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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장의 성보문화재

최근 서울의 한 화랑에서 경매가 열렸다. 고서부터 탁본, 고지도 등 300여건에 달하는 물품이 경매에 올랐다. 감정액 10만원대부터 가격대가 다양했지만 가장 눈길을 끈 건 평가액 1억5000만원에 달하는 감로탱화였다. 이 화랑에서 진행되는 경매에서는 올해 초 평가액 10억원의 불화가 출품돼 눈길을 끈 바 있다. 당시 경매는 불발됐지만 불화의 진품 여부를 두고 한동안 의견이 엇갈리기도 했다.

성보문화재가 경매시장에 나오는 것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오랜 시간을 거치며 도난당하거나 소장자가 교체돼 개인이 소장하게 되면서 사찰을 떠난 성보문화재가 수십년 만에 경매시장에서 얼굴을 드러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행법상 문화재도 매매할 수 있기 때문에 합법적인 경매를 통해 구입해 소유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하지만 성보문화재의 경우 경매로 인한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이 더 불거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매 과정에서 훼손 위기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관리보존 상태를 장담할 수 없는 데다가 문화재 본연의 가치가 금전적인 가치로만 평가된다는 점에서다. 또 경매 이후 개인이 소장하게 되면서 국보나 보물의 경우 공개와 보존 처리 등이 소유자 의지에 따라 진행되기 때문에 사실상 관리영역에서 벗어나는 실정이다.

예경의 대상으로 삼기 위해 조성된 성보문화재의 경우 원래의 취지를 지켜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성보문화재는 단순 감상을 위한 것이 아니라 종교적인 목적으로 조성된 것이기 때문에 유통될 경우 입수나 출처에 엄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사찰에서 신앙의 대상으로 모셔졌던 것이 언제 뜯겨 나갔고 누구에 의해 어떤 과정을 거쳐 경매에 이르렀는지 철저히 밝히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경매는 순기능도 크다. 경매를 통해 도난 된 문화재를 되찾는 경우도 종종 있다. 2014년 26년 전 도난당한 문화재가 6억원에 경매시장에 나오면서 꼬리를 붙잡혀 불교문화재 48점이 대거 발견됐다. 도난품이란 사실을 숨기기 위해 소장처를 지우는 등 훼손이 있어 안타까움을 더했지만 이를 통해 문화재 절도에 대한 공소시효 10년을 폐지하고 매매 허가제를 도입해 경매가 장물 처분 통로로 악용되는 것을 막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임은호 기자

1985년부터 2017년까지 도난 문화재는 738건으로 총 2만9725점. 이중 성보문화재가 절반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가 커지는 문화재의 특성상 공소시효가 끝날 때까지 어딘가에 숨겨져 있을 것이다. 신앙의 대상인 성보문화재가 또다시 외부로 나가지 않고 불교계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도난문화재 리스트를 확고히 하고 경매 시장을 꾸준히 모니터링 하는 감시기구가 절실할 때다. 그래야만 불교문화와 역사를 담은 소중한 성보문화재들이 훼손· 유실되는 위기를 막을 수 있다.

eunholic@beopbo.com

 

[1465호 / 2018년 11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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