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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수행 박미주-하

기자명 법보

새벽 108배로 하루 시작 신선
‘금강경’ ‘법화경’ 사경도 병행
바쁜 순간에도 지속할 힘 생겨
간호사 직업 자비행이라 생각

53, 보현행

새벽에 눈을 떠서 108배부터 시작하는 하루는 항상 새롭다. ‘금강경’ 독송과 다라니, 도반의 소개로 시작한 ‘법화경’ 사경까지 이어가고 있는 요즘이다. 지금까지 항상 해오던 수행에 절수행이 더해지고 마지막에는 사경까지 하면서 마무리를 하다 보니 1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다양한 수행을 경험한 덕분일까. 수행마다 가치와 장·단점을 경험하게 된다. 보통 독송이나 주력은 수행을 하면서 수마가 찾아올 때가 많다. 그런데 절을 하면 오히려 의식이 맑아짐을 느낀다. 예전에는 아침에 일과수행을 못하면 저녁에 한다는 생각을 가졌다면, 요즘은 아무리 바빠도 매일 아침을 수행으로 열기 위해 노력한다. 절수행이 다소 피곤한 날에도 잠을 달아나게 하고 하루를 가뿐하게 시작하도록 이끄는 원동력이 되어 주는 덕분이다.

사실 지난해 조계종 포교사 고시를 준비하면서 너무 긴장을 하다 보니 올해 초 시험이 끝난 이후에는 오히려 한동안 일과 수행도 힘겹고 사찰의 법회에 동참하기조차 힘든 시기가 있었다. 이 때 다시 스스로를 점검하고 출발할 수 있도록 계기를 심어준 수행이 바로 홍법사 세향기도반의 하루 108배 참회기도로 1000일 10만배에 도전하는 정진이다. 아마 이처럼 오랜 기간을 목표로 세운 절수행이 아니었다면 수행에 대한 관심을 회복하지 못했을 것이고 꾸준히 수행하는 행복을 다시 경험할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종종 게으름이 날 때에는 법회에 동참해서 대중과 함께 절을 한다. 목탁소리에 맞춰 절을 하다보면 이제 막 절을 시작한 것 같은데 신기하게도 108배가 금방 끝날 때가 많다. 집에서 일과 수행을 하고 도량에서 점검을 하다보면 어느새 수행은 성큼 삶 속에 깊숙하게 정착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20년 전 인연이 닿아 도반의 소개로 10년 넘게 법당 보살의 소임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시작된 수행은 이제 인생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엄마의 수행하는 모습을 보며 자란 큰 아이는 벌써 27살이다. 아마 내가 더 젊은 시절에 홍법사를 알았다면 우리 아이들도 어린이·청소년 법회에 가입해서 함께 수행을 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병원에서 간호사를 직업으로 삼고 있다. 병원 일을 하게 된 계기도 불교와 수행 덕분이다. 절에 자주 가다보니 할머니들을 많이 뵙게 되었고 어르신들이 편안하게 다가왔다. 그러던 중 불교호스피스를 펼치시는 능행 스님의 활동에 감동을 받아 간호사 일을 발원하게 되었다. 주변에서는 힘든 일을 왜 하려고 하냐며 걱정도 하셨다. 게다가 시험을 치고 실습을 거쳐야 하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용기를 내어 도전을 했고 발원은 현실이 되었다. 매일 매일이 감사한 하루가 되는 또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다.

홍법사 주지 심산 스님이 최근 200일 수행을 마친 우리에게 ‘자비’라는 글을 써주셨다. 간호사를 단순히 ‘일’로만 여긴다면 오랫동안 직업으로 삼고 활동하기는 힘들다고 본다. ‘자비’라는 글처럼 간호사라는 직업은 바로 자비행의 실천 과정이라고 믿는다. 병원에서 몸이 아픈 환자들을 대할 때마다 나 자신의 마음가짐도 항상 돌이켜보려고 한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회향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포교사 고시를 준비하던 중 선생님으로부터 들은 한 마디가 떠오른다. “부처님 법은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들어야한다”라는 말이었다. 이 말씀을 마음속에 새기며 늘 부처님의 품안에서 여여하게 살아가고 있음에 감사한다.

매일 절수행 하면서 1000원씩 보시금을 모으고 있다. 앞으로도 500일 나아가 1000일 동안 10만배 회향을 할 때까지 함께 할 것이다. 더불어 초심자 시절 수행의 가치를 일깨워주신 스님, 그리고 세향기도반을 이끌어주시는 홍법사 주지 심산 스님 그리고 김경숙 소장님과 도반들에게 이번 기회를 통해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세향기도반 도반들과 함께 행복함을 이어 갈 수 있도록 오늘 새벽에도 수행을 시작한다.

 

[1465호 / 2018년 11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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