형제처럼 친한 사이이다. 이것이 오늘의 어린이들 생활에는 어떻게 나타나고 있을까?

그래서 좋은 내 친구야 / 노여심

열심히 숙제할 때
놀자고 찾아온 너
숙제 좀 미루어도 엄마는 나를 사랑하시지만
안 놀아주면
너는 너무 무서운 거야
너랑 실컷 놀다가
잠 쏟아지는 밤 숙제를 한다
그래도 넌 좋은 내 친구야.


얌전히 공부할 때
말장난 걸어온 너
장난 좀 쳐도 선생님은 나를 사랑하시지만
모른 척하면
너는 너무 무서운 거야
너랑 장난치다가
냄새 나는 화장실 청소를 한다
그래도 넌 좋은 내 친구야.


아빠 말씀 선생님 말씀 까맣게 잊고
피시방 앞을 기웃거릴 때
“가자, 공 차러 가자”
내 손을 잡아끄는 너
네가 밉다가 정말 밉다가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는다
그래서 넌 좋은 내 친구야!


‘노여심 동시집 ‘조금만 아주 조금만’’ 2010.

시의 화자 나는 지금 열심히 숙제를 하고 있다. 그런데 같은 반 친구가 놀자고 찾아 왔다. 공부하는데 훼방꾼이 온 것이다. 화자는 생각한다. ‘숙제를 좀 미루어도 엄마의 사랑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동무가 놀자는데 고갯짓을 했다간 동무 마음을 상하게 한다. 그것이 두렵다’ 하고 반동무의 뜻을 따르기로 한다. 동무의 뜻 맞추기였다. 그 동무와 실컷 놀다 와서 잠이 쏟아지는 밤에 숙제를 하고는 생각한다. ‘그래도 걔는 내 좋은 친구야’ 하고.

다음은 학교 교실이다. 얌전히 공부를 하고 있는데, 그 동무가 말을 걸어 왔다. 화자는 생각한다. “장난을 좀 쳐도, 선생님의 사랑은 변함없겠지만, 얘를 모른 척할 수는 없지’ 하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 생각한 것이었다. 꾸중을 덮어쓴 그 위에 벌로 화장실 청소까지 하게 되었다. 시의 내용에서 보아 장난을 걸었던 동무는 당하지 않고 장난을 거들었던 화자 어린이만 당한 것이다. 하지만 화장실 벌 청소를 하면서도 화자 어린이는 생각한다. ‘그래도 걔는 내 좋은 친구야’ 하고.

또 그 다음 이야기다. 그런 곳에는 얼씬도 말라는 아빠의 말씀, 선생님 말씀을 까맣게 잊고 피시방 앞을 기웃 거릴 때였다. “가자, 공 차러 가자!” 하고 그 동무가 또 손을 잡아끌었다. 그래서 공을 차러 갔다.

‘네가 밉다. 정말 밉다’ 하는 원망을 하면서 따라가 땀이 나도록 공을 찾다. 그것은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는다’의 일행에서 알 수 있다. 그러면서도 화자 어린이는 생각한다. ‘그래도 걔는 내 좋은 친구야’ 하고.

이 시는 이처럼 내 마음을 벗에게 맞추라는 내용이다. 벗을 사귀려면 참을 줄을 알아야 한다는 주제를 지니고 있다. 노여심(盧如心) 시인은 전북 장수 출신이며 한국아동문학 신인상(1995)으로 등단했다. 초등학교에 근무하면서 한국교원대학에 출강하고 있다.

신현득 아동문학가·시인 shinhd7028@hanmail.net

 

[1463호 / 2018년 11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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