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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수행 박미주-상

기자명 법보

꿈에서 만난 도량 직접 본 뒤
주말만 빼고 매일 절에서 기도
새벽기도하면서 환희심도 느껴
10만배 참회정진에 동참 발원

53, 보현행

그날도 변함없이 딸을 카시트에 태우고 사무실로 출근을 했다. 청소를 마치고 친구의 일정이 궁금해서 전화를 하니 절에 있다고 했다. 언니를 따라 동네 안의 작은 절에 있다는 친구의 말에 문득 나도 절에 가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은 음력 10월 초하루였다. 마침 친구도 대중법회를 본 이후 점심공양 중이라며 당장 올 수 있으면 오라고 제안했다.

새벽에 꾼 꿈 생각이 나기도 해서 3개월도 채 안된 막내딸을 업고 절 입구에 들어섰다. 순간 너무 놀랐다. ‘꿈속에서 본 곳이 여기였구나.’ 그날 무심코 친구에게 건 그 전화 한 통화로 부처님과의 인연, 나의 절 생활 첫날이 시작되었다.

이튿날부터 주말만 빼고 아침부터 분주하게 아들 둘을 등교 시키고 사무실 문을 열고 청소를 하고는 곧바로 절에 올라갔다. 오라는 사람도 없고, 가라는 사람도 없는 절은 그저 편안했다. 마냥 향냄새가 좋았다. 졸음이 오면 자고, 배가 고프면 밥을 먹고, 다른 사람들이 기도를 하는 시간이면 나도 옆에 앉아서 같이 기도를 했다. 그냥 따라만 하던 시절이었다.

그러다 새벽기도 소식에 무조건 하겠노라며 동참했다. 새벽 3시 도량석으로 첫 새벽기도는 시작됐다. 주지스님과 함께 3주 21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기도를 이어나갔다. 그 시기에 도반 언니는 “초발심이니 오신채를 참으면서 해보라”고 제안했다. 흔쾌히 그리 하겠노라고 했다. 그 당시 딱 한번 ‘아, 이래서 스님들께서 오신채를 가리시는구나’라는 생각과 마주할 수 있었다. 발이 바닥에 닿아 있음에도 공중에 떠 있는 듯한 가벼움, 모든 것을 수용할 수 있는 듯한 마음이 저절로 피어나는 느낌이 들었다.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여태 느껴보지 못했던 그 환희로움이 떠오른다.

그렇게 기도하는 삶은 일상에 뿌리내렸다. 100일, 1년, 1000일, 기도 숙제를 여러 차례 입재와 회향을 반복했다. 경전 독송과 사경, 주력을 하면서 세월이 흐르고 흘렀다. 사실 처음 절에 올라 갈 당시에는 한 번씩 허리통증이 찾아왔다. 너무 힘들어 방바닥을 기어 다니는가 하면 물 한 바가지조차 들고 일어서지 못했다. 그런데 절에 다닌 지 7~8년이 지난 어느 날, 자신을 보며 깜짝 놀랐다. 큰 소쿠리에 과일을 가득 담고 산신각의 높은 계단을 쉼 없이 성큼성큼 올라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런 것이 부처님의 가피구나.’ ‘감사한 인연이구나.’ 감사함이 사무쳤다.

그렇게 기도와 수행의 즐거움, 몰입의 행복을 마주하던 시기였다. 홍법사의 다라니기도를 알게 됐다. 이번에도 그저 할 뿐이었다. 큰 원력이나 소원을 세운 것은 아니었다. 다만 수행 그 자체가 좋았다. 다라니기도를 꾸준히 하면서 새로운 도반들이 생겼다. 홍법사불교대학도 알게 됐다. 부처님의 법을 조금 더 이해하면서 봉사를 하면 좋지 않을까 해서 시작을 하게 된 것인데 소박한 결심은 더 큰 인연으로 다가왔다. 조계종 포교사단 제23기 포교사도 됐다. 기도와 수행, 포교와 봉사로 보낸 시간을 돌이켜보면 오랫동안 지도해주신 스님과 모든 인연에 감사드린다.

하루하루를 쉼 없이 보내던 중, 올해 초 잠시 몸이 아파 쉬어야 하는 시기가 있었다. 수행을 다시 시작해야 되는데 생각만 앞서고 쉽게 실천으로 옮기기를 미루던 시기였다. 홍법사불교대학 도
반 중 한 분이 동림어린이법회에 자녀를 보내는 자모회 소속이었다. 도반에게동림어린이법회 자모회 세향기도반의 10만배 참회정진 소식을 전해 들었다. 다시 수행을 시작하고 싶었다. 기도반의 소식을 들으며 그저 신심이 났다.

고맙게도 세향기도반에서 자모도 아닌 나를 흔쾌히 받아 주셨다. 매일이 기도이자 수행이라는 김경숙 소장 말에 힘을 얻어 시작했다. 매일 108배 참회기도와 더불어 평소 이어온 다라니, ‘금강경’ 독송을 했다. 마침 선물 받은 ‘법화경’ 사경도 함께했다. 하루 두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특히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사경의 묘미에 빠져들어 3~4시간을 사경으로 보내기도 했다. 이렇게 수행을 이어온 지 벌써 200일 회향을 하고 다시 300일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1464호 / 2018년 11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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