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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와 국가 관계

지난 10월말 중국 푸젠성(福建省) 푸티엔시(莆田市)에서 중국불교협회가 주최한 제5차 세계불교포럼에 참석했다. 무려 50여개 국가에서 1000여명의 불교지도자들을 초대한 불교대회였다. 7개 분과에서는 다양한 주제의 연구발표가 있었다. 한국에서도 불교종단협의회와 원불교가 참여했다.

제1회 때부터의 주제를 찾아보니 주로 화합, 동행, 우호, 중도 등 불교 고유의 사상이 전개되었다. 내부적으로는 중국인들을 불심으로 단결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 같았다. 외부인의 입장에서 볼 때는, 중국이 불교를 활용해 열린 국가를 지향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연설 가운데는 현재 중국이 취하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 新실크로드 정책)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일대는 중앙아시아·유럽을 잇는 육상 실크로드, 일로는 동남아시아·유럽·아프리카를 잇는 해상 실크로드를 말한다. 세계 사람들에게 중국의 국가정책을 표명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현재의 중국 불교는 국가가 관장하고 있으므로 일종의 정책선양일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이를 계기로 불교와 국가의 관계에 대해 숙고하는 계기가 되었다.

현재 중국은 불교와 유교를 중국인들의 윤리와 도덕을 지탱하는 가르침으로 활용하고 있다. 초등학교에서는 논어를 가르치고, 불교가 번성했던 지역에는 초대형 불상이 건립되고 있으며, 사찰도 다시 복원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모습을 보면, 중국역사에서 남북조시대에 불교를 앞 다투어 국가의 종교로 숭상하던 때가 떠오른다. 그리고 불교가 번성하여 국가경제에 장애가 되면 탄압하기도 했다. 그것이 유명한 삼무일종(三武一宗)의 법난이다. 그것은 비단 중국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고, 조선시대의 억불숭유정책, 일본의 본말사나 사청제도, 메이지 유신과 함께 일어난 폐불훼석 등 불교가 국가의 지배하에 놓인 적이 있다. 특히 근대일본에서는 불교가 국가의 하부구조로 편입됨에 따라 군국주의나 파시즘을 지원했다.

일찍이 이러한 모순을 파악한 일본 일련종 문하에서는 국가와 철저히 거리를 두는 종파도 생겼다. 니치오(日奧, 1565~1630)를 종조로 하는 불수불시파(不受不施派)가 대표적이다. 같은 종문의 신도가 아니면, 불수는 시주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며, 불시는 베풀지 않는다는 것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어머니의 추선공양을 위해 여는 천승재(千僧齋)에 참여할 것인가 말 것인가로 종문 내에서는 격렬한 논쟁이 일었다. 결국 장로격인 니치오는 반대했다. 결국 탄압이 이루어져 그는 유배를 가고, 정권이 바뀌어 유골마저 다시 유배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로 인해 불수불시파는 도쿠가와 막부시기에 포교가 금지되었다.

그렇다면 역사를 교훈 삼아 불교와 국가는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까. 군종의 경우를 들어보자. 만약에 전쟁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까. 자신의 신도는 적국에도 있을 수 있다. 그곳에도 군종이 있어 서로 총부리를 맞댄다면 결국 같은 종교인들끼리 전쟁을 치르게 된다. 불교는 불살생계를 지키기 때문에 전쟁과 즉시 군종을 철수시킬 수 있다. 이럴 때 국가의 눈치를 보는 종단이 마음대로 할 수 있을까. 이는 하나의 모순이다. 그 이유는 결국 국가와 종교의 역할이 다르다는 점 때문이다. 국가는 자신에게 속한 백성의 이익만을 지켜주지만, 종교는 중생 전체에게 이익을 주기 때문이다. 불살생계의 철학 또한 이러한 관점에서 중시되는 것이다.

개명이 안 된 시대에는 종교가 국가의 보호를 받기도 하였고, 국가 또한 백성을 교화하기 위해 불교를 활용하기도 하였다. 물론 유럽에서는 황권과 왕권의 치열한 권력다툼도 있었다. 현대에 들어와 국가와 종교는 자신의 정체성이 명확해졌다. 그리고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정교분리가 헌법에 명시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라도 불교는 이러한 국가와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해야 하지 않을까. 둘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규범을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원영상 원광대 정역원 연구교수 wonyosa@naver.com

 

[1466호 / 2018년 11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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