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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천은사 현안’ 더 이상 외면 말라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18.11.12 10:11
  • 수정 2018.11.12 13:13
  • 호수 1464
  • 댓글 6

가해자는 사찰 토지
무단 사용하는 정부
도로복원·관광도 지정
국가보상 외 묘안 없다

지리산 천은사 전경. 출처=천은사 홈페이지
지리산 천은사 전경. 출처=천은사 홈페이지

우리나라 국립공원 1호는 1967년 12월29일 지정된 지리산 국립공원이다. 22개의 국립공원 내 사유지 비율은 45.5%에 이른다. 사유지를 소유한 경우 지자체나 정부로부터 보상을 받기도 하지만 각종 규약으로 재산권 행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 피해를 감수해야 할 때도 적지 않다. 사찰도 예외는 아니다. 지리산 천은사가 대표적이다.

1950년대 중반 지리산 노고단 정상에 군사시설이 들어섰다. 이후 무장공비 출몰에 대비한 군사작전도로가 개설(1968∼1972) 됐고, 곧이어 군부대가 주둔(1974)했다. 군사작전 도로는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면서 관광·지역개발 목적(벽소령 관광도로)으로 확장·포장(1985.5∼1987.5)됐다. ‘88 올림픽’ 특수를 노린 정책 중 하나였다. IBRD 차관 등 67억원을 투입한 길이 뚫리자 사람들은 “노고단 대중관광 시대가 열렸다”며 환영했다. 그 도로가 바로 20여년 전부터 일부 시민단체의 타깃이 되어 온 ‘지방도로 861호선’이다. 천은사가 이 도로상에서 문화재관람료를 받는다는 이유로 그들은 “절이 통행세를 받는다”며 날선 비판을 가해왔다.

분명히 해 둘 게 있다. 그 도로로 편입된 상당 부분의 땅 주인이 천은사라는 사실이다. 참고로 지리산 국립공원 내 천은사 소유면적은 전체 14%에 해당하는 1157만m²(350만평)다. 그 가운데 45만9704m²(13만9060평)가 문화유산지구로 지정됐다. 국립공원 지정 당시 소유주와의 협의절차는 없었다. 정부의 일방적 정책시행만 있었을 뿐이다.

군사·관광도로로 뚫릴 때는 어찌했는가? 그 때도 정부는 천은사에게 통고만 했을 뿐이다. 군사·독재 정권이 강행한 사업이었기에 별달리 손도 못 썼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천은사가 안아야 했는데 일례로 보조국사와 나옹화상의 수행 체취가 스며있던 방장선원이 극심한 자동차 소음으로 인해 부득이 폐쇄됐다. 자연공원법을 필두로 전통사찰보존법, 문화재보호법,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등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든 각종 법률에 의해 사찰은 암자 불사 하나 속 편히 할 수 없었다. 사실 이는 국립공원 내에 자리하고 있는 모든 사찰이 지금까지도 겪고 있는 고통이다.

따지고 보면 천은사는 피해자다. 천은사 땅을 50년 동안 무단으로 사용하면서도 보상을 하지 않는 국가·정부가 바로 가해자다. 따라서 시민단체들이 쏘아대는 비난의 화살은 정부를 향해야 옳다. 국가의 일방적인 정책으로 피해를 입은 사찰이 가해자로 내몰린 세월만도 20여년인데 그 어떤 정부도 모르쇠로 일관했다. 되레 문화재관람료를 받아오던 사찰 등에 기대 국립공원입장료를 받아낸 정부만 존재했을 뿐이다.

천은사 문제는 더 이상 미뤄둘 사안이 아니다. 해결 방법은 세 가지다. 하나는 국립공원 보호를 위해 본래 상태로 되돌려 놓는 것이다. 도로를 폐쇄하는 강수를 두어서라도 말이다. 수행환경을 되찾고 생태계를 복원할 수 있는 최고의 방안인 만큼 적어도 사찰과 환경부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 또 하나는 관광도로로 지정하는 것이다. 원래 천은사를 포함한 지리산 공원문화유산지구를 감상하려 만든 도로 아닌가. 세 번째는 그 도로를 전면 무료로 개방하는 조건으로 정부가 천은사에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하는 것이다.

촛불의 힘으로 출범한 정부마저 이 사안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사찰에서 관람료를 받지 않는 대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전통문화보존을 지원하는 방안을 대선후보 시절 약속한 바 있는 문재인 대통령 아닌가. 현 정부는 적어도 앞서 제시한 방안 중 세 번째 해결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정당성도 확보돼 있다.

국립공원 내 사찰 소유 토지는 2억7960만m²이다. 7.2%에 해당하는 규모다. 영암 월출산, 정읍 내장산, 합천 가야산 국립공원의 경우 사찰소유 토지는 40%에 이른다. 주지하다시피 법음이 이 땅에 전해진 삼국시대부터 절은 산을 지켜왔다. 국가에 앞서 사찰이 지금의 국립공원을 지켜왔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국립공원 내 사찰 소유지 무단사용 및 공익적 기여 평가를 올곧이 한다면 문 대통령이 약속을 지키는 건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현 정부가 의지를 보여야 할 때다.

지리산 천은사 경내 모습. 출처=천은사 홈페이지.
지리산 천은사 경내 모습. 출처=천은사 홈페이지.

[1464호 / 2018년 11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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