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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손자 마르구리즈

모태신앙·질병 극복하고 생활 속 불교 실천에 앞장

기독교 집안·유대인 남편 불구
불교철학 공부와 선 수행 집중
여성불자들 불교 교육에 헌신

일상 속 불교수행과 실천을 강조했던 손자 마르구리즈.
일상 속 불교수행과 실천을 강조했던 손자 마르구리즈.

손자 마르구리즈(Sonja Margulies)는 1931년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태어났다. 부모님은 루터파 기독교 신자였고, 유대인 출신 남편과 사이에 아이도 2명 낳았다. 1960년대, 대학원에서 종교 심리학 공부를 시작했다. 동시에 ‘트랜스퍼스널 심리학’ 학술지 제작에도 참여했다.

불교 철학을 공부하면서 1968년 수행을 시작했다. 선불교 스님들의 엄격한 지도하에 본격적인 불교 철학을 공부했다. 불교의 시작과 전파 과정, 불교 국가들에서 각기 다른 왕국들을 거치며 불교가 받은 영향, 또 현재 각국의 불교 상황 등 불교에 대해 알고 싶은 내용은 끝이 없었다.

독하게 공부와 수련을 이어가던 중 문득 비구니스님들에게 지도를 받은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리고 유명하고 덕망 높은 스님들은 모두 남성이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눈물이 고였지만 수행을 제대로 하겠다는 목표 아래 페미니스트적인 생각을 마음속 한구석으로 접어 두었다.

‘버클리 선센터 여성 불교인의 모임’에서 많은 내용에 공감한 그는 불교계에 이런 행사를 자주 갖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마음먹었다.

그 후 그는 집중적인 수행을 계속하며 마침내 불교 교육자가 됐다. 그를 지도했던 스승 코분 치노(Kobun Chino) 스님이 ‘보디’라는 이름을 건 불교 센터를 건립했고, 스승을 따라 센터 건립과 활성화에 참여했다. 불교 센터의 모든 일을 맡아 해나가던 그는 1975년 드디어 스님이 됐다. 그리고 그토록 원해왔던 불교 교육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1981년 그는 유방암 선고를 받고 유방절제술을 받았다. 하지만 이런 개인사의 불행과 역경은 그의 얼굴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평상시와 같은 온화한 미소로 불자들을 맞이하며 수행에만 전념했다. 인생의 고난들이 자연의 이치라는 것을 스스로 마음속 깊이 각인시켰다.

그에게 지도 받은 여성 불자들 중 한 소설가는 그를 가리켜 ‘불교에서 가르치는 내용들을 몸소 보여주고 있는 스님’이라고 일컬었다. 또 다른 제자들은 그의 겸손함을 칭찬했다. 그는 1983년 선불교에서는 소수의 지도자에게만 주어지는 죽비를 그의 스승으로부터 받게 된다. 또한 전통적인 선불교 수행과 지도뿐만 아니라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혁신적인 모임들도 개최하기 시작했다. 불교에 관심이 있는 기독교인들과 불교인들의 만남을 주선해서 같이 명상을 하고 좌선을 하며 대화를 나누기도 하는 등 그의 열정적인 활동은 제한 없이 계속 이어져 나갔다.

2000년 겨울, 그는 캘리포니아 산타크루즈로 자리를 옮겨 선불교를 지도하기 시작했다. 그에게 인생의 유일한 목표는 현생에서 부처님 말씀을 다 이해하고 최선을 다해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며, 자신이 이해한 것을 다른 사람들이 배우고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었다.

인생에서 자신이 달성하고자 하는 것을 일찍 깨닫고 그 목표의 달성을 위해 집중하며 애써가는 인간의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고 대단하다. 그의 불교에 대한 학업적 열정, 생활 속에 불교 철학을 완전히 스며들게 해서 부처님의 말씀대로 살아가는 것, 그리고 주변 사람들을 그가 터득한 것들을 바탕으로 최대한 도와주려고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은 그가 그토록 강조했던 자연의 이치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인간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알랭 베르디에 저널리스트 yayavara@yahoo.com

 

[1465호 / 2018년 11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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