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78. 성철 스님 ‘백일법문’ 숨은 조연들

기자명 이병두

해인총림서 펼쳐진 대중법문
출재가 함께 희망의 불 지펴
원조‧원기‧원공스님 기획·기록

‘백일법문’을 기획하고 기록으로 남긴 원조‧원기‧원공 스님. 1967년 봄 성철 스님의 상좌로 출가해 계를 받은 기념으로 찍은 사진.
‘백일법문’을 기획하고 기록으로 남긴 원조‧원기‧원공 스님. 1967년 봄 성철 스님의 상좌로 출가해 계를 받은 기념으로 찍은 사진.

1967년 성철 스님(이하 ‘스님’)이 해인총림 초대 방장으로 취임한 뒤, 12월4일부터 이듬해 2월18일까지 상당법문과 성도재일 등 특별한 날을 빼고는 거의 매일 대적광전의 법상에 올라 훗날 ‘백일법문’이라고 부르는 ‘특별법문 청법 대법회’에서 설법을 이어갔다.

추운 겨울, 난방도 제대로 되지 않는 깊은 산속에서 100일 동안 이어진 법문을 들으러 총림의 스님뿐 아니라 전국에서 수많은 불자들이 찾아왔다. ‘불교의 본질‧중도, 근본 불교, 인도 대승경론의 중도, 중관·유식, 화엄종·삼론종의 중도사상, 선종의 중도사상, 선종의 본질, 돈오돈수와 보조국사의 돈오점수 사상’ 등 인도에서 한국까지 이어져온 2500년 불교 역사 전반을 관통하는 법문의 내용도 참신하였지만, 이제 막 출범한 해인총림에서 출재가가 함께 법문을 듣게 한 점에서도 충격이었다.

“부처님이 뭐라고 했냐 하면, ‘나는 모든 양변을 버린 중도를 깨달았다.’ 이렇게 선언을 했어요.…” 빼곡하게 써내려간 친필 강의노트를 바탕으로 이어가는 스님의 중도 법문은 거침이 없었다. 물리학자 아인슈타인도 등장하였다. “과학만능 시대인 만큼 중도를 과학적으로 좀 근사하게 풀이해 보자 이 말이여.… 그게 바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나오는 등가(等價)원리지. 등가원리는 이 자연계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것은 에너지와 질량 두 가지로 구성되어 있는데, 결국 에너지가 곧 질량이고 질량이 에너지와 같다는 거지. 그래서 유형인 질량과 무형인 에너지가 둘이 아니라, 하나라는 거야.”

그때까지 누구도 한 적 없고 들어본 적 없는 법문의 열기가 그 해 겨울 가야산 추위를 녹였다. 해인 총림의 앞날에 환한 빛이 비쳤고, 갈등과 분열을 이어오던 조계종과 불교계에도 새로운 희망을 전해주었다.

깊은 산속에서 이루어진 이 법문의 내용을 훗날 상좌 원택 스님이 ‘백일법문’ 상‧하 두 권으로 펴내고, 2014년에는 기존의 구어체를 문어체로 바꾸는 등 일반 대중들이 읽기 쉽게 수정해서 상‧중‧하 세 권으로 출간하였을 뿐 아니라 CD와 USB로 제작‧배포하여 대중들이 쩌렁쩌렁 울리는 스님의 사자후(獅子吼)를 들을 수 있게 ‘뜻 깊은 불사’를 해주었다.

그러나 스님의 귀한 법문을 우리가 책과 CD‧USB 등으로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배경에는 원조‧원기‧원공이라는 훌륭한 조연이 있었음을 놓치면 안 된다. 이들은 1965년 봉은사에서 출발한 대불련 구도부 지도교수 박성배와 구도부원 이진두‧김금태로, 구도부 활동 중 발심하여 1967년 봄 스님의 상좌로 출가하였다. 이 사진은 그해 4월 3일 세 사람이 계를 받은 기념으로 찍은 것인데, 이전의 스승과 제자가 한 스님 아래에서 사형사제가 되어 교재를 편집‧인쇄하고 전 과정을 녹음‧녹취하였던 것이다. 오래 머물지 않고 떠난 짧은 출가 생활이었지만, ‘백일법문’을 기획하고 완벽한 기록을 남긴 것만으로도 이들은 큰 자취를 남겼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466호 / 2018년 11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