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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허왕후

  • 데스크칼럼
  • 입력 2018.11.12 10:10
  • 수정 2019.04.10 14:57
  • 호수 1464
  • 댓글 1

허왕후 한국 친선 상징 인물 부각
허왕후 아니더라도 양국 깊은 관계
고대 문화 사절 ‘구법승’ 기억하길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공식 초청으로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인도를 방문하면서 허왕후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2000여년 전 인도 아유타국에서 왔다는 고대 가락국 김수로왕의 비(妃)가 21세기 한국과 인도의 친선을 상징하는 인물로 떠오른 것이다.

모디 총리는 11월5일 김 여사를 만나 “허왕후 기념공원은 2000년간 이어온 양국 관계가 복원되고 전 세계에 그 깊은 관계를 잘 보여주는 동시에 다음 세대에도 양국 관계의 연속성을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에 앞서 지난 7월 문 대통령도 인도를 방문했을 때 “인도 우타르프라데시 주(州)에는 2000년 전 가야를 찾아온 김수로왕의 왕비 허황옥의 고향 아요디아가 있다” “한국의 고대 국가 가야는 인도에서 전파된 불교문화가 활짝 꽃피운 곳”이라고 말해 관심을 모았다.

허왕후는 ‘삼국유사’의 ‘가락국기’와 ‘파사석탑’ 조에 등장한다. 여기에는 수로왕 7년(서기 48년) 인도 아유타국의 공주 허황옥이 16살 나이로 파사석탑 등을 싣고 왔다고 기록돼 있다. ‘삼국유사’의 이 같은 내용은 역사와 설화의 영역을 오가며 숱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한반도에 전래된 불교는 북방이 아니라 해양을 통해 인도에서 직접 이뤄졌을 수 있다고 보는 학자들이 적지 않은가 하면, 태국의 아유타이나 중국의 보주를 경유했을 것으로 보는 학자들도 있다. 만일 남방불교 전래설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한반도 불교 전래 시기도 현재 소수림왕 2년(372년)이라는 통설보다 무려 324년이나 앞당기게 된다.

그러나 허왕후가 역사의 장으로 넘어오기에는 난관이 많다. 여전히 많은 학자들이 허왕후의 존재와 남방불교 전래설을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인도 출신 한국학자인 판카즈 모한 박사는 “남방불교 전래설은 가야출신으로 삼국통일을 이끌었던 김유신의 후손들이 가야왕실의 위상을 높이려는 의도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며 “이것을 역사적인 사실로 볼 것이 아니라 7세기 신라의 정치상황으로 봐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문헌, 유물, 용어 등을 검토한 최병헌 서울대 명예교수도 “가야는 5세기 중반 이후 불교를 받아들였으며, 뒷날 자신들의 건국신화를 재구성하면서 불교적으로 윤색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 가야사 연구와 고고학적 발굴 성과에 따라 허왕후와 남방불교 전래가 사실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그렇더라도 정설로 인정받지 않은 인물과 사건에 대해 정부가 기정사실화하며 과도하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 ‘수수께끼 같은 일에 일국의 대통령 부인과 장관이 국가를 대표한 사절로 참가하는 촌극’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가야는 인도에서 전파된 불교문화가 활짝 꽃피운 곳”이라거나 김 여사가 조계사에서 만든 연등을 아르띠 강물에 띄워 보낸 것도 인도와 한국의 문화적·사상적 접점이 불교에 있음을 염두에 뒀다고 볼 수 있다. 허나 굳이 가야가 아니더라도 1700년 불교 역사를 지닌 한반도 전체가 인도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한국불교계가 아쉬워하는 점도 여기에 있다. 특히 ‘대당서역구법고승전’를 비롯한 역사서에는 7세기 한반도에서 인도를 순례한 8명의 전기가 수록돼 있으며, 그들의 발자취는 인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재형 국장

일연 스님은 ‘삼국유사’에서 구법순례를 떠난 이들을 떠올리며 ‘천축 하늘 멀고멀어/ 만첩 산이로구나/ 애달플 손 순례자들/ 힘써 오르네/ 저 달은 몇 번이나/ 외로운 배 보냈던고/ 구름 따라 돌아온 이/ 못 보았네’라고 안타까워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구법승들이 있었기에 인도의 사상과 문화가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에서 꽃피울 수 있었다. 정부가 허왕후만이 아니라 이제는 인도로 떠났던 구법승들도 기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mitra@beopbo.com

 

[1464호 / 2018년 11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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