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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불교문화재 도난, 얼마나 심각한가?

기자명 이숙희

도난문화재 3만점 중 절반 이상 불교문화재

1985년 이후 통계자료 결과
임진왜란 전후 불상·불화 등
약탈해 일본으로 대량 유출

일제강점기엔 도굴·강제약탈
사찰·폐사지 문화재 불법반출
도쿄 국박 오구라컬렉션에는
우리 불상 48점 소장 전시도

광복 후 불법 매매·반출 혈안
1970년대는 복장물·불화 집중
비지정문화재 도난 빈도 급증
문화재 절도 처벌 강화 필요

조선일보 1978년 11월12일자 보도.

문화재청 안전기준과 사범단속반에서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1985년부터 2017년 12월까지 도난된 문화재는 총 738건, 2만9725점에 이른다. 그중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것은 총 225건, 5512점으로 약 18.6%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통계수치는 도난문화재의 전체 규모를 반영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1985년 이전에 해당하는 도난문화재의 현황에 대해서는 자료가 부족하여 규모를 파악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신고되지 않은 경우까지 생각해 본다면, 도난문화재의 수는 이보다 훨씬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도난문화재 중 절반 이상이 불상·불화·석조물 등과 같은 불교문화재이며 지정되지 않은 비지정문화재라는 점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금까지 도난문화재와 관련된 책으로는 ‘불교문화재 도난백서’(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1999)를 비롯하여 ‘도난문화재 도록Ⅰ’(문화재청, 2004) ‘도난문화재 도록Ⅱ’(문화재청, 2006) ‘도난문화재 도록Ⅲ’(지정편 1985∼2010, 문화재청, 2010) ‘도난문화재 도록Ⅳ’(비지정문화재, 문화재청, 2014) ‘도난문화재 도록Ⅴ’(2018, 문화재청)이 나와 있다.

문화재의 약탈과 도난, 밀반출, 불법적인 거래는 오래전부터 끊임없이 있어 왔다. 고려 말 왜구의 침략을 비롯하여 조선시대 임진왜란을 전후한 시기에 많은 불상과 불화, 도자기 등이 약탈되어 일본으로 대량 유출되었다. 특히 일제강점기와 같은 혼란기에는 일본인들이 몰려다니면서 전국에 있는 무덤을 파헤치거나 불상, 도자기, 회화, 고문서 등을 강제로 약탈해 갔고 8·15 광복 이후에는 문화재를 훔쳐서 내다 팔거나 국외로 밀반출하는 일들이 허다하였다. 이렇듯, 19세기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수십 년에 걸쳐 전 지역의 무덤이 무참하게 도굴되었으며 그중 상당수에 이르는 문화재들이 불법적인 거래를 통해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뿐만 아니라 사찰이나 폐사지에 있던 불상과 석탑, 석등, 부도, 동종 등 불교문화재들도 일본 골동상이나 권력층 또는 재력가들에게 밀매되어 일본으로 불법 반출되었다.

당시 일본인 고미술 수장가들은 서울(경성), 평양, 대구를 중심으로 활동하였다. 특히 후치가미 테이스케(淵上貞助), 시노자키(篠崎), 니와세 히로아키(庭瀨博章), 오구라 다케노스케(小倉武之助), 고미야 미호마츠(小宮三保松), 무카이 니리쇼(向井業昌) 등이 불상을 많이 수집했던 수장가로 알려져 있다. 그중 조선전기주식회사 사장으로 막강한 재력가였던 오구라는 불상 외에도 고고자료, 도자기, 회화, 금속공예, 칠공예, 서예 등 모든 분야의 고미술품을 소장하고 있는 대구에서 제일가는 수장가였다.

현재 도쿄국립박물관의 오구라컬렉션에는 우리나라 불상이 무려 48점이나 소장되어 있다. 이 불상들이 모두 어디에서 왔겠는가? 이렇게 일본으로 반출된 불상들은 그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수가 많으며 모두 조각기법이 뛰어난 작품들이다.

1945년 광복 이후 주목할 만한 문화재 도난사건은 대구시립박물관을 개관하기 위해 창고에 보관해 놓았던 유물이 사라진 것으로 아직도 그 실체가 밝혀지지 않았다. 일본인 수장가들은 8·15 광복 이후 일본으로 재산 반출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할 수 없이 수집한 고미술품을 대구부윤(大邱府尹)에게 기증하였는데 그 수가 무려 2000점이 훨씬 넘었다.
 

