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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불총림 방장 지선 스님 무술년 동안거 법문

  • 교계
  • 입력 2018.11.22 22:13
  • 수정 2018.11.27 10:25
  • 호수 1466
  • 댓글 0

또 다시 낙엽이 지고 눈 내리는 동안거가 시작됩니다. 묵연히 앉아보니 젊을 때 시봉했던 어떤 선지식의 유언이 떠올랐습니다. 그 분 유언은 저의 20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늘 살피고 새기는 제 삶의 가장 긴 화두입니다.

염불락오 율가면(念佛落伍 律假面)

진언잡술 선사기(眞言雜術 禪詐欺)

이판사판 공사판(理判事判 空事判)

이교, 저교 잡신당

이파,저파 모리배

학생구직 사호구(學生求職 師糊口)

인도무당 여무외(引導巫堂 餘無外)

염불은 낙오자의 일이고, 율사는 가면극을 하고

진언은 잡술이요, 선사는 사기다

이판, 사판은 모두 허망한 일판이고

이 종교, 저 종교 모두 잡신의 판이라

이 계파, 저 정파 모두 정상모리배요

학생은 무슨 자리나 구하는 배움이요, 선생은 호구지책

어산 소리는 무당 짓이니 나머지는 볼 것도 없다

처음에 이 말씀을 들었을 적에 ‘이게 무슨 소리인가?, 어찌 그러할까?’ 불만도 있었고 너무 시니컬한 소리로도 여겨졌습니다. 나이가 들고 이래저래 절집에 살아보고 여러 소임도 겪어보고 이것저것 경험도 해보니 점점 그 노스님 말씀 깊은 뜻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제 인생은 허명과 영욕 속에서 낭비하였고, 노년에 이르고 보니 이 말씀이 소중한 법문이었고 화두 중에서 가장 긴 화두가 되었습니다.

물론 이 말씀도 치우친 견해를 바로 잡기위한 방편이 됨입니다. 또 자구에 얽매여 허물을 짓지 마시길 바랍니다. 사자는 흙덩이 던지는 이를 물어 죽이는 법이니 잘 알아들으십시오.

위에 나온 여러 길 중에서 한 길을 가는 불자라면 살피고 또 살펴서 속지 말고 진실해지기를 기원합니다. 목표는 모두 같으나 늦고 빠름의 시차가 있고 작은 차이에도 종극에는 천지의 격차가 벌어집니다.

자본(돈)과 욕망의 부속품으로 청맹과니 하수인 노릇하며 살다가 결국은 대소 사찰 문화재 지킴이, 산지기 신세 되어 그렇게 저렇게 허망하게 세월을 보내어 정법 속 알 머리는 이교도나 제도권 학자들에게 다 내어줘 버린 것이 아닐까 스스로 참회해봅니다. 이고득락 정토세계는 이론으로만 이어져가니 생각하고 또 생각해봅니다. 쓸데없는 소리를 한번 해보았으니 그저 일소하시기 바랍니다.

別別: 가까이 대덕선지식이 계시면 법문을 들으시고, 안계시면 염송이나 벽암록을 읽고 수행하시기 바랍니다. 제 허물이 많고 또 많습니다.

[1466호 / 2018년 11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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