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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롱 패딩 소비와 동물권

기자명 최원형

롱 패딩 한 벌에 거위 최대 25마리 희생

패딩 충전재는 거위‧오리털
소비증가로 동물 희생 늘어
무고한 희생 줄이기 위해선
소비를 최소화하는 게 대안

추운 계절이 오니 백화점이며 쇼핑몰에는 두툼한 패딩이 가득하다. 지난해 한파를 혹독하게 겪었기 때문인지 이미 올해 9월부터 10월 중순까지 한 백화점의 프리미엄 패딩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0%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패딩을 만드는 충전재는 거위나 오리의 앞가슴 털이 주재료다. 거위털로 충전재를 채울 경우 롱 패딩 한 벌에 15~25마리의 털이 들어간다고 한다. 그러니 올해 충전재로 들어간 거위털은 얼마나 많을까? 패딩이 아니라 몸 전체를 덮는 코트를 만든다면 몇 마리의 동물이 필요할까? 단 한 벌의 코트를 만드는데 라쿤 털로 만든다면 40마리가 필요하고, 여우라면 42마리, 밍크라면 60마리가 필요하다고 한다.

한 동물보호단체가 중국에 있는 거위 농장에 들어가 찍은 영상은 끝까지 다 보기가 어려웠다.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살아있는 거위의 앞가슴 털을 훌훌 뽑고 있었는데, 막 뽑다가 살점이 함께 떨어져 나오면 찢어진 살점을 마취도 없이 바늘로 꿰맸다. 머리카락 단 한 올만 잡아당겨도 얼마나 아픈가? 거위들이 지르는 비명은 차마 들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이렇게 고통을 당하는 동물들이 평소에는 어떤 환경에서 지낼까? 최소 투자로 최대의 동물을 사육할수록 이윤이 많아지니 얼마나 열악한지 미루어 짐작이 가능할 것이다.

더럽고 좁은 우리에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도 없을 만큼 많은 동물들을 가둬놓고 사육을 하고 있다. 패딩에 붙은 모자 가장자리를 풍성하게 장식하는 털은 대개가 라쿤 털인데, 털을 얻을 때 산 채로 가죽을 벗긴다고 한다. 그래야 털에 윤기가 그대로 있어서 가격이 올라가기 때문이라고. 이렇게 동물들의 고통으로 만든 롱 패딩을 오래 입기라도 한다면 그나마 동물들의 희생을 조금은 줄일 수도 있겠지만 해마다 유행이 바뀌니 유행을 좇다보면 새로운 패딩을 자꾸 사게 된다. 해마다 새로운 패딩을 산다는 것은 해마다 새로운 패딩을 만든다는 것이고 그것은 결국 해마다 새로운 동물의 희생을 뜻한다. 희생에는 반드시 고통을 따른다. 그리고 동물들도 고통을 느낀다.

불자들 가운데도 취미로 낚시를 하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 낚시를 하고 다시 풀어주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생각에 이런 취미가 불자로서 괜찮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과연 그럴까? 영국의 한 연구진의 연구 결과를 보면 물고기도 고통을 느낀다는 걸 알 수 있다. 린 스너든(Lynne Sneddon) 연구진은 물고기가 해로운 물질에 노출됐을 때와 몸에 손상이 가해졌을 때 느끼는 감각기관이 있는지를 알아보는 연구를 진행했다. 해로운 물질에서 물고기는 비정상적인 행동을 했고 마취시킨 물고기의 머리에 기계적 자극, 열 자극, 화학적 자극을 준 결과, 적어도 한 가지 자극에 반응하는 지점을 58개 찾아냈다. 반응점 가운데 22개가 기계적 압력과 고열에 반응한다는 점에서 통각수용기라고 보았고, 그 통각수용기 중에서 18개는 화학적 자극에도 반응하는 여러 가지 형태의 통각수용기였다. 이런 통각을 느끼는 감각기관은 양서류, 조류, 포유류와 비슷했다. 통각수용기도 있고 해로운 물질을 접했을 때의 비정상적인 행동이 반사 작용도 아니니 물고기도 고통을 느끼는 것이 분명하다.

작가면서 사회개혁운동가였던 헨리 S. 솔트는 자신의 저작인 ‘동물의 권리’에서 “우리는 애초에 자유롭고 자연스런 상태에 있던 동물들을 인위적인 노예상태로 빠뜨렸다. 오로지 그들이 아닌 우리가 수익자로 올라서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오스트레일리아 출신 철학자인 피터 싱어는 1975년 ‘동물 해방’을 발표했다. 싱어는 동물 역시 고통을 느끼기에 동물들의 이해가 인간의 이해와 동등하게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살아가는 모든 생명은 다른 생명을 희생 삼을 수밖에 없는 불가항력의 상황에 늘 놓이게 마련이다. 그러니 그 희생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실제로 기업들 사이에서 윤리적인 제품 생산으로 방향을 돌리는 분위기도 있긴 하다. 동물이 살아있는 채로 털을 뽑는 것을 라이브 플러킹(Live Plucking)이라고 하는데 이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자 유명 아웃도어 기업들을 중심으로 윤리적인 방법으로 털을 얻었다고 인증을 받은 다운을 제품에 사용하기 시작했다. 동물 소재로 만든 옷을 입지 않는 비건 의류를 선택하는 이들도 생기고 있다. 다운 대용품으로 화학합성 소재로 만든 인공 다운도 개발되었다. 동물의 희생이 따르지 않으니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화학합성 소재로 만든 의류를 세탁할 때마다 미세플라스틱이 물과 함께 쓸려나가 바다 생태계를 오염시킨다. 그러니 결국 동물권 문제를 고민하다가도 닿는 지점은 역시 소비의 문제다. 소비를 최소화하는 것보다 더 좋은 대안은 없는 것 같다.

최원형 불교생태콘텐츠연구소장 eaglet777@naver.com

 

[1465호 / 2018년 11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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