우리나라 불상 48점을 소장중인 오구라컬렉션이 있는 도쿄국립박물관 동양전시관.

이 유물들은 대구시에서 임시로 보관하다가 6·25 한국전쟁 때 달성공원 안에 있는 시립박물관의 동편과 서편 창고로 다시 옮겨 보관하였다. 1953년 9월28일 서울이 수복된 후 유물 중 일부를 도난당하였으나 어떤 물건이 없어졌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한동안 그 소재지를 전혀 알 수 없었다. 몇 년 후인 1957년 9월11일 골동품 상인이 도난품에 대한 일부 내막을 폭로함으로써 없어진 12개의 유물에 대한 윤곽이 드러나게 되었다. 도난당한 물품은 백동경 2개, 여의륜불상, 상약국합자(尙藥局盒子), 청자수병, 청자유호 등 4점과 청자상감완 2점 등이었다. 이 유물들은 5명의 골동품상을 거쳐 서울로 옮겨진 뒤 처분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남은 소장품 1312점은 경북대에 위탁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일본 수장가로부터 헌납받은 2000점이 넘는 유물이 대구시에서 경북대로 이관되면서 그 수가 줄어든 것이다. 10여년간의 도난 피해상황이 어떠했는지 충분히 짐작이 간다. 이러한 대구문화재의 피해는 일본인 수장가들이 아니라 대구시를 비롯한 우리 관청 직원들이 창고에 있는 유물을 마음대로 처분하여 넘기면서 일어났으니 누구를 탓할 수 있겠는가?

우리 문화재의 수난은 일제강점기에는 대부분 도굴꾼에 의해 무덤에서 나온 부장품을 매매하는 행위에 의해 일어났다면, 8·15 광복 이후에는 문화재를 훔쳐 불법으로 팔거나 국외로 밀반출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이로 인한 문화재의 국외 밀반출도 심각한 상태에 이르게 되었다. 1970년대에 이르러 문화재 도굴과 약탈은 크게 줄어들었지만 문화재절도범들에 의해 불상이나 복장물, 불화 등과 같은 불교문화재가 집중적으로 도난당하는 일이 많아졌다.

불화의 경우, 불상이나 석탑, 석등과 같은 유물에 비해 무게가 훨씬 가볍고 부피도 적기 때문에 도난당하는 수가 많았다. 크기가 작은 불화에서부터 규모가 큰 후불탱화까지 쉽게 훔쳐갈 수 있었다. 1980년에서 1990년에는 관리가 다소 허술한 능묘 앞을 지키는 문인석, 무인석, 석양, 석호 등과 같은 석물들이 도난대상으로 인기가 높았다. 2000년대 이후에는 큰돈은 되지 않지만 처분하기 쉬운 물건으로 지방의 서원이나 향교, 사당, 재실 등에 대대로 내려오는 현판, 영정, 족보, 교지, 고문서류 등이 모조리 도난당하였다. 심지어 문짝과 문고리까지 뜯어가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1995년부터 2000년 사이에 무려 5665점의 문화재를 도난당하였고 그중 일부는 국외로 밀반출되었다. 1년에 약 20건에서 30건이었던 문화재 도난사건은 2005년 이후에는 60여건으로 급격하게 늘어났다.

이처럼 문화재가 지속적으로 도난당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화재를 훔치는 공급자와 이를 사들이는 수요자 간의 끊임없는 불법거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간혹 스님들 간의 이해관계가 대립되면서 불교문화재의 소유가 쟁점이 된 경우도 있고, 일부 스님들의 잿밥에 대한 욕심이 도난사건의 요인이 되기도 하였다. 이처럼 문화재 도난이 끊이지 않고 전문적이면서 조직화되는 경향은 우리 문화가 발전하고 생활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경제적인 이익과 함께 불교문화재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점도 있으나 문화재 절도에 대한 법의 처벌이 약한 탓도 있다.

특히 국보나 보물, 지방의 유형문화재와 같은 국가지정문화재보다는 비지정문화재에 대한 도난 빈도가 높았던 것은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문화재보호법’에 비지정문화재에 대한 보호규정이 없어 그 죄질에 비해 가벼운 처벌에 그쳤던 실정 때문이다.

이숙희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 shlee1423@naver.com

 

[1465호 / 2018년 11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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